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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주당 60시간 근로, 유럽인 보기엔 크레이지

중앙일보 2017.11.02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독일 연방인구연구소 노베르트 슈나이더 소장

독일 연방인구연구소 노베르트 슈나이더 소장

"한국의 주당 근로시간이 60시간이라고요? 유럽인이 보기에는 크레이지(crazy·미친)입니다.”
 

슈나이더 독일 연방인구연구소장
“아동수당보다 육아휴직 수당
일·가정 균형이 출산 장려 도움”

독일 연방인구연구소 노베르트 슈나이더(사진) 소장(마인츠대 사회학과 교수)은 지난달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김상호)이 주최한 ‘유럽의 가족정책과 출산: 한국 시사점’ 국제 콘퍼런스에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슈나이더 소장, 마리아 벨링거 독일 외무부 상담서비스 소장, 프랑스 마리-테레즈 르타블리에 명예선임연구원이 참석해 유럽의 경험을 전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아동수당보다는 부모수당, 즉 육아휴직 수당이 출산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공공보육 시설 확충,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슈나이더 소장은 다섯 가지의 가족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접·간접 금전 지원, 보육시설이나 일·가정 양립 등의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육아휴직과 돌봄·근로 시간 등의 양육과 관련한 시간을 보장하고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야 하죠. 양성평등이 중요한데, 많이 간과되는 부분이어서 확실하게 강조할 필요가 있어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기 전에 정치적으로 충분히 소통해야 합니다.”
 
그는 특히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주당 근로시간 60시간은 가족적 삶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초래한다”며 "‘남편 40시간, 아내 20시간’ 일하는 모델을 고집할 게 아니라 남편은 40시간을 줄여 가정에 더 기여하고 아내는 28시간으로 늘려 사회참여를 더 하도록 유도해 결혼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일·가정 양립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소장은 "가족정책(출산정책)은 중앙정부가 독자적으로 수행할 게 아니다. 지자체·각종 협회·종교단체·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기업이 참여해서 가족중심적 근무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며 "하나의 정책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문화를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 성공한 가족정책은 공공보육 확대, 일·가정 양립”이라며 "일생 주기에 있어 가정 일이 한 쪽에 부담이 가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벨링거 소장은 "아동수당이나 가족수당은 아이를 갖도록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리 크지 않다. 공공보육시설을 늘리는 게 장기적으로 출산율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며 "부모수당(한국의 육아휴직 수당)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아동수당보다 부모수당이 출산영향 지수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0~5세 아동수당이 신설된다. 육아휴직 수당은 높지 않다.
 
르타블리에 박사는 서면 발표에서 "출산율 증가는 가족정책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며 "아동수당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이보다는 일·가정 양립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가정의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며 "출산아동의 57%가 비혼(非婚) 가정에서 태어난다”고 소개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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