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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친박 공천용 靑 여론조사에 국정원 5억 흘러갔다

중앙일보 2017.11.01 20:06
박근혜 청와대,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진박' 지원 경선 여론조사 의혹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가 발주한 ‘친박 공천 전략용’ 여론조사에 국정원 돈이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총선 4개월 뒤 국정원과 접선
청와대 외부서 현금 5억원 받아
법조계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
"청와대 법 위반 아니다" 반론도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4·13 총선을 앞둔 지난해 초 청와대가 새누리당 후보 경선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그 비용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지불했다는 국정원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당내 공천 결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당내 공천 결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연합뉴스]

 
당시 청와대는 비공식적으로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조사를 벌였으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국정원에 요구해 특수활동비 5억원을 받아서 냈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이다.  
해당 여론조사업체는 A사로 지금은 다른 여론조사업체와 합병됐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출신의 L씨가 4·13 총선 직전 설립했다.
 
지난해 총선 때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경쟁이 치열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여론조사는 정무수석실이 주도했으며, 조사는 대구·경북(TK) 지역에 집중됐다. 당시 정무수석은 현기환씨였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주도권을 쥐려면 여당 내에 친박 의원을 많이 포진시켜야 한다는 게 당시 청와대의 기본 인식이었다. 이른바 '진박계'(진짜 박근혜계라는 의미)의 총선 경쟁력을 타진하기 위해 은밀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비밀리에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그 비용을 국정원 돈(특수활동비)으로 낸 것은 청와대의 공천 개입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와대가 국정원 돈을 받는 시기와 방법이 통상적이기 않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는 총선이 4개월가량 지난 2016년 8월 국정원에 이 돈 문제를 알렸다. 정무수석이 김재원(한국당) 의원으로 교체된 뒤였다. 장소도 청와대 외부의 한적한 도로로 정했고 그곳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직원이 국정원 간부로부터 현금 5억원이 든 가방을 받아 이를 여론조사 업체에 건넸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일반적인 국정 관련 여론조사라면 청와대가 자체 비용으로 처리가 가능했겠지만 이 경우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국정원의 돈을 쓴 것으로 의심된다. 공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도 청와대의 총선 개입 및 선거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는 “선거법 위반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주는 등 구체적인 개입 행위가 동반돼야 한다. 청와대에서 선거 결과 예측용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면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 청와대가 정당의 경선과 관련된 여론조사를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관련 여론조사는 역대 정부 청와대에서 모두 해온 일이다. 조사 비용을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충당한 것도 박근혜 정부 때만의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현일훈·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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