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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합의와 성명의 중간 형식..“대중관계 文이 직접 챙긴다” 상징적 의미도

중앙일보 2017.10.31 17:03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로 인한 한ㆍ중 간의 갈등을 푸는 물꼬는 양국 외교부가 31일 오전 각 홈페이지에 관련 보도자료를 동시에 게시하면서 공개됐다. ‘한ㆍ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라는 제목이었다. 이어진 언론 브리핑에서는 협상을 주도한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나섰다. 남 차장은 “양국 간 협의 결과에 따라 합의한 내용을 발표하겠다”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을 구두로 공개했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3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협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3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협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은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공식 문서나 공동성명 형태보다는 구두의 협의 결과를 발표문의 형식으로 함께 공개해 부담을 덜었다.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드 문제의 해결이 전제 조건인 만큼 신속하게 결과를 도출하는 정치적 타결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과거에도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 시도한 이른바 ‘동북공정’으로 갈등이 심해졌을 때 구두 합의를 한 선례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였던 2004년 한ㆍ중 외교당국은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 간 중대현안으로 대두된 데 유념한다” 등 5개항으로 구성한 ‘구두양해사항’ 합의로 갈등을 봉합하려 했다. 이번엔 합의내용을 공동 발표문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그때보다는 격을 더 갖췄다는 평가다. 
 
가깝게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ㆍ28 위안부 합의 때와 비슷한 형식인데, 당시엔 한·일 외교장관이 대언론 발표를 한 뒤 합의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그러나 이번엔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협상을 주도했고, 양국이 똑같은 내용의 공동문서를 게시함으로써 이면합의 의혹이나 비판의 소지를 줄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양국 간 기본적으로 첨예한 핵심이익이 부딪치기 때문에 (완전한) 합의는 어렵다”며 “양국 관계가 수교 25년 만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양국이 가장 빠른 시간 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한 형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사드 문제의 시작점인 북핵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협의 결과를 문서로 남겼다면 우리 정부 역시 족쇄가 될 수 있다”며 “문서로 남기지 않는 것이 중국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문에는 직접 이 문제를 협의해온 남 차장의 이름이 적시된 것도 주목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중관계를 외교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측근인 노영민 주중대사와 함께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이번 결과 발표문의 성격은 양측이 합의한 결과”라며 “금번 협의과정 전반에 걸쳐서 외교부가 지속적으로 참여를 했고, 한·중 양국 간 협의 시에 외교부 성원이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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