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악몽 된 뉴욕 핼러윈데이, 20명 사상 테러…“입국심사 강화”

중앙일보 2017.11.01 15:36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31일(현지시간) 픽업트럭이 자전거도로를 덮치는 테러가 발생해 20명 안팎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날은 미국인들이 귀신 복장을 하고 캔디 등을 나눠먹는 핼러윈데이인데다 저녁 맨해튼 내에서 5만여 명이 참가하는 퍼레이드 축제가 예정돼있어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비화할 뻔 했다. 테러범은 범행 직후 ‘알라후 아크바르’(알라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위해 범행했다는 메모도 발견된 것으로 보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고 즉시 ‘테러’로 규정하고 입국심사 강화를 지시했다.
   

9ㆍ11테러 발생지 1km 거리에서 트럭으로 자전거도로 덮쳐
“알라신은 위대”외친 테러범 차에서 “IS이름으로”메모
트럼프, 즉시 테러로 규정하며 “입국심사 강화 지시”트윗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전거도로를 돌진한 픽업트럭. 오른쪽은 체포된 용의자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세이풀로 사이포브. [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전거도로를 돌진한 픽업트럭. 오른쪽은 체포된 용의자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세이풀로 사이포브. [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맨해튼 남부 다운타운 내챔버스스트리트 일대에서 ‘홈디포’ 회사명이 쓰인픽업차량이허드슨강을 끼고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덮쳐 8명이 숨졌고 10여 명이 다쳤다. 사건 장소는 2001년 ‘9ㆍ11 테러’가 발생했던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불과 0.6마일(약 1km) 떨어진 곳이다. 트럭은 자전거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20블록을 돌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트럭은 스쿨버스와 충돌했다. 이어 트럭 운전자가 총을 들고 내려 보행자들을 위협했지만 실탄이 없는 모조품으로 확인됐다. 언론에 공개된 폐쇄회로TV(CCTV)에는 테러범이 차에서 내려 왕복 8차선 도로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테러범은 경찰이 쏜 총에 복부를 맞고 체포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는 검거 직전 아랍어로 “알라신은 위대하다(Allahu Akbar)”고 외쳤다. 
 
범행을 저지를 이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9세 세이풀로 사이포브로 확인됐다. 지난 2010년 미국으로 입국해 주로 플로리다 주 탬파에 주소를 뒀으며 최근에는 뉴욕과 맞닿은 뉴저지에도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영주권(green card)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테러범은 우버 소속 운전기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 조사에 협력하기 위해 경찰, 미 연방수사국(FBI)과 계속 긴밀히 연락할 것”이라고 알렸다. 또 테러범이 우버의 신원 조회를 통과한 뒤 6개월여간 1400회 이상 차량을 운행했다고 밝혔다.
FBI는 이번 사건이 9ㆍ11 테러 이후 뉴욕에서 발생한 최악의 공격이라면서 “계획된 테러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극단주의 단체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과의 연계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CNN은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IS의 이름’으로 공격을 감행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아랍어로 쓰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외부 테러단체로부터 영감을 받은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트럭 돌진 사고 지점. 2001년 ‘9ㆍ11 테러’가 발생했던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불과 1km 거리다.[사진 CNN캡쳐]

뉴욕 트럭 돌진 사고 지점. 2001년 ‘9ㆍ11 테러’가 발생했던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불과 1km 거리다.[사진 CNN캡쳐]

 
트럼프 대통령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부터 사건 경위를 보고받았고, 곧바로 ‘테러’로 규정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뉴욕에서 역겹고 정신 나간 사람이 또 공격한 것 같다”며 “경찰이 이 건을 자세히 보고 있다. 미국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슬람국가(IS)를 중동 등지에서 물리친 뒤 이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거나 다시 돌아오게 해서는 안 된다. 이미 충분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방금 국토안보부에 이미 ‘극단적인 심사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렸다. 그는 “정치적으로 올바르려는 것은 좋지만 이 경우는 아니다”고 반대를 무릅쓰고 입국심사 강화를 밀고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관련기사
 
사건 발생 직후 이 일대 학교와 관공서 전체가 폐쇄됐다. 핼러윈데이를 즐기던 많은 목격자들은 경찰이 테러범을 향해 발사한 총성과 추격 장면 등을 핼러윈 장난인 것으로 착각했다. 이 때문에 맨해튼의 퍼레이드와 겹치면서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번질 뻔했다.  
퍼레이드는 취소되지 않고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됐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인들은 강하고 근성있다. 의심되는 것을 발견하면 무조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문병주 기자 jwshim@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