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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은 이번에도 A+! '토르: 라그나로크' 호평받는 이유는?

중앙일보 2017.10.31 18:03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매거진M] 토르(크리스 햄스워스)의 화려한 귀환이다. ‘토르:라그나로크’(10월 25일 개봉,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이하 ‘라그나로크’)의 토르는 지금까지 본 어떤 마블 영화의 토르보다 유쾌하고 강인하다. 큰 호평을 받지 못했던 ‘토르’ 시리즈(2011~)의 아쉬움을 달랜 단비 같달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중 가장 대담하고 감각적인 영화”(포브스). 

이미 북미 평단에 첫 선을 보였을 때부터 호평은 자자했다. 10월 31일 현재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96%다. 국내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뜨거운 입소문을 타고 개봉 5일 만에 관객 236만 명을 돌파한 것. ‘라그나로크’는 전 세계 평단과 대중을 어떻게 사로잡았을까. 21세기 최고 흥행사가 된 마블의 저력은 무엇일까.
 

전형적 영웅 서사도 유쾌하고 발랄하게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는 한 마디로 영웅 토르의 수난사다.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가 겪어야 하는 고초와, 그 과정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까지. 전형적인 영웅 서사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이번 영화에서 토르의 ‘시그니처 무기’인 망치 ‘묠니르’를 잃는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 바로 자신의 누나인 죽음의 여신 헬라(케이트 블란쳇)에게 말이다.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아스가르드 왕국의 멸망을 뜻하는 ‘라그나로크’는 제목과 공개된 설정에서 이미 이야기를 예상할 수 있었다. 영화의 도입부, 토르와 로키(톰 히들스턴)를 처음 만난 헬라는 “유리 조각 깨뜨리듯” 간단히 토르의 망치를 부숴버린다. 도저히 상대할 수 없어, 무력함까지 느껴지는 초강력 악당의 등장. 일단 후퇴를 선택한 로키는 신들의 다리 ‘비프로스트’(행성 간 이동 수단)를 열지만, 그마저도 헬라에게 제압당한다. 결국 형제는 사카아르라는 환락의 행성에 불시착한다. 이곳에서 토르가 노예 검투사로 끌려가면서, 본격적인 수난이 시작된다.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까지 잘리는 모습에 탄식이 흘러나온다. 아, 역시 영웅의 길은 멀고도 험했더랬지.
 
멸망이라는 주제, 고된 여정, 승산이 보이지 않는 악당까지. 말만 들으면 이만큼 어두운 영화도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영화는 가볍고 신난다. 토르는 “난 영웅이니까” “영웅은 원래 이렇게 하거든” 라고 한다. 보편적인 영웅 이야기임을 스스로 밝히며 이를 유머로 활용하는 태도에 쿡쿡 웃음이 나온다.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팬들의 기대가 컸던 헐크(마크 러팔로)와의 한판도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흥미롭다. 배너의 정체성을 잊은 헐크와 그에게 실망하는 토르. 둘은 잽 같은 유머를 주고 받으며 투닥거린다. 이렇듯 ‘어벤져스’ 시리즈(2012~)의 캐릭터 관계를 솔로 무비의 요소로 활용하는 마블 제작진의 솜씨는 가히 장인의 경지다. 본 영화의 줄거리를 해치지 않으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다음 시리즈에 관한 궁금증을 일으키면서 팬들의 애정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비주얼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의 첫 액션신.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 전, 망치 든 토르가 불의 거인 수르트(목소리 출연·클랜시 브라운)를 제압한다. 속도는 빠르지만, 모든 움직임을 분명하게 담은 영상, 컷의 완급이 매끈하게 조절된 편집, 여기에 영국 록그룹 레드 재플린의 명곡 ‘이미그렌트 송’(Immigrant Song)이 더해져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게 한다. 다른 모든 액션 장면에서도 화려한 볼거리를 향한 고집스러운 세공이 엿보인다. MCU 액션의 새 장을 열고자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달까. 아직 관람 전이라면 아이맥스로 보길 추천한다.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여긴 마음에 안 들어. 빨갛고 하얗고, 촌스럽잖아.” 토르는 사카아르에서 헐크의 방에 함께 머물다 이렇게 말한다. 이 영화의 자기 반영적 유머가 돋보이는 대목이자, 사카아르가 얼마나 알록달록한지를 가늠할만한 대사다. 헐크의 방을 포함해 사카아르 행성 전체의 색감은 다채롭고 기발하다. 이는 마블 코믹스의 작가 잭 커비 그림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여기에 마크 마더스바우의 1960~70년대 사이키델릭 음악이 가세해 제작진이 꿈꾼 ‘복고풍 SF’를 완성됐다. 
 
