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수대] 올림픽 포스터

중앙일보 2017.11.02 01:52 종합 35면 지면보기
박정호 논설위원

박정호 논설위원

1988년 서울 올림픽은 ‘화합과 전진’을 표방했다. 동서 대립으로 각각 반쪽으로 치러진 80년 모스크바,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상처를 봉합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널리 알렸다. 당시 포스터도 떠오른다. 작품 중앙의 오륜 마크가 사방으로 퍼지는 형상이다. 하단 복판에는 성화 봉송 주자를 작게 그려 넣었다. 한국적 색채를 줄이는 대신 세계 평화를 바라는 올림픽 정신을 부각시켰다.
 
올림픽 포스터는 문화사적 의미가 크다. 이미정 우석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121년 동안 동일 주제로 지속돼 온 유일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1세기가 넘는 역사만큼 얘깃거리도 많다. 올림픽 공식 포스터가 처음 등장한 건 1912년 제5회 스톡홀름 대회에서다. 그전에는 대회 결산 보고서 표지를 기념 포스터로 삼았다.
 
스톡홀름 포스터는 16개국 언어로 인쇄됐다. 영어가 지금처럼 세계적 언어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고대 올림픽 선수들의 누드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고, 일부 국가에선 공공장소에 부착할 수 없었다. 1952년 헬싱키에선 예전 작품을 재활용했다. 1940년 개최지로 선정돼 포스터를 만들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대회가 취소되면서 12년 전 제작한 포스터를 다시 사용했다.
 
인터넷은커녕 라디오와 TV도 없던 시절, 포스터는 올림픽을 알리는 주요 통로였다. 올림픽에서 라디오와 TV 중계가 선보인 건 각각 1928년 암스테르담과 1936년 베를린에서다. 이후 올림픽 포스터는 개최국의 문화적 개성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선 자국 대표 작가들이 참여한 아트 포스터를 12장, 13장씩 제작했다.
 
겨울올림픽에선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포스터가 유명하다.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 생모리츠를 극대화했다. 스키를 타는 평범한 남녀를 등장시켜 관광객 유입 효과를 노렸다. 어제 D-100일을 맞아 평창 올림픽 예술 포스터 8종이 공개됐다. 한국 전통 이미지를 내세운 작품이 다수다. 수묵 산수화, 백자 달항아리, 한글 조각보 등이 눈에 띈다. 문화와 정치, 문화와 경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시대, 요즘 움츠러든 한국의 매력을 다시 한번 지피는 불씨가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박정호 논설위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