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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이 동시에 3m 지하서 무대 위로 … 과거 올림픽선 못 본 공연 될 것”

중앙일보 2017.11.01 01:16 종합 12면 지면보기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송승환 총감독(왼쪽)과 양정웅 총연출. ’힘들 때도 ‘그래도 올림픽이잖아’라고 생각하면 용기가 난다“고 했다. 이들 사이의 도면은 오각형 모양의 개·폐회식장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송승환 총감독(왼쪽)과 양정웅 총연출. ’힘들 때도 ‘그래도 올림픽이잖아’라고 생각하면 용기가 난다“고 했다. 이들 사이의 도면은 오각형 모양의 개·폐회식장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림픽 개·폐회식은 한 나라의 문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행사다. 현장의 관중뿐 아니라 전 세계 수억 명의 TV 시청자가 지켜본다. 개·폐회식을 책임진 송승환(60) 총감독과 양정웅(49) 총연출을 서울 광희동 개·폐회식 제작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송 총감독은 2015년 7월부터, 양 총연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림픽 준비에 돌입했다. 이들은 “과거 보지 못했던 독특한 스타일의 개·폐회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총감독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수시로 회의하며 시나리오의 99%를 완성한 상태”라며 “메가 이벤트라기보다 한 편의 야외 공연을 보는 느낌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개·폐회식 맡은 송승환·양정웅
송 총감독 “플랜 B·C로 악천후 대비”
양 총연출 “돈 자랑 대신 사람 강조”

이번 개·폐회식의 특징은.
▶송승환=“그동안의 개·폐회식은 운동장에서 열렸는데 이번엔 임시 건물이긴 하지만 전용공간이 마련됐다. 3m 깊이의 리프트를 설치해 수백 명이 밑에서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됐다. 또 전통문화뿐 아니라 컨템퍼러리 아트도 함께 선보인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만 해도 우리나라 현대예술이 경쟁력이 없었지만 이젠 미디어아트·현대무용 등을 자신 있게 보여 줄 수 있다.”

▶양정웅=“오각형인 개·폐회식장과 원형 무대가 독특한 그림을 만들어 낼 것이다. 베이징·런던·소치 올림픽의 개·폐회식은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 과열경쟁 양상을 보여 줬다. 자국 자랑을 너무 많이 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우리 개·폐회식에선 사람이 강조된다. IOC도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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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건설된 개·폐회식장은 올림픽 사상 최초의 행사 전용시설이다. 대회 이후에는 3만5000석의 관중석 중 5000석만 남기고 철거해 올림픽기념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송 총감독은 “처음엔 기초설계가 직사각형으로 돼 있었다. 총감독에 부임한 뒤 ‘굳이 운동장처럼 만들 이유가 뭐 있냐. 육각형 눈꽃 모양으로 지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오각형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양오행도 다섯이고, 오륜도 다섯이어서 오각형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지만 실은 이 오각형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최순실의 오방낭’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산 것이다. 송 총감독은 “지난해 말 황당한 구설에 올랐을 때 조직위의 높은 분에게 ‘그만두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감독님, 참용기를 가지세요’라는 답이 왔다.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라’는 의미의 ‘참용기’였다”며 고비를 넘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TV 중계되니 영상 연출적 측면이 강하다.
▶송=“IOC의 공식 주관방송사인 OBS와 시나리오를 짤 때부터 협의를 하고 있다. 또 영화·CF감독 등이 개·폐회식 제작단·자문단에 들어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양=“30대의 카메라가 동원된다. 카메라의 위치나 장면 전환 타이밍 등을 고민하며 연출안을 짰다. 2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구원투수처럼 투입된 양 총연출은 “올해 개·폐회식 준비를 안 했다면 영화감독으로 데뷔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정웅아, 올림픽인데 해야지”란 송 총감독의 설득에 그의 개인적 일정은 올스톱됐다. 서울예대 공연학부 교수도 휴직했고, 극단 ‘여행자’ 대표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영화 제작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송 총감독이 “(양 총연출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하자 그는 “송 총감독이야말로 내게 은인이다. 2000년대 초 ‘혜화동 1번지’ 동인 활동을 할 때 ‘난타’로 돈을 번 송 총감독이 후원해 준 덕에 1년 넘게 월세도 내고 작품도 만들 수 있었다”며 특별한 인연을 밝혔다. 송 총감독 역시 자신의 일은 뒷전으로 미뤘다. 성신여대 교수를 휴직하고 드라마 출연도 고사했다.
 
겨울밤 지붕 없는 야외에서 행사를 치른다. 날씨에 대한 대비책은.
▶송=“플랜B, C가 있다. 플랜B는 IOC 규정에 따라 극한 상황이 닥치면 장소를 옮겨 공식 행사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다. 플랜C는 개·폐회식장을 이용하되 강풍이 불거나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공연할지에 대한 안이다. 눈이 15㎝ 이상 올 경우 안무를 줄이고 노래와 영상 위주로 진행하는 시나리오도 논의 중이다.”

▶양=“눈이 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치우면서 공연할지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바람으로 날리는 방안 등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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