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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와대, 중국은 외교부 … 남관표·쿵쉬안유 3개월 교섭

중앙일보 2017.11.01 01:34 종합 4면 지면보기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31일 오전 춘추관에서 베트남 다낭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31일 오전 춘추관에서 베트남 다낭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과 중국 외교라인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 이후 3개월 동안 물밑 교섭을 벌여왔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양국 정상회담 합의 나오기까지
정의용·양제츠 고위급 핫라인 가동
일각 ‘한국 외교부 패싱’ 문제 제기
중국동포 ‘실력파’ 쿵쉬안유 활약
시진핑 “문 대통령 신뢰할 만하다”
통화스와프 연장하며 믿음 쌓아

이 과정에서 고위급 채널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핫 라인이 가동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30분간 따로 만나 한·중 관계 개선 방안 등을 최초로 논의했다. 양 위원의 경우 시진핑 2기 체제에서 공산당 핵심 지도부인 25명의 정치국원에도 진출한 인물이다. 향후 중국 외교사령탑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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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는 남관표 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실무 접촉에 나섰다.
 
쿵쉬안유

쿵쉬안유

중국 측 쿵쉬안유 부장조리는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를 포함해 아시아 문제를 담당해 온 인물로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태어난 조선족 출신이다. 2004년 한국과 중국 간 동북공정(東北工程·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 한 시도) 협상과 2014년 센카쿠 열도(尖閣列島)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협상 등에 참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 내에서 아주 터프하고 실력 있기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외교부 고위 인사가, 한국은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 안보실 라인이 채널로 나섰다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의 해결은 ‘정치적 타결’이 돼야 하는 만큼 최고 결정권자들과 소통하면서 신속히 입장이 조율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협상 채널이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협의 과정 전반에 걸쳐서 외교부는 우리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다”고 강조했지만 중국 측이 앞으로도 청와대와의 직통 채널을 고집할 경우 외교부가 협상 라인에서 소외되는 ‘외교부 패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밑협상 과정에서 시 주석은 주변 측근들에게 “문 대통령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언급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사드는 제3국을 향하지 않는다’는 말을 중국 측에 하는 등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 해소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여러 차례 물밑 접촉의 결과 청와대 측은 중국의 19차 공산당 대회(10월 18~24일)가 한·중 관계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은행과 중국인민은행이 지난 10일이 만기였던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에 합의하면서 청와대는 긍정적인 전망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한 청와대 핵심 인사는 “한·중 통화스와프 만료 기한 이전에 양측의 사인이 끝나 있었지만 실제 중국이 합의하면서 판단을 굳혔다”며 “그래서 당 대회 이후로 발표를 미뤄달라는 중국 측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고, 이행 과정을 통해 서로 신뢰가 쌓였다”고 말했다.
 
물밑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지난 8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치바이스(齊白石) 특별전을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부부와 함께 관람하고, 지난 9월에는 청와대에서 추 대사 부부를 접견하며 외곽에서 지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앞으로 한·중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의 등 연말·연초 외교 일정이 많다”며 “한·중 양국이 소통 채널을 활용해 외교 동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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