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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유리 멘탈’ 잡아준 알프스 클라이밍 해보니

중앙일보 2017.11.02 00:01
울산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에서 직접 암벽 등반을 해봤다. 인공 암벽 등반은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잘 올라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몹시 긴장한 상태다. [사진 국제클라이밍 센터]

울산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에서 직접 암벽 등반을 해봤다. 인공 암벽 등반은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잘 올라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몹시 긴장한 상태다. [사진 국제클라이밍 센터]

"그냥 사다리 타듯 올라가면 돼."
애써 긴장감을 감추고 왼발을 작디작은 홀드(발을 디디거나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한 돌출물)에 용감하게 올렸다. 

울산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
월 1000여 명 이용, 40~50대 많아
체력·근력 향상에 집중력까지 높여줘
초등학생·직장인들도 단체 체험 인기
억새 군락지 간월재 오르는 등산로도

"으아~."
 두 손으로 홀드를 잡고 발가락을 오므려 두 발을 모두 홀드에 올리자 온몸에 힘이 들어가 절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뒤에 선 강사는 자꾸 손을 뻗어 저만치 위에 있는 홀드를 잡으라는데, 지금 잡고 있는 걸 놓으면 뒤로 떨어질 듯한 공포가 엄습했다.
5m 높이에 올라가자 공포심에 다리가 후들거려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다. [사진 국제클라이밍센터]

5m 높이에 올라가자 공포심에 다리가 후들거려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다. [사진 국제클라이밍센터]

6m 높이의 실내 암벽장. 형형색색의 홀드가 너무 작고 매끄럽게만 느껴졌다. 뒷모습이 추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초심은 잊고 오로지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강사의 지시에 열심히 따랐다. 
어기적대며 5m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 하지만 꼭대기에 있는 빨간 홀드는 너무 높아 보였다. 팔 힘은 다 빠졌다. 저것만 잡으면 1단계 코스 완료인데. "할 수 있다"는 강사와 "안 된다"며 몇 번을 실랑이하다 결국 포기. 그런데 내려오는 것이 더 문제였다. 땅으로 천천히 내려올 수 있게 완강기 로프를 허리에 감았지만 도저히 손발을 암벽에서 뗄 수 없었다. 
한참(실제는 몇 초)을 매달려 있다 "으악"하는 비명과 함께 로프를 잡고 내려와 땅에 벌러덩 넘어졌다.
결국 첫 시도에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고 비명 소리와 함께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고 있다. [국제클라이밍센터]

결국 첫 시도에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고 비명 소리와 함께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고 있다. [국제클라이밍센터]

인공 암벽 등반 체험. 2분 남짓 매달려 있었을 뿐인데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땀이 배어 나왔다. 손이 덜덜 떨려 휴대전화를 잡기도 어려웠다. 암벽을 올려다보니 아까보다 훨씬 높아 보였다. 
“로프를 몸 중심에 두고 로프 너머로 홀드를 잡지 마세요.” 
몇 분 쉬고서 강사가 일러준 주의사항을 되뇌며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역시 마의 5m 구간에서 두려움이 커졌다. 눈을 질끈 감고 오른팔을 죽 뻗으니 마지막 홀드가 잡혔다. "아, 성공이다." 
하지만 역시 내려올 때는 비명이 나왔다. 위치를 옮겨 2단계 코스까지 간신히 완료했다. 3번 해 본 뒤 다시 1단계 코스에 오르자 한결 수월하게 정상을 찍을 수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팔에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하나씩 도전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근육들이 깨어나는 느낌도 들었다.
 
박진수 울산 울주군청 영남알프스 주무관(클라이밍 강사)은 “처음에는 다 힘들어하지만 초등학생들도 2단계까지는 잘 올라간다”고 말했다.
4번의 등반에 지쳐 클라이밍 전용 슈즈를 벗었다. 발도 아팠다. 작은 홀드에 발끝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클라이밍 전용 슈즈는 원래 신발 치수보다 두 단계쯤 작게 신는다.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에서 실내 암벽 등반을 즐기는 이용객들. 이들은 한계를 크게 느낄수록 그것을 극복하는 성취감 역시 커진다고 등반 이유를 밝혔다. 최은경 기자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에서 실내 암벽 등반을 즐기는 이용객들. 이들은 한계를 크게 느낄수록 그것을 극복하는 성취감 역시 커진다고 등반 이유를 밝혔다. 최은경 기자

이곳은 울산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 있는 국제클라이밍센터다. 실내외 인공 암벽장을 갖춘 이곳은 전국의 400여 개 클라이밍 센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해 2월 개장해 월 이용객이 1000명을 넘는다. 주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많이 오지만 전국 각지에서 클라이밍 선수들이 훈련하러 온다. 지난 9월에는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가 열렸다. 날씨가 추워져 야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실내 암벽장을 찾는 이용객이 늘고 있다.
 
