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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공연, 독거노인 무료 점심 배식 … “베풀수록 내 삶의 행복지수도 쑥쑥”

중앙일보 2017.11.02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서울예고 변미솔양은 길거리 플루트 연주로 2600만원을 모금해 전액 기부했다. [사진 변경수씨]

서울예고 변미솔양은 길거리 플루트 연주로 2600만원을 모금해 전액 기부했다. [사진 변경수씨]

서울예고 1학년 변미솔(16)양은 매달 1~2번 플루트를 챙겨 서울 청계천·덕수궁 등에 간다. 플루트를 연주하면서 모금한다. 6년 동안 213차례 거리의 연주자가 됐다. 변양은 6년 전 TV에서 봤던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퀭한 눈을 잊은 적이 없다. 그간 재능기부로 모은 2600만원은 비영리단체(NPO)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액 기부했다. 변양은 “앞으로 1000번까지 공연해 보자고 아빠와 웃으며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보건복지부에서 주는 ‘나눔 국민 대상’을 받았다.
 

기부 참여자 “삶에 만족” 46%
나눔 미참여자 27%보다 많아

최근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등으로 기부에 나서는 손길이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변양처럼 일상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이가 많다. 변양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나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서울 강북구에서 25년째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점심 배식에 나서는 정혜옥(65·여)씨는 “봉사활동하면서 행복을 더 느끼게 됐을뿐더러 건강이 좋아졌다”고 한다.
 
복지부 나눔 실태 조사(2015)에 따르면 ‘삶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기부 참여자(45.6%)가 미참여자(27.1%)보다 높다. 유엔의 ‘세계 행복보고서’(2015)는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경제력(26%)보다 사회적 지원과 도움(30%)이 앞선다고 제시한다.
 
정부도 ‘베푸는 행복’을 장려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월 푸드뱅크에 기부할 수 있는 품목을 식품에서 생활용품으로 확대했다. 저소득층이 필요로 하는 세제·휴지·기저귀 등을 나누기 위해서다. 기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기부금품 모집 시 공개된 장소·방문 등으로 방법을 명확히 밝히고 모금 목표액을 넘기면 14일 내에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8년째 나눔대축제를 개최해 NPO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알리고 있다.
 
12년 전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배우 김명국(54)·박귀자(55)씨 부부는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서울 대학로로 향한다. 백혈병 환자를 위한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신청을 독려한다. 박씨는 “지방에서 젊은 부부가 아이와 같이 일부러 올라와 기증 신청한 게 기억에 남는다”며 “예전보다 신청자가 증가하고 있다. 개인·단체의 나눔 참여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단발성 기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시민들이 꾸준히 나눔에 참여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 잘못된 모금 행위를 감시할 시민단체가 늘어나는 등 믿고 기부하는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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