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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홍종학 증여가 상식적이란 청와대의 몰상식

중앙일보 2017.11.01 01:55 종합 30면 지면보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어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 “증여 방식은 상식적인 것”이라며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처럼 모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답답하고 실망스러운 정도를 넘어 오기와 오만이 느껴지는 어깃장이다. 홍 후보자의 13세 딸이 8억원 상당의 상가 지분을 외할머니로부터 ‘쪼개기’ 증여받은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증여세 2억2000만원을 낼 돈이 없는 딸에게 어머니가 차용증을 받고 돈을 빌려주고, 딸은 상가 임대료를 받아 빌린 돈의 이자를 내는 걸 국민적 상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소한 세법의 허점을 노린 꼼수다.
 
더 황당한 건 앞과 뒤가 다른 홍 후보자의 처신이다. 그는 줄곧 과다한 상속·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면서 상속·증여세 강화를 주장해 왔다. 부의 세습과 편법 증여를 비판하는 법 개정에도 앞장섰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작 자신이 ‘과다한 상속’의 수혜자였다. 언행 불일치의 결정판이고 장관 후보자에겐 커다란 도덕적 흠결이다. 그런데도 ‘도덕적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니 청와대는 ‘적폐’로 몰아 자리에서 내쫓고 있는 야권 인사들에게도 동일하게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는지 묻게 된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수첩 인사’라는 말까지 동원해 전 정부의 코드 인사를 비판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뒤 내각 및 청와대 인사 내용을 보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에서만 사람을 찾고 ‘내 편’이기만 하면 어떤 흠결도 괜찮다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전임 정권도 ‘수첩 인사’와 ‘진박 감별’에서 재앙의 구렁텅이로 떨어졌다. 그들 역시 “불법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우겼지만 결국 국민 정서에 어긋나 미운털이 박혀 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거듭되는 인사 참사의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이중 잣대부터 내려놓는 게 우선이다. 청와대가 우리 편에만 유난히 관대한 검증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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