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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홍종학 인사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7.11.02 02:03 종합 34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당초 청와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을 검토했다. 검증동의서도 받았고 평판 조회까지 마쳤다. 주변 분위기는 발표날만 기다릴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장관은 홍종학 전 의원이었다. 박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마음을 접었던 사람을 굳이 끄집어내 될 것처럼 하더니…”라고 혀를 찼다.
 

노무현 정부 정찬용, 이헌재에 칠고초려
47명 검증했다는데 제대로 공들인 건가

홍 후보자의 상황이 악화일로이다 보니 차라리 ‘박영선 카드’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중소기업 전문가는 아니지만 4선 의원에 여성 장관, 중소·벤처기업이 많은 지역구(서울 구로구) 등. 더구나 청와대가 검증 과정에서 홍 후보자의 재산 문제를 상당 부분 알고 있었다면 말이다. 그런데 왜 홍종학이었을까. 과거 친문 세력과 덜컹거렸던 박 의원이 껄끄러웠던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홍 후보자였는데 그냥 검증만 해봤던 걸까.
 
청와대가 얼마나 장관 인선에 공을 들였는지도 의문이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장관 후보자만 47명을 검증했다. 적임자로 보이는 기업인들은 주식 백지신탁 등의 이유로 고사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노무현 청와대 시절, 정찬용 당시 인사수석은 이헌재 전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영입하기 위해 ‘칠고초려(七顧草廬)’를 했다. “성가신 짓거리 안 한다”며 거절하는 그를 일곱 번이나 찾아갔다. 당시에도 후보감들이 평판 조회 등에 문제가 있어 인선이 쉽지 않았다. 정 전 수석은 “맡아 주셔야 시장이 안심한다”고 설득했다. 고사하는 이 전 장관으로부터 막판에 폭탄주 15잔을 마셔가며 수락을 받아낸 일화는 관가에서 유명하다.
 
과연 지금 청와대는 47명을 검증하면서 어떤 노력을 했을까. 백지신탁을 못 하겠다는 인사들에게 찾아가 몇 번이나 설득했나. 정말 하려는 인재가 없어 홍 후보자여야 한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논란에 반응하는 청와대의 태도도 미스터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홍 후보자와 관련된 질문을 던진 기자들에게 “(기자) 여러분도 기사 쓴 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죄 없는 자 이 여인을 돌로 치라”는 성경 말씀을 현실 정치에 적용하라는 것인가. 공직자의 말로는 부적절하다.
 
이 관계자는 또 “증여 방식은 상식적인 것”이라고도 했다. 법 위반 사항이 없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본질을 흐리는 얘기다. 지금 여론이 문제 삼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다.
 
홍 후보자는 ‘부의 과도한 대물림’을 비판했지만, 자신은 거액을 상속받았고, “대를 건너뛴 상속은 세금을 더 매겨야 한다”는 법안 발의에 참여해 놓고 초등생 딸(현재 중학생)에게는 장모 재산이 부인을 건너뛰어 증여됐다. 이 때문에 세금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증여’란 비판이 나왔다. 또 특목고 폐지를 주장한 그의 딸은 국제중에 다니고 있다. 여론은 이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문제 삼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청문회에서 방어막을 칠 민주당이 얼마나 선전할지다. “한 번 더 거꾸러지면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긴 하지만 “왜 홍종학이었을까” 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야당은 호재를 만난 분위기다. 당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쪼개기 증여’ 의혹에 대해 “가히 혁신적 세금회피이고 창조적 증여”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인사는 “홍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난타를 당하고 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그대로 강행하더라도 우리에게 나쁠 것이 없다”고 했다. 다른 인사는 “제2의 탁현민 같은 거 아니겠냐”고도 했다.
 
청와대가 홍 후보자를 적극 방어하고 나선 건 뒤집어 보면 그만큼 곤혹스럽다는 뜻도 된다. 야당의 주장대로 홍 후보자를 물러나게 한다면 그 뒤에 닥쳐올 ‘인사 책임론’ 등의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철해져야 한다. 인사는 메시지다. 홍 후보자를 임명한 메시지는 과연 뭔가. 청와대의 고민이 원점에서 다시 깊어져야 할 시점이다.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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