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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대형 공원 3개 조성에 반대 주민들 진짜 이유는?

중앙일보 2017.11.01 00:01
"주민 동의 없는 공원 조성사업 반대한다!"
 

'공원 일몰제' 앞두고 민간공원 조성사업 나선 구미시
아파트 건설로 8500세대 추가되는 계획에 주민 반발
"주택 과잉 공급에 따라 기존 집값 떨어진다" 우려 때문

31일 오전 경북 구미시의회 3층. 제217회 임시회 본회의를 앞둔 자리에 주민 100여 명이 좁은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시민의 동의 없는 중앙공원 개발 반대'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본회의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31일 경북 구미시의회 3층 복도에서 한 주민이 '시민의 동의없는 중앙공원 개발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31일 경북 구미시의회 3층 복도에서 한 주민이 '시민의 동의없는 중앙공원 개발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자신이 사는 지역에 지자체가 공원을 조성한다고 하자 주민 수백 명이 반대하고 나선 상황.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통 군사시설이나 화학공장, 교도소, 장례식장 등을 짓는다고 하면 주민 반대가 일어나곤 하지만, 공원을 조성한다고 반대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들이 공원 조성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과잉 공급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이다. 공원을 짓는데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갈등의 중심에는 '공원 일몰제'가 있다. 공원일몰제는 도시계획상 도시근린공원으로 지정된 땅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이를 2020년 7월 1일자로 해제시키는 제도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으로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도입됐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2020년 공원 일몰제 시행 전까지 공원 개발을 시작하거나, 제도 시행 후 각 소유자들에게 종전 용도지역으로 토지를 돌려줘야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도시근린공원으로 지정·고시된 구역의 면적이 넓고 땅값이 높으면 지자체가 토지보상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구미시가 선택한 방법은 이들 도시근린공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공원녹지법에 따라 지자체는 도시근린공원으로 지정된 땅을 민간 사업자에게 개발하도록 할 수 있다. 전체 토지의 70%를 공원으로 개발해 기부채납해야 하는 조건이 달린다. 나머지 30%는 사업자가 주택을 짓거나 상업시설로 개발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구미시는 현재 3개 공원을 민간공원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동락공원(8만3781㎡)·형곡중앙공원(60만5659㎡)·꽃동산공원(68만8860㎡) 등 총 면적이 137만8300㎡에 이른다. 만약 이 토지를 모두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1896억원이 드는 것으로 구미시는 추산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공원 중 형곡중앙공원 개발 조감도. 65만6천여㎡에 공원과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진 구미시]

경북 구미시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공원 중 형곡중앙공원 개발 조감도. 65만6천여㎡에 공원과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진 구미시]

 
이들 공원이 민간공원으로 개발되면 70% 부지에 스포츠센터·문화체험시설·식물원·자연학습장 등이 들어선다. 나머지 30%에는 아파트가 건설된다. 동락공원에 1020가구, 형곡중앙공원에 3493가구, 꽃동산공원에 3955가구 등 약 8500가구 규모다.
 
주민들과 지역 시민단체가 민간공원 조성에 반대하는 결정적 이유도 85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구미시 주택보급률이 122.1%인 상황에서 8500가구가 추가로 들어오면 주택보급률이 150%를 넘어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구미YMCA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주택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녹지를 훼손하면서까지 8500세대를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이 구미시와 일부 시의원, 업체만의 의견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구미시는 즉각 민간공원 추진을 중단하고 공원일몰제에 대해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31일 경북 구미시청 앞에 민간공원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31일 경북 구미시청 앞에 민간공원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구미=김정석기자

 
반면 구미시는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주택보급률 150%'가 과장된 수치라고 지적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구미시 주택 수는 19만5757가구로 공급대상 가구 16만286가구의 122.1%지만 이 중 원룸 형태의 가구가 6만6081가구"라며 "이를 제외하면 구미시의 주택보급률은 80.9%"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8500가구가 추가로 들어선다 하더라도 주택보급률은 150%가 아니라 5.64%포인트 증가한 127.7%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구미시의회는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민간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안건 표결을 보류했다. 지난 7월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의식해 표결을 미룬 데 이어 또 다시 결정을 미룬 셈이다.
31일 제217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린 구미시의회 본회의장. 구미시의회는 이날 구미시 민간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안건 표결을 보류했다. 구미=김정석기자

31일 제217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린 구미시의회 본회의장. 구미시의회는 이날 구미시 민간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안건 표결을 보류했다. 구미=김정석기자

 
김익수 구미시의회 의장은 본회의에 앞서 "구미시의원 22명 전원이 토론회를 열었지만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며 "문재인 정부가 공론화를 통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한 것처럼 구미시의회도 대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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