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정상회담에서 FTA 양보 얻어내겠다는 미국

중앙일보 2017.11.02 01:53 종합 34면 지면보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백악관 고위관리가 “경제가 핵심 의제”라며 “두 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우려 해소를 포함해 진짜 공정하고 평평한 운동장을 조성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한국과 보조를 맞추지만 경제 이익에 관해선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자동차와 철강 분야 무역 불균형을 직접 거론하며 FTA 개정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4일 워싱턴에서 열린 2차 FTA 특별공동위원회에서 사실상 개정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 측이 FTA 개정을 새삼 강조하는 건 국내 정치적 필요성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제조업 밀집 지역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의 지지를 업고 예상 밖으로 당선됐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내년 중간선거까지 성과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 가장 중요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강력한 반발로 순조롭지 않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한·미 FTA 개정을 모색하고, 한국을 강하게 압박한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로선 당당하게 대응하면 된다. FTA의 효과가 일부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양국 통상 전문가나 산업계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도 애초 ‘폐기’라는 단어를 꺼냈다가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앞으로 양국이 차분히 협의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쳐 나가면 된다. 성의를 보이되 일부러 늦추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해도 이를 빌미로 한국의 국익이 일방적으로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디까지나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