실내 암벽장은 문을 제외하고 모든 벽이 암벽으로 꾸며져 있다. 초보자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 코스부터 1년 이상 훈련해야 등반할 수 있는 고난도 코스까지 다양하다. 지난 10월 31일 오전에 가보니 6~7명이 암벽 등반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 1~2회 이상 이곳을 찾는 자유 이용객으로 같은 색의 홀드만 사용해 등반하기, 홀드 건너뛰고 오르기 같은 나름의 규칙을 정해 점점 더 높은 난도에 도전하고 있었다.
여성 이용객도 많다. 한 여성이 로프를 매달지 않고 맨손으로 암벽 등반을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여성 이용객도 많다. 한 여성이 로프를 매달지 않고 맨손으로 암벽 등반을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박 주무관은 “강습생은 주로 40~50대지만 8세부터 체험할 수 있어 가족 단위나 초·중교 학급별 이용객도 많다”고 말했다. 회식이나 워크숍 시간을 이용해 단체 체험을 하러 오는 회사도 늘고 있다. 이용객의 남녀 성비는 비슷하다.
 
클라이밍은 신체와 정신 발달에 모두 좋다. 온몸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력과 체력을 기를 수 있다. 근육이 커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잔 근육이 고루 발달한다. 또 집중력이 향상되고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홀드를 하나 건너뛰고 올라가는 고난도 등반을 해보이는 박병규씨. 몇 번 미끄러진 끝에 성공했다. 최은경 기자

홀드를 하나 건너뛰고 올라가는 고난도 등반을 해보이는 박병규씨. 몇 번 미끄러진 끝에 성공했다. 최은경 기자

인공 암벽 등반을 한 지 4년째인 박병규(39, 울산항운노동조합 근무)씨는 “일이 없는 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와서 4~5시간 운동한다”며 “상체 근육이 발달한다는 신체적 장점 외에도 암벽에 매달려 있으면 올라가는 것에만 집중하게 돼 약해진 멘탈(정신)을 다잡는 데 아주 좋다”고 말했다. 
박씨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매사에 당당해졌다며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들에게 암벽 등반을 추천했다. 또 그는 “나이가 들어도 신체 능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평생 운동”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실제 이용객 가운데 60·70대가 많다. 박씨와 함께 운동하던 한 50대 후반 이용객은 “올라갈수록 몸에 힘이 빠지면서 높이에 공포를 느껴 신체·정신적 한계를 겪지만 그것을 극복했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그는 인공 암벽 등반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한 줄을 채 못 쓰던 일기를 10줄 이상 쓸 수 있게 됐다. 그의 추천을 받아 운동을 시작한 동료(60대 초반) 역시 “등산과 다르게 시·공간 제약이 없고 짧은 시간에 힘을 집중해 쓸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실외 암벽장 모습. 로프 클라이밍, 스피드 클라이밍, 볼더링 클라이밍 세 종목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사진 울주군청]

실외 암벽장 모습. 로프 클라이밍, 스피드 클라이밍, 볼더링 클라이밍 세 종목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사진 울주군청]

3~10월에는 실외 암벽장도 붐빈다. 실외 암벽장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난도가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로프 클라이밍장, 홀드의 위치와 모양이 같은 여러 개 레인에서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 클라이밍장, 바닥에 충격 흡수 매트를 깔고 안전장비 없이 맨손으로 오르는 볼더링 클라이밍장이다. 요즘은 볼더링 클라이밍이 인기다. 
국제클라이밍센터 옆 산악문화센터 2층에 있는 산악테마전시실. [사진 울주군청]

국제클라이밍센터 옆 산악문화센터 2층에 있는 산악테마전시실. [사진 울주군청]

국제클라이밍센터 옆 등산로를 따라 1시간 30분 정도 올라가면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간월재에 다다른다. 저 멀리 간월재가 보인다. 최은경 기자

국제클라이밍센터 옆 등산로를 따라 1시간 30분 정도 올라가면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간월재에 다다른다. 저 멀리 간월재가 보인다. 최은경 기자

이곳에는 암벽 등반뿐 아니라 산을 테마로 한 여러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다. 이날 오전 국제클라이밍센터 바로 옆 간월재로 가는 등산로에는 등산객이 수십 명 몰렸다. 간월재는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는 울산·경북·경남에 걸쳐진 산악지대 중 신불산과 간월산이 만나는 곳으로 가을이면 억새 군락지가 형성되는 울산 대표 관광지다. 국제클라이밍센터에서 간월재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전경. [사진 울주군청]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전경. [사진 울주군청]

국제클라이밍센터와 함께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를 이루는 산악문화센터 2층에는 영남알프스의 경관과 역사·문화를 소개하는 산악테마전시실이 있다. 아래층의 최신 개봉 영화를 볼 수 있는 알프스시네마도 들를 만하다. 국제산악영화제 기간에는 산과 관련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도 상영한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 이용하려면
주소: 울주군 상북면 알프스온천5길 103-8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체험 프로그램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 
강습 신청: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월 8회 강습 
강습료: 월 5만원
1회 자유 이용료: 성인 평일 3000원, 주말 4000원/ 
만 19세 이하 평일 1000원, 주말 2000원(4시간 기준)
체험 프로그램 비용: 성인 평일 3000원, 주말 4000원/  
만 19세 이하 평일 1000원, 주말 2000원(30분 기준)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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