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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빠' 대입 설명서⑤] "대입 면접을 학원에서 준비한다고?"

중앙일보 2017.11.01 10:00
자녀 교육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무관심 아빠(무빠)'는 수험생 자녀가 "면접 준비를 위해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하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가 대입을 치른 학력고사 시절에는 면접이 형식적 절차였지만, 현재는 '말로 하는 논술시험'이라 교사나 학부모와 함께 준비하는 게 효과적이다. 일러스트 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자녀 교육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무관심 아빠(무빠)'는 수험생 자녀가 "면접 준비를 위해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하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가 대입을 치른 학력고사 시절에는 면접이 형식적 절차였지만, 현재는 '말로 하는 논술시험'이라 교사나 학부모와 함께 준비하는 게 효과적이다. 일러스트 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이자 중소 제조업체 부장인 김모(51)씨.
 

'무빠' 위한 대입 가이드 마지막회
학력고사 세대와 전혀 다른 면접 시험
미리 제시문 읽게 하고 40분간 토론도
혼자보다 교사·부모 함께 하면 효과적

드디어 수능의 달인 11월입니다. 김 부장은 걱정과 함께 희망도 조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입시 깜깜이'라는 끝없는 터널에 갇혀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 같았는데요. 이제는 터널 끝을 알리는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기분이랄까요. 보름 뒤, 딸이 수능을 치르고 나면 김 부장은 딸 대신 앓고 있는, 이 지긋지긋한 고3병과도 안녕을 고할 수 있겠지요.
 
입시 제도를 몰라 김 부장만 소외되던 대화에도 이제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아내와 딸의 이야기에 슬쩍 한마디 보탰다가 ‘봉창 두드린다’며 구박받을 일도 더는 없을 거고요. 대학생이 된 딸과의 대화는 지금처럼 살얼음판 걷듯 아슬아슬하지 않고 진솔하고 편안하게 이어질 테지요.
 
이런 상상을 하니 그동안 영영 오지 말았으면 싶었던 수능 날이 하루빨리 다가왔으면 하고 기다려질 정도입니다.
 
고3 딸은 여전히 공부 삼매경인데요. 지쳐 보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밝은 기색이 도는 것 같습니다. 끝이 보인다는 사실에 딸도 김 부장처럼 작은 희망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요. 기분이 조금 밝아진 김 부장은 작은 소원을 품어봅니다. 수능 날까지 이대로 잔잔하고 무사한 일상이 이어지길….
 

“면접시험을 혼자 준비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어려워요. 아빠, 아무래도 면접 때문에 학원 다녀야 할 것 같아.”

수능 날까지 딸과 아무 마찰 없이 무사히 지내길 바라던 김 부장의 작은 소망은 오늘 아침 딸의 한 마디에 와장창 무너졌습니다.
‘세상에. 취업도 아니고 대학 면접을 위해 학원에 다녀야 한다니.’ 김 부장은 황당함마저 느낍니다.
 
“대학 면접 때문에 학원에 다니는 사람도 있니?”
“네?”
 
김 부장 얘기에 딸도 황당한 표정입니다.
아내가 빠르게 진화에 나섭니다. “엄마가 학원 알아볼게. 너도 학교 가서 친구들이 어느 학원 다니는지 물어보고 엄마한테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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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이렇게 김 부장만 대화에서 쏙 빠집니다.

하지만 김 부장은 면접 때문에 학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납득이 안 됩니다. 김 부장은요. 열아홉살 때 대학 면접장에서 들은 질문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거든요.  
 
“자네, 우리 대학에 왜 지원했나?”
“무역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가?”
이게 전부였어요. 아마 그 교수님은 그날 면접 본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질문했을 겁니다.
 
면접 노하우란 것도 있긴 했습니다. 시험 전날, 고3 담임 선생님이 교무실로 부르더니 “인사 잘하고 대답 공손히 하라”고 알려주셨죠. “욕은 절대 하지 말라”고도 덧붙였고요.
 
물론 지금 대학 면접을 좀 달라졌겠지요. 그래도 학원이라니.
평소 책도 많이 읽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하는 딸이라면 면접 정도는 충분히 혼자 대비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⑤“대입 면접 때문에 학원까지 다녀야 하나요?”
김 부장의 기억은 정확합니다. 학력고사 시절, 면접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죠. 뻔한 질문과 답이 오가는 면접이 합격 여부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했습니다. 김 부장의 고3 담임교사가 해준 조언처럼 ‘육두문자’만 쓰지 않는다면 면접으로 인해 대학에 낙방하는 경우는 없었죠.

 
딸이 치르는 면접은 전혀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면접으로 합격 여부가 분명하게 갈린다는 겁니다. 수시전형 1단계는 학교생활기록부(이른바 '학생부')·자기소개서(일명 '자소서')·교사추천서 등 서류를 심사해 합격자를 가리죠. 1차 합격자는 최종 합격자의 3배 내지 5배까지 됩니다. 그러니 2차 시험을 거치며 3분의 2, 또는 5분의 4가 떨어지는 겁니다. '김 부장 시절'처럼 대학 면접이 요식 행위가 절대 아니란 얘기죠.  
 
시험의 성격도 완전히 다른데요. 딸이 치르는 면접은 이름만 ‘면접’이지 실상은 ‘구술고사’, 그러니까 말로 치르는 논술시험과 같습니다. 실제로 면접장에서 ‘시험지’도 나눠줍니다. 논술 시험지와 거의 똑같은 시험지에는 철학이나 자연과학·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제시문과 여러 도표가 담겨 있죠. 영어로 된 제시문도 종종 등장합니다.  
 
면접에 응시한 학생들은 이 제시문을 미리 읽고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순서가 되면 교수가 묻는 ‘제시문과 관련된 질문’에 답해야 하고요. 이를테면 “제시문 (나)의 내용을 참고해서, 오늘날 사회적 차별 또는 배제가 어떻게 발생하고 지속할 수 있는지 설명하세요” 같이 질문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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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토론 방식으로 치러지는 면접시험도 있습니다. 지난달 치러진 고려대 고교추천전형 인문계열 시험이 그랬죠. 토론 면접은 시간도 만만치 않은데요. 고려대의 경우 제시문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40분, 토론 시간이 40분이나 각각 됐습니다.
 
김 부장님! 딸이 면접을 혼자 준비하기 벅차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건 결코 엄살이 아닙니다. 대화나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는 교사나 친구·부모가 도와주면 훨씬 효과적이기도 하고요.
 
김 부장님도 딸의 면접 준비를 도울 수 있지요. 먼저 딸이 면접 보는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면접 기출 문제를 다운로드 받는 겁니다. 포털사이트에서 ‘◯◯대 선행학습영향평가서’라고 검색해도 면접 기출문제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기출문제를 가지고, 김 부장이 면접관이 되어 질문하고 딸의 답변을 듣는 ‘모의 면접’을 치러보는 건 어떨까요. 답변하는 딸의 모습을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촬영해 함께 보며 고칠 점도 알려주고요. 이렇게 면접 준비를 함께 한다면, 아마도 김 부장이 그토록 원하는, 딸과의 심도 있는 대화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김 부장님! 딸과의 협업이 '최종 합격'이라는 멋진 결과로 이어지길 응원할게요!
 
▶도움말: 신동원 휘문고 교장,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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