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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보 걸으셨군요, 보험료 5% 깎아드리죠

중앙일보 2017.11.02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미국의 보험 스타트업 오스카헬스(Oscar Health)는 2015년부터 희망하는 가입자에게 손목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했다. 기기를 통해 가입자가 목표 걸음 수를 달성했음을 확인하면 하루당 1달러, 매달 최대 20달러를 아마존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4만 명의 전체 가입자 중 3분의 2가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목표 걸음 수는 하루 2000~1만 걸음 정도로, 사용자가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에 따라 조절된다.
 

금융위 건강증진 보험 가이드라인
건강 관리 잘한 고객에 할인·환불
앱·스마트워치 수치 자료 활용
질병지수 연계된 상품 나올 수도
해외선 다양한 상품 이미 활성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글로벌 보험업계에 헬스케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인슈어테크(Insurtech, 보험+기술), ‘건강증진형 보험’의 등장이다. 그동안 한국의 애매한 규제 때문에 선보이지 못했던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보험상품들이 조만간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마련했다고 1일 밝혔다. 질병·사망보험의 경우 소비자의 건강관리 노력·성과에 따라 경제적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보험업법상 ‘특별이익 제공 금지’ 규정에 걸릴 수 있다는 해석 때문에 보험사가 머뭇거렸던 부분을 ‘문제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어줬다. 보험사가 제공할 수 있는 편익은 보험료 할인이나 보험금 증액, 현금 또는 포인트 지급, 건강관련 서비스 등으로 제시했다. 다만 오스카헬스처럼 웨어러블기기를 직접 제공하는 것은 제외했다. 대신 건강관리기기구입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는 지원해줄 수 있게 했다.
 
김봉균 금융감독원 보험감리실 팀장은 “건강증진형 보험이 고령화 시대 보험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라며 “이미 국내 보험사도 상품을 개발 중이어서 이르면 올 연말, 내년 초엔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A생명은 내년 중 ‘AIA 바이탈리티’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보험사 디스커버리의 건강관리프로그램 ‘바이탈리티’를 이용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다. 보험 가입자가 스마트폰에 AIA 바이탈리티 앱을 깔면 걸음 수, 고강도(최대 심박 수의 60% 이상) 운동 시간 등을 체크해준다. 가입자가 목표치를 달성하면 경제적 혜택을 제공한다. 건강식품이나 헬스클럽 등록비용 할인, 보험료 할인 등이다. 지금은 AIA생명 직원들이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일주일간 하루 7500보 이상 걸음 수를 달성하면 스타벅스 쿠폰을 주는 식이다. 단, 목표를 달성하면 그 다음주 목표치는 올라간다. 더 열심히, 계속 운동을 하게끔 유도하기 위해서다.
 
AIA생명 관계자는 “고객이 건강을 관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보험사는 위험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보험료 할인 혜택과 결합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자체적으로 빅데이터형 건강정보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고객들의 건강정보 데이터를 모아 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고객계층별 맞춤형 보험 상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인프라가 구축되면 다양한 건강증진형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며 “건강한 고객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이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유병자 보험상품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당뇨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이라면 당화혈색소 지수를 7% 이하로 관리하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매년 10만원씩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손주형 금융위 보험과장은 “아픈 다음 사후적 치료에 그치지 않고 사전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시대로 바뀌면서 보험도 달라지고 있다”며 “해외에선 이미 건강증진형 보험 가입자의 건강이 좋아지면서 보험사의 손해율도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산업이 고용유발계수(생산액 10억원당 고용자 수)가 16.7명으로 높다는 점도 정부가 건강증진보험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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