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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등재 실패'는 日 전방위 로비의 결과물

중앙일보 2017.10.31 17:37
일본의 방해공작 끝에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결국 무산됐다. 31일 유네스코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위안부 기록물과 일본 정부가 단독 신청한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에 대해 ‘대화를 위해 등재 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5년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가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자, 하세 히로시( 馳浩 ) 당시 문부과학성 대신이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찾아가 항의할 정도로 일본은 거세게 반발해왔다. 산케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두 번 실패는 없다”고 강조하는 등 일본 정부는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유네스코 "정치적 긴장 피해야" 결의안이 영향
'일본의 외교전 승리, 한국의 사실상 완패'분석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 청사의 전경. [AP=연합뉴스] The main building of the UNESCO headquarters is seen through the Globe in Paris, France, Friday, Oct. 13, 2017. The election of UNESCO's new chief has been narrowed down to two candidates, one from Qatar and the other from France, for Friday's decisive vote on the future of the restive U.N. cultural agency . (AP Photo/Michel Euler)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 청사의 전경. [AP=연합뉴스] The main building of the UNESCO headquarters is seen through the Globe in Paris, France, Friday, Oct. 13, 2017. The election of UNESCO's new chief has been narrowed down to two candidates, one from Qatar and the other from France, for Friday's decisive vote on the future of the restive U.N. cultural agency . (AP Photo/Michel Euler)

일본은 유네스코에 대해 제도개선 요구하는 한편 금전적 압박을 가하는 ‘투 트랙’ 전략을 써왔다. 일본은 위안부 기록물을 ‘이견의 여지가 있는 등재신청서(questioned Nomination)’라고 주장하며 “당사자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이를 위해 일본이 최종 목표로 삼은 건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회의 운영규정’에 ‘당사자 간의 대화 의무화’ 규정을 넣는 것이었다. 이달 초 열린 개정회의에서 일본은 의무화 규정을 넣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중국, 한국 등 옵저버 국가들의 반발로 최종 결정은 내년 4월로 미뤄졌다. 당장 10월 말 위안부 자료의 등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이번엔 집행이사회 결의문에 ‘대화’ 조항을 넣는 방안을 추진했다.  
위안부 소녀상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사진=중앙 포토]

위안부 소녀상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사진=중앙 포토]

동시에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한 것은 물론이다. 일본은 2015년 이후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을 뿐더러, 유네스코 탈퇴에 대해서도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다. 최근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한 뒤 최대 분담국으로 떠오른 일본은 관방 부장관이 “(분담금 납부) 타이밍은 모든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유네스코를 압박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도 “위안부 자료가 등재되면 일본은 유네스코를 탈퇴할 것”이라며 거들었다.
결과적으로 18일 만장일치로 통과한 집행이사회 결의문엔 일본의 요구사항이 그대로 반영됐다. 결의문엔 “세계기록유산사업과 관련…정치적 긴장을 회피하고 대화, 상호이해 및 존중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촉구한다”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결의문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대화’라는 단어를 집어넣음으로서 위안부 문제를 ‘정치 문제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이 결의문은 지난 26일 열린 유네스코 전문가 위원회가 위안부 자료에 대한 입장을 보류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실상 유네스코가 보류 판정을 낼 수 있게 구실을 만들어줬다는 분석이다. 등재 여부는 이 때 일본의 판정승이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31일 공개된 유네스코 결정문에도 “대화를 위해 등재 보류 권고”라는 일본 측 주장이 그대로 담겼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화의 원칙을 강조하고, 정치적 긴장을 회피하도록 요구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은 지극히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결정은 (18일 통과한) 결의문의 취지를 기반으로 적절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한편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온 국제연대위원회는 “당사자 간의 대화 조항은 식민지 피해, 전행 피해, 국가폭력 피해와 관련된 기록불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 이 규정 대로라면현재 등재돼있는 노예관련 기록물, 5.18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물은 등재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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