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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이사들,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제출…처리는 언제?

중앙일보 2017.11.01 15:29
지난 9월 5일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9월 5일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MBC 사장 해임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방문진 사무처 "김장겸 사장 해임안 2일 오후 접수"
진보 이사들, 이르면 6일 늦어도 16일 처리 예정
의결 돼도 김장겸 사장 반발 땐 장기화 가능성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사무처 등에 따르면 1일 오후 방문진 진보 성향 이사 5명이 'MBC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방문진 사무처에 제출했다. 방문진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에 상정할 안건은 내용의 사전 숙지를 위해 이사회 개최 10일 전 사무처에 제출하게 돼 있다. 다만 과반수 이사들의 요청에 의해 기간은 단축할 수 있다.
 
김경환·유기철·이완기·이진순·최강욱 등 방문진 진보 성향 이사들은 해임안을 통해 "MBC가 '만나면 좋은 친구'가 아니라 '없어도 좋은 친구'로 전락했다"며 "지난 정권의 방송장악 플랜을 충실히 수행한 하수인들에게 공정성과 자율성이 참혹하게 침탈된 결과로 그 한가운데 김장겸 사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장겸 사장을 해임해야 할 이유로 ▶방송법과 MBC 방송강령을 위반하며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했으며 ▶MBC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었고 ▶부당 전보, 부당 징계 등 노동법을 수시로 어겼으며 ▶공영방송 사장답지 못한 언행으로 MBC 신뢰와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다만 김장겸 사장 해임안은 2일 열릴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는 처리되지 않을 예정이다. 진보 성향 유기철 이사는 "해임안을 곧장 처리할 경우 정치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2일 정기이사회 때 언제 처리하면 좋을지 협의할 것"이라며 "2일 정기이사회에선 고영주 이사장의 불신임안만 처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고영주 이사장의 불신임안이 처리되면 고 이사장은 이사회 소집 권한을 가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일반 비상임 이사직만 수행하게 된다. 이사장 대행은 방문진 이사 중 호선으로 결정된다. 고영주 이사장은 "과반수가 안 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2일 정기이사회에 참석할지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의결 정족수 규정 없이 과반수 의결로 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보수 성향 이사 4명 전원이 불참해도 진보 성향 이사 5명만으로 안건 처리가 가능하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 성향 이사들은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이르면 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늦어도 11월 두 번째 정기이사회가 열리는 16일에는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 방문진 고위 관계자는 "고영주 이사장 등 보수 성향 이사 4명이 태국 방콕으로 7일부터 11일까지 업무 출장을 간다. 이 기간에 해임안을 처리할 경우 불필요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진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처리해도 최종 결정은 절차적으로 MBC 주주총회를 거쳐야 확정된다. 상법상 주주총회 소집 권한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있다. 즉 MBC의 대표이사인 김장겸 사장이 주주인 방문진(지분 70%)과 정수장학회(지분 30%)에 통보해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장겸 사장이 자신의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한 주주총회 소집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방문진이 법원의 허가를 받은 뒤 총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통상 2~4주가 걸린다는 게 방문진 사무처의 설명이다.
 
김장겸 사장이 해임된 뒤 자신의 해임 요건 등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할 경우 MBC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즉 법원에 자신의 해임 무효 확인 소송을 낸 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해당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본안 소송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김장겸 사장의 해임은 집행되지 않는다. 부실 경영 등 이유로 지난 2008년 8월 해임된 정연주 당시 KBS 사장 또한 해임 무효 확인 소송과 가처분소송을 냈다. 다만 당시 법원은 “대통령의 해임처분은 행정처분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게 당연무효 사유로 볼 정도가 아니라면 해임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며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2일 방문진 정기이사회는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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