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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선두에 서지 마라” → 시진핑 “중국, 할 일은 한다”

중앙일보 2017.11.02 01:33 종합 6면 지면보기
시진핑의 신시대 <8·끝> 거침없는 외교
지난달 31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을 포함한 7명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상하이의 창당대회 개최지를 방문해 시 주석의 선창에 따라 입당선서를 복창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을 포함한 7명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상하이의 창당대회 개최지를 방문해 시 주석의 선창에 따라 입당선서를 복창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1989년 9월 피로 물든 6·4 천안문 사건을 수습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장쩌민(江澤民)·리펑(李鵬) 등 원로를 모두 집으로 불렀다.
 

덩의 은밀히 힘기르기 ‘도광양회’
40년 지켜온 외교 지침의 종언
시 외교 키워드 ‘분발유위’ 강조

대국·주변국·개도국 ‘천하 삼분론’
외교 판 다시 짜 글로벌 원톱 목표

“첫째, 냉정하게 관찰하시오(冷靜觀察), 둘째, 내부 진영을 공고히 하시오(穩住陣脚). 셋째, 침착하게 응대하시오(沈着應付). 서둘지 말고 절대로 조급하면 안 되오.” 이듬해 여기에 12월 “절대로 선두에 서지 말라(決不當頭)”는 당부를 보탰다.
 
92년 4월에는 “칼집의 칼을 드러내지 말고 힘을 기르며(韜光養晦·도광양회) 여러 해를 보내라”고 덧붙였다. 덩샤오핑의 외교 철칙이자 개혁개방 40년 내내 중국 외교의 지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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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대’를 내세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덩샤오핑 외교의 종언을 선언했다. 도광양회뿐만 아니라 선두에 서지 말라는 지시도 버렸다.
 
시 주석의 말은 거칠다. 국가부주석이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시끄럽게 우는 새를 들어내면 새장은 조용해진다”며 무관용을 말했다. 2009년 멕시코에서는 “중국은 혁명도, 가난도 수출하지 않았는데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외국인이 간섭한다”고 말했다. 이번 당대회 보고에서는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꿈은 버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주요 2개국(G2)으로 인정받은 중국은 적극적인 외교로 전환했다. 시진핑 외교는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은 하겠다)로 나아갔다. 뉴쥔(牛軍)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 5년 중국 외교의 커다란 차이는 지도사상의 변화”라며 “과거 도광양회가 유소작위(有所作爲·때가 되면 일부 공헌을 한다)로 변했고 심지어 분발유위가 됐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 지난 5년 외교를 평가하며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를 전면적으로 추진했다”며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등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웠다.
 
시 주석은 여기에 5년 전 18대에서 처음 등장한 신형대국관계를 신형국제관계로 발전시켰다. 쑤거(蘇格) 중국국제문제연구원장은 “신형국제관계의 정의는 상호존중·공평정의·협력공영”이라며 “전통적인 약육강식, 제로섬 게임을 버리고 일률적으로 평등한 새로운 국제관계를 건립하자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등 대국관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의도”라고 풀이했다.
 
 
중국의 외교 키워드 변천

중국의 외교 키워드 변천

시 주석은 여기에 세계를 대국·주변국·개발도상국으로 나누는 천하 삼분론을 내세웠다. “총체적으로 안정되고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대국관계, 친밀·성실·호혜·포용 이념에 기반한 주변 나라와 관계 심화, 올바른 의리관과 진지·진실·친근·성실을 이념으로 한 개발도상국과의 협력 강화”다.
 
거침없는 시진핑 외교의 목표는 건국 100주년인 2049년 종합 국력과 국제 영향력에서 세계 선두국가 건설이다. 덩샤오핑 시대 외교는 찾아볼 수 없다. 시 주석은 당헌에 자신의 이름을 마오쩌둥(13번)과 덩샤오핑(12번)에 이어 11번 명기하면서 외교 부문도 쇄신했다. 정확한 의리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공동협상·공동건설·공동향유 원칙, 일대일로가 새롭게 당헌에 기입됐다. 자신의 외교 공약을 과감하게 추진하라는 지시인 셈이다.
 
그러자 미국이 견제에 나섰다. 중국 19대 개막 직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인도와 100년간 군사·경제·외교 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키겠다”고 인도와 동맹 강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이 연대하는 인도양-태평양 신전략 계획을 내놨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이에 대해 즉각 “어떤 나라도 중국을 봉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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