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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요양병원비 60만~700만원 … 가격 천차만별인 까닭은

중앙일보 2017.11.01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
아침마다 요양병원장이 간호사, 간병인, 영양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입원환자를 살펴보면서 필요한 내용을 조치한다. [사진 대정요양병원]

아침마다 요양병원장이 간호사, 간병인, 영양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입원환자를 살펴보면서 필요한 내용을 조치한다. [사진 대정요양병원]

서울근교 중형 규모의 요양병원에 가보면 모두 입을 맞춘 듯 6인실을 안내하고, 월 120만 원 전후의 비용을 이야기한다. 훌륭한 시설과 규모로 평판이 좋은 대형 요양병원은 이보다 비싸 월 200만~400만 원 정도다. 1인실에 1인 간병을 원하면 월 700만 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상가건물에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이 빈약한 조그마한 요양병원은 월 60만~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월 비용은 요양병원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요양병원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혜택을 받느냐에 따라 3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3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혜택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상급병실료·간병비 비용 큰 차이
포괄수가제 따라 진료 수준 비슷
재활치료는 포함 안 돼 따로 지불
싼 곳은 서비스 떨어져 주의해야

요양병원의 비용은 크게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진료 및 치료비, 식비, 상급병실료 그리고 간병비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용을 많이 지불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진료와 치료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비용에 상관없이 대동소이하다.
 
예외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월 비용을 80만 원을 내든 400만 원을 내든 받는 진료와 치료수준이 거의 같다. ‘포괄수가제’에 의해 진료 및 치료비가 청구되기 때문이다. 포괄수가제란 환자가 가진 하나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적 처치에 대해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 금액만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일종의 ‘진료비 정찰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월 60만~70만 원이라는 액수를 정해 놓고, 그 금액 범위 안에서 환자를 진료 및 치료하라고 각 요양병원에 수가를 정했다. 요양병원은 얼마나 많은 의료적 처치를 했는지 원가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월 60만~70만 원에 해당되는 의료비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다.
 
뷔페식당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뷔페식당 입장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월 60만~70만 원으로 정해놓고 진료와 치료에 해당하는 식사품질과 메뉴는 공단의 권장선만 지켜주면 식당 운영자가 알아서 하는 것과 같다.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 다양한 메뉴와 비싼 식자재를 사용하든, 가장 기본적인 메뉴만 내 놓든 공단에 청구하는 금액은 같기 때문에 무리하게 좋은 메뉴를 내 놓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가급적이면 원가를 줄이기 위해 공단 권장선 미만의 열악한 메뉴를 내 놓고 공단에는 정해진 금액을 청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요양병원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어떤 요양병원은 최소한의 금액인 월 60만~70만원을 받기도 하고, 이보다도 10만 원 정도 덜 받는 곳도 있을 수 있다. 특별히 기초수급대상자 등 정부지원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면 요양병원 비용이 너무 저렴한 곳은 주의해야 한다. 포괄수가제 의료비, 식비 등이 정해져 있는데 원가보다 낮은 비용을 받는다면 결국 제대로 된 의료적 처치와 간병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다.
 
요양병원이 손해 보면서 환자를 받지는 않는다. 터무니 없이 가격이 저렴하다면, 결국 어디에선가 손실을 보존하려고 하는데 의료적 처치와 간병이 수준 이하로 될 가능성이 많다. 비슷한 시설과 환경으로 월 비용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면 심한 가격 경쟁을 하는 곳보다 오히려 10만 원 이라도 더 비싼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요양병원에서 월 400만 원을 내는 환자와 월 80만 원을 내는 환자의 비용차이는 주로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상급병실료와 간병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용이 높을수록 의료적인 처치보다는 안락하고 편한 수발을 받는 비용이 더 크다. 4인실 미만(1~3인실) 사용시에는 상급병실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몇인실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월 45만~300만 원 선이다. 간병비 또한 치료비 못지 않게 비용이 많이 든다. 한달 간병인 급료를 약 240만원 정도로 추산해보자. 1대1 간병을 받으면 240만 원 전액을 부담해야 하고, 2대1 간병은 120만 원, 4대1 간병은 60만 원 정도가 든다. 2인실에 머물면서 2대1 간병을 받으면 월 비용이 300만~40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포괄수가제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비용을 내야 하는 대표적인 급여항목으로는 재활치료가 있다. 재활치료는 모든 환자가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르신들은 안락하고 편한 수발에 드는 비용을 다소 절약하더라도 그 비용으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300만~400만 원의 월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서 꼭 더 필요한 치료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 justin.lee@spireresearch.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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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세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대표 필진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 10여년 전 치매에 걸린 부친을 어디에 모셔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시기를 놓친 경험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연로해지는 부모님이 어느날 집에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때가 온다. 향후 똑같은 상황이 되는 베이비부머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집 이외의 대안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부양, 돌봄에 관한 대안을 상황별로 소개해 독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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