놀라운 건 80년대 비디오 게임처럼 통통 튀는 영상과 음악이 북유럽 신화를 기초로 한 고풍스러운 토르의 세계와 의외로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전의 무겁고 장엄한 ‘토르’ 시리즈와 과감히 단절하고, 신선하고 환상적인 감각을 선사하겠다는 ‘라그나로크’의 시도는 제법 성공적이다.
 
 

숨은 감독 찾기,
이번에도 통하였도다

 '토르:라그나로크' 촬영장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토르:라그나로크' 촬영장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이번에도 낯선 이름이다. 뉴질랜드 출신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2014, 이하 ‘뱀파이어’) ‘내 인생 특별한 숲속 여행’(2016, 이하 ‘내 인생’)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역시 유머다. ‘내 인생’에선 입양 가족이 숲속에서 겪는 일화를 감칠맛 나는 유머로 풀었고, ‘뱀파이어’에선 사랑하는 여자가 할머니가 됐다고 투덜거리는 뱀파이어들의 기상천외한 모습을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마블 제작진은 이런 와이티티 감독을 기용해, 더 웃기고 매력적인 토르를 완성했다. 
 
'토르:라그나로크' 촬영장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토르:라그나로크' 촬영장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프랜차이즈 영화 연출 경험이 없는 감독을 캐스팅해, 작품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건 마블 제작진의 오랜 특기다. 코미디영화 감독과 배우로 주로 활약한 존 파브로 감독을 기용한 ‘아이언맨’(2007)이 그 시작. TV 드라마 ‘커뮤니티’(2009~2015)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 조 루소·앤서니 루소 감독을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2014)의 감독으로 발탁했고, 공포 영화를 연출한 스콧 데릭슨 감독을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 캐스팅했다. 제작진은 각 영화의 정서와 꼭 맞는 감독을 찾았고, 이들은 기존 프로듀서들과의 긴밀하게 협업하며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다. 
 
'토르:라그나로크' 촬영장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토르:라그나로크' 촬영장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실력파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감독을 찾아내는 안목은 마블의 숨은 역량일 것이다. 여기엔 케빈 파이기가 설계한 MCU에 대한 확신도 큰 몫을 했다. 이러한 전략으로 마블은 지난 9년 간 흥행 타율을 높였다. 내년에 출격할 ‘블랙 팬서’(라이언 쿠글러 감독)를 향한 기대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존재감 최고! 여성 캐릭터

발키리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의 MVP 
이 영화에서 첫 등장한 발키리는 원래 아스가르드의 왕 오딘(앤서니 홉킨스)을 지키는 최정예 엘리트 여성 부대의 대원이었다. 하지만 부대는 헬라에게 전멸하고, 겨우 살아 남은 발키리만 사카아르에 숨었다. 자신만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에 술독에서 빠져 살다 토르를 만난 그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 매력적인 외모 모두 눈길을 끈다. 발키리 부대의 자부심을 증명하듯 무술 실력도 최고. 이를 연기한 미국 배우 테사 톰슨은 국내 관객에겐 신선한 얼굴이다. 토르와 어떤 관계로 진전될지 기대해도 좋을 듯.
 

헬라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마블 최초 여성 빌런
헬라는 본래 아스가르드의 왕위를 이어받을 자였는데, 난폭한 성질을 잠재우지 못해 아버지인 오딘이 머나먼 행성에 보내버렸다. 아스가르드를 폭력으로 지배하려는 마블 영화 최초의 여성 악당이다. 케이트 블란쳇은 아름다운 외모를 새카만 분장에 숨기고, 카리스마 넘치는 매혹적인 악당으로 분했다. 손짓·걸음걸이·말투 모두 우아하면서 파괴적이다. 특히 토르에게 “넌 내게 안 돼”라며 제압할 때의 강렬한 눈빛에 토르가 느낄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 마블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악역이 되지 않을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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