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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문에 빠진 ①사드 보복 피해 ②배치 이유 ③한국 명확한 입장

중앙일보 2017.10.31 17:35
나란히 자리한 태극기와 오성기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한국과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중국문화원에 태극기와 중국 오성기 뒤로 '중국이야기 2017'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2017.10.31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나란히 자리한 태극기와 오성기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한국과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중국문화원에 태극기와 중국 오성기 뒤로 '중국이야기 2017'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2017.10.31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와 관련, 한·중이 31일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는 향후 한국이 강대국과의 갈등 발생을 어떻게 해결할지 보여주는 선례로 남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발표에 없는 내용을 더 주목했다.
 
①중국 보복, 한국 피해 언급 안돼=청와대 관계자는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와 중국이 각기 이야기할 것은 하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자는 데 양 측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발표문에 중국의 부당한 사드 보복이나 이로 인한 한국의 피해는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측은 공식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경제 보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인희 건국대 중국연구원장은 “그 간 응어리진 것을 이 정도 수준에서 푼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드 보복에 대한 표현이 없는 것은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중국은 대국이 관용을 베푼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 양국 간 비대칭 관계가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발표문에 중국 측이 입장을 ‘재천명했다(입장이나 진리를 다시 드러내 밝히다)’는 표현이 들어간 데도 중국의 이런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외교 교섭의 결과물에서는 보통 ‘재확인했다’고 쓴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개선의 모멘텀을 찾은 것은 평가할 수 있지만, 한·중 관계가 과거로 돌아가는 단순한 정상화가 아니라 새로운 매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사드 배치 결정 이유 빠져=발표문에는 애초에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근거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라고만 돼 있다. 한국은 사드 배치가 북핵 능력의 고도화에 따른 자위적 선택이자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조차 반복하지 않았다.  
 
이정남 고려대 중국연구센터장은 “사드 배치는 중국 국익과 상충되더라도 북핵에 대한 한국의 대응책 중 하나라는 점이 드러나 있지 않다”며 “중국이 부상하며 동북아 지역 질서가 다시 쓰여질 텐데, 지금 중국에 우리 입장을 어떻게 각인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한·중 관계가 결정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③‘그간 한국의 입장’ 뭐길래?=중국은 발표문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한국 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했다”고 밝혔다. 표명한 입장이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또 “중국 측은 미사일방어(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다.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고 돼 있다. 여기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중국 측은 이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한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미국의 MD 체제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는 발전하지 않을 것 등이다. 한국이 미래에 사드를 추가로 들여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도 선을 그은 것으로 중국은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발표문이 전반적으로 중국 입장은 상세하고 한국은 수동적 입장인 느낌”이라며 “북핵 위협 등에 있어 보다 구체적인 한국의 입장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MD 참여 등을 희망하던 미국에게 발표문에 나온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해 향후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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