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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박정희, 민주화 김대중 함께 조명한 첫 학술토론회 가보니

중앙일보 2017.11.01 16:54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상 대담 이미지. [중앙포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상 대담 이미지. [중앙포토]

 
"보수 정권이 박정희의 업적만큼 김대중의 업적도 높다는 점을 인정할 때, 진보 정권이 김대중의 민주화가 박정희의 성과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인정할 때만이 위대한 한국으로 나아가는 일이 가능하다. 한국 사회가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더 위대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사이의 투쟁이 만든 잔재를 극복하고 단합해야 한다."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양 진영서 성공 모델 꼽는 前 대통령 박정희와 김대중
두 인물 나란히 두고 생애·업적 돌아보는 자리는 처음
"서로가 박정희와 김대중 인정해야 위대한 한국 가능"

 
박정희와 김대중.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과정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두 전직 대통령이다.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 보수세력은 박 전 대통령을, 진보세력은 김 전 대통령을 각각의 성공 모델로 더 내세운다. 뿐만아니라 상대 진영이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경쟁도 해왔다. 
 
두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도 각 진영마다 엇갈린다. 박 전 대통령에겐 가난한 한국을 일으켜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18년간 독재를 하면서 유신 헌법을 선포해 인권을 탄압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따라다닌다. 
김 전 대통령에겐 민주화, 북한과의 관계 개선, IMF 경제위기 극복에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정권 내내 만연했던 친인척과 측근 비리 사건과 지나친 대북 퍼주기 정책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도움을 줬다는 지적도 받았다.
김대중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992년 12월 13일 고 박정희 전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대중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992년 12월 13일 고 박정희 전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올해 탄생 100주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8년 뒤인 2024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대구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살펴보는 이례적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각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돌아보는 학술대회는 여러 차례 열려 왔지만 두 인물을 나란히 두고 평가하는 학술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주관한 '박정희·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는 1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 그랜드볼룸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행사에는 윌리엄 오버홀트 선임연구원, 전상인 서울대 교수, 최진 세한대 부총장, 마이클 로빈슨 인디애나대 교수가 강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이달곤 전 행정자치부 장관,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 이주석 대구경북연구원장 등도 참석했다.
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대구=김정석기자

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대구=김정석기자

 
오버홀트 선임연구원은 '한국을 구한 대통령 : 박정희와 김대중'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한 곳이었던 한국을 어떻게 일으켜세웠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박 전 대통령의 경제 개발 모델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현대 사회에서 김 전 대통령이 어떻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는지를 조명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박 전 대통령이 북한의 김일성처럼 군사력 강화를 가장 우선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경제 개발을 최우선순위로 놓았다. 박 전 대통령의 성공 초석은 바로 이런 혜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미중앙정보국(CIA)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1961년 북한보다 훨씬 열세였지만 오늘날 한국은 북한보다 50배 이상 강한 국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에서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이 강연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에서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이 강연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오버홀트 선임연구원은 박 전 대통령이 사유재산과 자유경쟁을 보장한 가운데 사회주의적 경제전략을 구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적으로는 기업들 간의 경쟁구도가 있었지만 정부가 성과 목표를 지시하고 막대한 대출을 해줬다. 정부는 평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도시와 농업 사이의 불균형도 해소하려 노력했다"며 "이는 한국 사회가 안정되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 개발 모델을 잘 이해하고 현대 사회에 맞는 새 모델로 전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60년대엔 효과가 있었던 박 전 대통령의 경제 개발 모델이 현대 사회에선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IMF 경제위기로 이어진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한국 사회의 수요에 성공적으로 부응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전 대통령은 한국 사회에 성숙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기여했다"며 "일본의 경우 소수의 보수 집단이 국가를 지배하는 형태인데 한국은 일본보다 더 성숙된 민주주의 형태를 운용 중이고, 이는 향후 한국이 일본보다 더 부유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대구=김정석기자

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대구=김정석기자

 
오버홀트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지금껏 식민지에서 벗어난 국가 중 가장 성공한 사례"라며 "오늘날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더 위대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사이의 투쟁이 만든 잔재를 극복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강연에선 전상인 교수가 '계획가 박정희의 근대화 리더십'을, 최진 부총장이 '박정희·김대중의 세계관과 리더십'을, 로빈슨 교수가 '한국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들 강연에서도 두 전직 대통령이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한 업적,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두 인물의 생애와 가치관 비교 등이 이어졌다.
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에서 전상인 서울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에서 전상인 서울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학술토론회를 주관한 대구경북연구원 이주석 원장은 "대한민국은 60년대 이후 성공적으로 산업화를 이룩하고 경제적 빈곤을 극복했다. IMF 경제위기 역시 단기간에 이겨내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됐다"면서 "이 학술토론회를 기점으로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과 지도력을 되돌아보고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함으로써 새 시대를 열어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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