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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종학 감싸기 나선 청와대 “기자들은 기사 쓴 대로 사나”

중앙일보 2017.11.01 01:19 종합 8면 지면보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홍 후보자의 증여 과정은 국세청이 소개한 절세 방법이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홍 후보자의 증여 과정은 국세청이 소개한 절세 방법이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쪼개기’ 증여에 대해 여권이 “탈세가 아닌 절세”라고 옹호하는 가운데 홍 후보자 본인이 의원 시절 유사한 증여를 한 공직 후보자를 강하게 질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셈이다.
 

홍 후보자, 의원 시절 청문회 저격수
2013년 현오석 장관 후보자 향해
“딸에게 아파트 증여 세금 포탈”
당시 했던 지적 지금 부메랑으로

청 “국세청 가이드에 있는 절세법”
전문가 “홍 후보 케이스 적용 무리”

홍 후보자는 2013년 3월 13일 열린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현 후보자가 장녀에게 서울 반포동 소재 아파트를 증여한 것에 대해 “증여세 포탈이 아니냐”고 따졌다.
 
홍 후보자는 현 후보자에게 “부동산 가격 폭등이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을 때 당시 시세(16억원)보다 낮은 13억원에 (딸에게) 증여했다. (증여는)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냐”고 물었다. 현 후보자는 “당시 유사한 (액수의) 거래가 있다는 것을 참고했다”고 부인하자 홍 후보자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이게 바로 절세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세무사들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당시엔 이 후보자의 강남 부동산 취득을 거론하며 “최고의 재테크 전문가”라고 꼬집었다. 이 총리 후보자가 1978년 서울 신반포 2차 33평 아파트를 사고 이후 신반포 2차 42평, 신반포 3차 46평으로 옮기고 93년엔 압구정 현대아파트 52평, 2000년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48평을 구입하고 2003년엔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52평으로 이사한 걸 거론하며 “당대 최고의 투기꾼들이 옮겨 다니는 강남의 최고 아파트들”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홍 후보자도 99년 대치동 미도맨션을 시작으로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2000년),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39평(2003년),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55평(2007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50평(2010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8평(2012년) 등 주요 부동산 재건축 지역에서 수차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31일 청와대 기자들에게 “만일 신문 칼럼니스트가 ‘부의 대물림은 안 된다’고 썼다고 장모가 증여해 주겠다고 하는데 안 받겠나”라며 “(기자) 여러분도 (기사) 쓰신 기사대로 살아야 되는 거잖나”라고 했다.
 
홍 후보자의 딸 증여에 대한 해명도 논란이 되고 있다.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이자소득세로 207만원을 납부한 걸 두고서다. 홍 후보자 측은 “어머니가 딸에게 (상가 증여에 따른 증여세를 내기 위해) 2억2000만원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딸이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한홍 의원은 “홍 후보자의 주장대로라면 초등학생이 어머니에게 이자를 지급하면서 이자소득세 납부를 위해 원천징수를 하고 이를 세무서에 자진신고하고 스스로 납부했다는 것인데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게 아니라면 어머니 본인이 돈을 빌려주고 받고 이자도 주고받으며 혼자서 자작극을 벌이고 아이 핑계로 돌리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의 해명=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1일 홍 후보자를 두둔하며 “국세청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는 합법적인 (절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거로 든 게 국세청의 『세금 절약 가이드Ⅱ』(2017.5) 중 “자녀의 증여세를 부모가 대신 납부하면 또다시 증여세가 과세된다”(207페이지), “세대를 건너뛰어 상속하면 상속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럴 때는 할증 과세를 고려해야 한다”(209~210페이지)는 등의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책자 내용을 홍 후보자 케이스에 직접 대입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책자 속 내용은 ‘이러이러할 경우에는 세금을 더 내야 하니 주의하라’는 일반론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홍 후보자의 경우처럼 건물 지분을 쪼개 증여하고 부모가 자식에게 2억2000만원을 빌려주면서 건물 지분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토록 하는 게 좋다는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책자 속에는 “자녀가 증여세를 납부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증여세 상당액만큼의 현금을 더해 증여하면 한 번의 신고 납부로 증여세 문제를 깨끗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유성운 기자, 세종=박진석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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