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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택시기사도 모르는 택시환승할인…혜택 본 승객 누구?

중앙일보 2017.10.31 16:44
부산시가 지난 30일부터 택시 환승할인을 시행한다는 안내문이 택시 안 좌석에 걸려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시가 지난 30일부터 택시 환승할인을 시행한다는 안내문이 택시 안 좌석에 걸려 있다. 이은지 기자

31일 오후 2시 30분 부산역 앞. 택시를 타려던 박진규(44) 씨가 택시 문을 열며 “오늘부터 택시 환승할인이 된다고 들었는데 맞냐”고 기사에게 물었다. 택시기사는 “내일(11월 1일)부터 환승할인 제도가 시행된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본지 기자가 기사에게 다가가 “부산시가 10월 30일부터 환승할인 제도를 시행했다”고 알려주자 “환승할인 제도가 시행되는지조차 모르는 기사들이 태반”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부터 시행됐다 한들 이 혜택을 본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누구를 위한 환승할인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중교통 이용객의 5%가 소지한 선불식 교통카드만 환승할인 혜택
제도 홍보 부족으로 택시기사 뿐 아니라 승객 대부분 환승할인 몰라
부산시 “올해 시범적용 뒤 내년에 후불카드로 확대 여부 결정”

 
부산시는 지난 30일부터 전국 최초로 택시 환승할인 제도를 시행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뒤 30분 안에 택시를 타는 승객은 택시요금 5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 대상 대중교통은 시내버스, 도시철도, 동해선, 부산 김해경전철 등이다. 환승할인을 받으려면 캐시비, 하나로, 마이비 등 선불식 교통카드를 이용해야 한다. 가장 대중적인 선불식 교통카드인 티머니(T머니)로는 환승할인을 받을 수 없다. 대중교통 이용객 가운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불식 교통카드 소지자는 5%에 불과하다.  
 
부산역 주변을 주로 운행한다는 택시기사 김종연(63) 씨는 “하루에 승객을 20~30명 정도 태우는데 선불식 교통카드를 내는 사람은 하루에 1명꼴도 되지 않는다”며 “선불식 교통카드는 주로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데 학생들은 택시를 거의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인택시조합 소속인 김씨는 지난 26일 환승 할인이 적용되도록 단말기 시스템을 업데이트했지만, 택시 내에 비치해야 할 환승할인 안내문과 택시 문에 붙여야 할 스티커를 받지 못했다. 제도가 언제 시행되는지 교육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환승할인 제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택시기사들이 요구한 제도도 아닌데 왜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택시기사 권태용(65) 씨가 택시 환승할인 교통카드를 안내하는 스티커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은지 기자

택시기사 권태용(65) 씨가 택시 환승할인 교통카드를 안내하는 스티커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은지 기자

 
개인택시조합은 지난 25일까지 단말기 업데이트를 완료하면서 안내문과 스티커 지급을 모두 마쳤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권태용(65) 씨 택시에는 환승할인 안내문이 좌석에 걸려 있고, 택시 문에는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카드 종류가 적힌 스티커도 부착돼 있었다. 
권씨는 “지난 30일부터 안내문을 걸어뒀지만, 이틀 내내 이 혜택을 보는 승객을 본 적은 없다. 선불식 교통카드를 가진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승객들도 환승할인 제도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출장을 마치고 부산역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김미정(38) 씨에게 환승할인 제도를 아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그는 “출장이 잦아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선불식 교통카드만 혜택이 적용된다니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나로선 평생 혜택을 못 받을 것 같다”고 답했다.  

 
캐시비·하나로·마이비 카드 등 선불식 교통카드는 지하철 역사나 편의점에서 2500원을 주고 별도로 사야 한다. 카드 충전 금액이 부족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택시를 먼저 타고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못 받는다. 일부 법인택시는 하나로·마이비카드를 인식할 수 없어 선불식 교통카드를 갖고 있어도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때문에 택시 기사들은 할인제도가 후불식 교통카드로 확대 적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택시기사 김종연(63) 씨는 “후불식 교통카드로 확대 적용되면 그나마 제도가 실효성을 갖게 될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이 제도 시행에 투입되는 예산으로 택시 감차 대상을 늘리는데 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부산시가 지난 30일부터 택시 환승할인 제도를 시행했지만 이를 아는 승객은 거의 없었다. 이은지 기자

부산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부산시가 지난 30일부터 택시 환승할인 제도를 시행했지만 이를 아는 승객은 거의 없었다. 이은지 기자

 
부산시는 환승할인 제도 시행을 위해 올해 추경에서 33억 75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환승으로 할인된 금액을 부산시가 보전해준다.  
부산시는 올해 사업을 시행 후 분석을 통해 내년도 후불교통카드로 할인을 확대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전국에서 처음 시행되는 만큼 카드 이용객의 95%를 차지하는 후불교통카드로 혜택을 확대할 경우 예산 문제 리스크가 매우 커 선불식 교통카드만을 대상으로 시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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