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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리바우길 열리다] 해발 1000m 안반데기, 배추밭 능선에 올라서자 숨이 막혔다

중앙일보 2017.11.02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7면 지면보기
안반데기는 사람이 일군 풍경이다. 해발 1000m 산 위에서 밭을 일군 생의 터전이다. 하여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현장이다. 안반데기의 배추밭은 배추를 수확한 뒤에도 아름답다.

안반데기는 사람이 일군 풍경이다. 해발 1000m 산 위에서 밭을 일군 생의 터전이다. 하여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현장이다. 안반데기의 배추밭은 배추를 수확한 뒤에도 아름답다.

안반데기에 오를 때마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다. 장담하는데, 안반데기는 우리네 삶이 일군 가장 감동적인 풍경이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지도를 처음 봤을 때 안반데기를 발견하고서 트레일의 진정성을 믿었다. 올림픽을 앞세운 반짝 이벤트가 허다한 요즘,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안반데기를 품어서 혹여 모를 오해에서 비켜날 수 있었다.
 
안반데기는 배추밭이다. 그래, 기껏해야 배추밭밖에 안 된다. 다만 다르다면, 배추밭이 들어선 자리다. 백두대간과 만나는 가파른 산비탈에 배추밭이 펼쳐져 있다. 1.95㎢ 면적으로 국내 고랭지 배추밭 가운데 가장 넓다. 1.95㎢ 면적이라면 감이 안 온다. 주민 수 2만6000명이 넘는 서울 옥수동이 딱 이만하다. 하도 넓어 시야가 배추밭을 다 담지 못한다. 해발 1000m의 안반데기는 국내에서 주민이 거주하는 가장 높은 지대이기도 하다. 현재 안반데기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농가는 28가구다.
 
안반데기는 1965년 배추밭으로 조성되기 시작됐다. 박정희 정부는 강원도 산자락에 흩어져 살던 화전민들을 해발 1000m 산 위로 올려 보냈다. 직접 가꾼 땅은 가꾼 사람에게 돌려준다는 나라의 제안에 화전민은 솔깃했다. 그러나 자갈투성이 비탈을 일구는 건 쉽지 않았다. 식량은커녕 식수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가을이면 도토리로 끼니를 때웠고, 겨울이면 밤새 내린 눈이 길을 지웠다. 눈 내린 다음날이면 헬리콥터가 날아와 음식을 던져줬다. 그 현장을 TV 뉴스가 꼬박꼬박 중계했다. 그러고 보니 96년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이 발발했을 때 북한군이 숨어들었던 강원도 깊은 자락도 안반데기였다.
 
요즘 들어서는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졌다. 비탈 심한 배추밭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풍광 덕분이다. 안반데기에서는 추석 전에 배추를 수확한다. 하여 늦여름에 올라와야 산비탈의 배추를 사진에 담을 수 있다. 겨울에는 눈부신 설국으로 변신한다. 안반데기는 기록적인 폭설로 악명이 자자한 지역이다. 별자리를 찾거나 해맞이를 하러 안반데기를 오르는 사람도 많다. 마을에서 산촌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안반데기의 표기는 분명하지 않다. 안반덕·안반덕이 등이 섞여 쓰인다. 떡메로 쌀을 내리칠 때 쓰는 ‘안반’처럼 생긴 ‘덕’(산 위에 형성된 평평한 구릉지대)이라는 뜻으로, 안반데기는 강릉 사람이 부르는 이름이다. 행정구역은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에 속한다. 4코스 종점이자 5코스 시작점이 해발 1010m 피덕령이다. 배추밭은 해발 1000∼1200m 비탈에 자리한다.
 
능경봉 오르는 길. 백두대간 품 속이어서 숲이 깊다.

능경봉 오르는 길. 백두대간 품 속이어서 숲이 깊다.

5코스는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뉜다. 안반데기 구간이 약 5㎞에 이르고, 나머지 약 7㎞ 구간은 백두대간이다. 안반데기를 지도에서 보면 남북 방향으로 날개를 편 나비처럼 생겼는데, 북쪽 끄트머리에 고루포기산(1238m)으로 연결되는 오솔길이 있다. 고루포기산에서 능경봉(1123m)을 거쳐 대관령 휴게소(835m)까지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백두대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 7㎞ 남짓한 산길이 올림픽 아리바우길에서 유일한 백두대간 구간이다.
 
백두대간에 드는 일은 여느 산행과 의미가 다르다. 백두대간이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산줄기이어서이다. 산세를 개별 봉우리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하는 것은 우리만의 문화다. 그것도 그 뿌리가 백두산이다. 우리 민족은 산에서도 관계와 맥락을 읽어낸다. 하여 우리는 산을 오르지 않는다. 산에 든다. 백두대간 산행은 평범한 경험이 아니지만, 일단 대간에 들면 그리 고달프지 않다. 무난한 경사의 산마루를 따라 숲길이 이어진다.
 
5코스는 올림픽 아리바우길 중에서 가장 높은 지대를 통과한다. 그러나 난이도는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백두대간 구간은 강릉과 평창의 경계이지만, 행정구역은 평창에 속한다. 횡계 전망대에서는 평창 쪽이, 능경봉 전망대에서는 강릉 쪽이 내다보인다.
 
특별취재팀=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올림픽 아리바우길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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