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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젊은 층의 행복 위한 저출산 정책 펴야

중앙일보 2017.11.02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저출산 문제는 누구나 걱정하고 해결하고 싶어 하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 노인들만 많아진다, 오래지 않아 연금이 고갈되고 국가재정에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라며 출산장려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국가가 저출산 정책을 준비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40대 이하의 기혼 여성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25명이었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두 명의 자녀를 갖고 싶다고 답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남녀에게서도 이상적인 자녀수는 기혼여성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44세 이하 미혼남성의 이상 자녀 수는 1.96명, 미혼여성은 1.98명이었다.
 
동일한 조사가 3년 단위로 반복됐는데, 과거 자료를 보아도 2명의 자녀는 갖고 싶다는 생각이 20년이 넘도록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2001년 이후 합계출산율 1.3 이하의 초저출산율이 17년째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으려 하거나, 낳아도 하나만 가지려 하고 있다. 이는 많은 경우에 결혼을 하기 싫거나, 자녀를 낳기 싫어서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선택의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상이 현실이 되기엔 현실이 너무 불우한 것이다. 취업도 힘들고 취업을 해도 변변찮은 수입에, 자녀 양육 부담은 커져만 가고, 우울한 미래가 보이는 젊은 세대에게 저출산은 강요된 선택일 뿐이다.
 
필자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오히려 반감을 보이는 젊은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가족가치를 말하고, 자녀의 소중함을 말하는 포스터에 냉소를 보였다. 그 학생은 지금 자신의 처지도 힘든데 국가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요구한다고 느낀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에 불편함도 토로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저출산 정책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뿐 아니라 그 안에 사는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정책이다. 결혼하고자 하는데 어려움을, 출산과 자녀 양육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국가가 나서서 제도를 개선하고 도움을 주는 것은, 마치 구직자들을 위해 일자리 확대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처럼 국가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이다. 이것이 저출산 정책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젊은 세대가 국가를 위해서 동원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 국가가 도와주러 나섰다고 느꼈을 때 저출산 문제에도 해답이 보일 것이다. 출산은 결국 젊은 세대 개개인이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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