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올림픽 아리바우길 열리다] 정선 장터 지나 조양강 물길 따라 칙칙폭폭 기찻길

중앙일보 2017.11.02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정선 아리랑시장은 정선오일장의 다른 이름이다. 시장은 아직 시골의 정취로 아늑하고 훈훈하다. 길을 시작하기에 시장만큼 어울리는 장소도 없다.

정선 아리랑시장은 정선오일장의 다른 이름이다. 시장은 아직 시골의 정취로 아늑하고 훈훈하다. 길을 시작하기에 시장만큼 어울리는 장소도 없다.

길은 왁자지껄한 시장에서 시작한다. 정선오일장. 지금은 정선 아리랑시장이라고 달리 부른다. 원래는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닷새장이었지만 사람이 몰려든 뒤로 매일 장이 선다.
 
정선 아리랑시장은 정선 최고의 관광명소다. 정선군 인구가 3만8000명을 헤아리는데 시장의 연 방문객은 70만 명에 육박한다. 정선 아리랑시장은 전국 문화관광시장의 모범이기도 하다. 시장에 대단한 물건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곤드레·황기·더덕 등 산나물과 약초, 메밀전병·올챙이묵(옥수수묵)·콧등치기국수 등 향토음식이 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신에 사람이 다르다. 노점 좌판에 ‘신토불이증’라고 적힌 이름표를 단 상인들이 죽 앉아 있다. 이름표는 일종의 증명서다. 정선에서 나는 물건을 파는 정선 상인만 찰 수 있다. 문화도, 장사도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이치를 서울에서 자동차로 네 시간 거리의 시골 장터가 증명한다.
 
시장에서 나온 길은 정선역을 들렀다가 조양강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물길 옆으로 기찻길이 나란하다. 두메산골 정선의 길은 사실 물길과 철길이다. 조양강 물길을 따라 소나무 실은 뗏목이 내려갔고, 정선선 철길을 따라 부침 심했던 탄광의 세월이 흘러갔다. 물길의 내력과 철길의 세월을 되짚다 보면 올림픽 아리바우길의 정선 구간인 1코스와 2코스가 끝난다.
 
정선역에는 하루 네 번 기차가 멈춰 선다. 청량리역과 제천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한 번씩 아우라지역을 갔다오는 길에 들러 모두 네 번이다. 정선선은 원래 예미역(지금은 태백선)을 출발해 증산역(지금의 민둥산역)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튼 뒤 정선역∼나전역∼아우라지역을 지나 구절리역까지 이어지는 45.9㎞ 구간을 이른다. 정선이 석탄으로 흥청거리던 시절 정선선은 정선의 젖줄이자 동맥이었다.
심심산골 정선은 기차여행의 성지다. 정선역에는 하루 네 번 기차가 멈춰 선다.

심심산골 정선은 기차여행의 성지다. 정선역에는 하루 네 번 기차가 멈춰 선다.

지금의 정선선은 기차여행 매니어에게 각별한 구간이다. 정선 아리랑시장을 테마로 삼은 기차여행상품이 국내 패키지여행상품의 스테디셀러고, 나전역과 아우라지역은 간이역 여행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무인 기차역인 나전역은 TV CF나 영화·드라마의 단골 촬영지다. 정선선 기차는 이왕이면 함박눈 내리는 겨울날 올라타시라고 권한다. 빨간 열차가 하얀 세상을 거침없이 달리는 장면은 차라리 가슴 벅차다.
 
길은 조양강 물길을 따라 이어진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강 너머 다래뜰이 환하다. 다래뜰은 언덕배기에 들어선 아담한 산골마을이다. 강 건너 산이 벽처럼 서서 마을의 시야를 가린다. ‘뼝대’라는 정선 사투리를 아시는가. 절벽을 뜻하는 ‘뼝대’라는 말이 이 풍경에서 나왔다. ‘정선 하늘은 세 치’라는 말이 전할 만큼 정선은 첩첩산중에 틀어박혀 있다. 하여 정선 사람은 벽처럼 에운 산을 올려다보며 살았다. 정선 사람의 앞을 가로막은 산이, 아니 절벽이 뼝대다. 뼝대라는 단어에는 낮은 데에서 사는 삶의 딱하고 먹먹한 심정이 얹혀 있다.
 
다래뜰은 한반도 지형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물길이 급하게 돌아가는 모퉁이 지형에서 한반도를 연상해 붙인 이름이다. 길이 다래뜰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다래뜰이 한반도처럼 보이는지는 알 수 없다. 다래뜰 맞은편의 상정바위산(1006m)에서 내려다봐야 반도 모양이 드러난다. 상정바위산 오르는 길이 문곡본동 정류장 근처에서 시작된다. 1코스 중간을 조금 넘은 지점에 있다.
 
여기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린다. 다리를 건넌 뒤 조양강을 따라 걷는 강변로 코스(3.7㎞)가 있고, 마을 뒷산을 오르는 새리골 등산로 코스(3.2㎞)가 있다. 길은 강변로 코스가 길지만, 시간은 등산로 코스가 30분쯤 더 걸린다. 1시간 30분은 각오해야 한다. 대신에 솔숲에서 내려다보는 남평들녘의 그윽한 풍광은 땀 흘린 보상으로 모자람이 없다. 갈라졌던 길은 나전역 어귀 북평교에서 다시 만난다. 다리 건너 나전역에서 1코스가 끝난다. 대합실 나무의자에서 아주머니 두어 명이 보따리 베고 누워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별취재팀=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올림픽 아리바우길 열리다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