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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 든 상화 “꿈·희망 주는 금빛 질주, 평창서 꼭 해낼게요”

중앙일보 2017.11.02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2005년 3월 8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여고생 스케이터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 처음 경험한 높은 관심에 놀랐고 부담을 느껴서다. 그때 그 여고생이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독일 인첼)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첫 메달(3위)을 딴 이상화(28·스포츠토토)다.
 

올림픽 3연패 도전하는 ‘빙속 여제’
은퇴하려 했지만 평창이라 욕심
홈팬 뜨거운 응원 받는 것 큰 기쁨

종아리 하지정맥류 수술 뒤 자신감
올림픽 전에 세계 기록부터 깰 것

저를 보며 용기 되찾았다는 말 들어
또 한번 감동 주는 사람 되고 싶어

‘빙속 여제’ 이상화가 평창 겨울올림픽 D-100인 1일 성화를 들고 인천대교를 달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빙속 여제’ 이상화가 평창 겨울올림픽 D-100인 1일 성화를 들고 인천대교를 달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17년 11월 1일, 이상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겨울 스포츠 스타로, 다른 이들에게 꿈과 희망, 기쁨을 전하는 존재가 됐다. 그는 이날 공평한 교육 기회를 모토로 진행되는 삼성 드림클래스에서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Do What You Can’t)’는 제목의 강연에서 200명의 학생에게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목표를 세운 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겨울올림픽 사상 첫 3연패를 이루겠다”고 자신의 각오를 전했다.
 
이상화는 이날 또 하나의 꿈을 이뤘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그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어릴 때 두 가지 꿈을 꿨다. 성화를 들고 달리는 것과 태극기를 들고 개회식에 들어가는 것이다. 빙상은 경기가 올림픽 초반에 열려 개회식에 한 번도 못 가봤다. 그래도 성화 봉송의 꿈은 이번에 이뤘다”며 좋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가 1일 오후 인천 영종도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가 1일 오후 인천 영종도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이상화는 2014 소치 대회까지 올림픽에 세 차례 출전했다. 2006 토리노 대회 여자 500m에서 5위에 올랐던 그는 2010 밴쿠버 대회와 2014 소치 대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땄다. 그는 “4년 전 소치에서 러시아 선수에게 쏟아지는 환호성을 보며, ‘나도 4년 뒤 저런 걸 느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우리 관중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그런 상상을 하며 훈련한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7년 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직후 운동을 그만두려 했다. 그는 “만약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지 않았다면 소치 올림픽 직후 은퇴했을 것”이라며 “개최국 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건 정말 영광스런 일이다. 게다가 뜨거운 응원까지 받는 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도 재능을 버리는 게 아까웠다. 욕심도 생겼다. 솔직히 힘들지만 해내고 나면 뿌듯해지는 맛에 운동한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지난 7월부터 캐나다 캘거리에서 개인훈련을 해왔다. 소치에서 올림픽 2연패를 합작했던 케빈 크로켓(캐나다) 코치가 늘 그의 곁을 지킨다. 빡빡한 훈련이지만 ‘즐긴다’는 마음으로 훈련해왔다. 그는 “이제 먹고 살 만큼 영어 실력은 된다. 미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볼 정도”라며 “캐나다 생활은 자유로워서 좋다”고 말했다.
 
함께 성화를 봉송한 ‘삼성드림클래스’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는 이상화. 이상화는 ’성화 봉송의 꿈을 이뤄서 기쁘다. 올림픽에서 500m 3연패를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김경록 기자]

함께 성화를 봉송한 ‘삼성드림클래스’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는 이상화. 이상화는 ’성화 봉송의 꿈을 이뤄서 기쁘다. 올림픽에서 500m 3연패를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김경록 기자]

 
‘천하’의 이상화도 지난 시즌(2016~17)은 기억하기 싫을 만큼 괴로웠다. 얘기를 꺼내자마자 “아, 정말 힘들었다”고 반응했다. 월드컵 시리즈에선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2월 삿포로 겨울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에 머물렀다. 자신보다 세 살 많은 일본 고다이라 나오(31)가 세계 1위가 되는 걸 지켜만 봤다. 이상화는 “운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다. 울컥한 일도 많았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깨달은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상화, 금메달을 향한 눈빛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이상화가 2017-2018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17.10.24   yatoya@yna.co.kr/2017-10-24 11:00:39/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상화, 금메달을 향한 눈빛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이상화가 2017-2018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17.10.24 yatoya@yna.co.kr/2017-10-24 11:00:39/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상화를 가장 심하게 괴롭힌 건 무릎 부상이다. 윤활유 역할을 하는 활액이 차 무릎 관절이 퉁퉁 붓는다. 축구선수 박지성도 이 증상 때문에 그라운드를 일찍 떠났다. 활액이 들어 있는 활막 일부가 두꺼워지는 ‘추벽증후군’도 있다. 게다가 지난해엔 종아리까지 아팠다. 하지정맥류 탓이다. 그는 “종아리가 너무 아파 무릎 아픈 건 모를 정도였다. 단거리는 출발이 중요한데 스타트 때 다리가 안 움직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상화는 지난 3월 수술을 받았다. 결과는 좋았다. 그는 “지난해 아픈 정도가 10이었다면 지금은 1~2 수준”이라고 말했다. 통증이 사라지자 자신감도 되찾았다. 그는 지난달 대표 선발전 직후 “올림픽 전에 세계기록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세계기록은 2013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세계선수권에서 그가 작성한 36초36이다. 그는 “36초 중후반대가 목표다. 1, 2차 월드컵에서 몸을 풀고, 3, 4차 월드컵에서 레이스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가 1일 오후 인천대교에서 성화봉송 도중 삼성전자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 '드림 클래스' 교사·학생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인천=김경록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가 1일 오후 인천대교에서 성화봉송 도중 삼성전자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 '드림 클래스' 교사·학생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인천=김경록 기자

 
이상화는 지난해 3월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에서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하는 것”,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지금도 그럴까. 그는 “현모양처는 기본이다. 사실 내가 깔끔하고 여성스럽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내게 제일 중요한 건 평창 올림픽이다. ‘이상화를 보며 잃었던 용기를 되찾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또 한 번 사람들 꿈을 이뤄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가 1일 오후 인천 영종도의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김경록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가 1일 오후 인천 영종도의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김경록 기자

이상화는 …
●생년월일: 1989년 2월 25일(서울)
●체격조건: 키 1m65㎝, 몸무게 55㎏
●출신학교: 은석초-휘경여중-휘경여고-한국체대
●보유 기록: 36초36(2013년 2차 월드컵·500m 세계기록), 74초70(1·2차 합계, 올림픽 기록)
●경력: 2006 토리노 올림픽 500m 5위
2007 창춘 아시안게임 500m 은
2010 세계스프린트선수권 종합 1위,
밴쿠버 올림픽 500m 금
2012 세계선수권 500m 금
2013 세계선수권 500m 금
2014 소치 올림픽 500m 금
(한국 선수 최초 겨울 올림픽 2연패)
2016 세계선수권 500m 금
 
인천=김효경·김지한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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