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햇수로 9년째 겪는 일이건만 브라질에서 온 내겐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이 여전히 신기하다. 고국에도 계절은 있지만 땅덩이가 커서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다. 어느 지역엔 줄곧 여름만 있고 다른 지역엔 작게나마 계절 변화가 있다. 아주 적은 지역을 빼곤 눈 내리는 걸 보기 어렵다. 나는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눈을 봤다.
날씨 덕분인지 브라질 사람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오늘 해변에 못 가면 다음 주에 가면 된다. 다음 주에 못 가면? 그다음 주에 가면 된다. 다들 ‘내일 하지 뭐’라는 생각을 쉽게 한다. 반면에 한국에선 피서철을 놓치면 금세 날씨가 쌀쌀해지고 해수욕장 문도 닫는다. 그러니 한국 사람은 기회가 있을 때 얼른얼른 움직이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다.

비정상의 눈 11/2
겨울엔 군고구마나 붕어빵을 꼭 먹어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수중에 현금이 없어 몇 번 지나치다 보면 어느새 군고구마 아저씨가 거리에 안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러면 꼼짝없이 다음 겨울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다른 식도락을 즐기는 묘미가 크다. 음식에 계절이 더해져 스토리가 생기고 추억이 생긴다.
어떤 한국 친구들은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불편하다고 농반진반 불평한다. "난방·냉방비 많이 든다” "사계절용 옷을 전부 사야 해 옷값 많이 들고 귀찮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사계절을 누리며 사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사시사철 달라지는 풍경, 음식과 추억을 알차게 즐기는 건 정말 한국 사람의 특권이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