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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SK서 220억원 투자 '풀러스'가 뭐길래

중앙일보 2017.10.31 16:41
카풀 앱 '풀러스' 이용화면

카풀 앱 '풀러스' 이용화면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에서 마포구 상암동까지는 9.5㎞. 차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 택시를 타면 약 1만1000원 정도 나온다. 그러나 카풀 매칭 애플리케이션(앱) ‘풀러스’를 이용해 ‘카풀’ 운전자를 구하면 약 8500원에 같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편리한 카풀 가능해…회원수 75만명 확보
SK·네이버 등으로부터 220억원 시리즈A 투자 유치해
쏘카·벼룩장터 등 공유경제 기반으로 한 앱 서비스 인기

1990년대에 치솟는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유행했던 카풀(car poolㆍ자동차 함께 타기)이 공유경제 열풍과 함께 다시 유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쉽게 운전자와 탑승자를 검색해서 구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지난해 4월 처음 카풀 매칭 앱을 선보인 국내 스타트업 ‘풀러스’는 출시 1년 반 만에 회원 75만 명을 확보했다. 풀러스를 통한 카풀 이용 건수도 370만 건을 돌파했다.(2017년 9월 기준) 풀러스는 카풀 앱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후발 업체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풀러스의 이용 방법은 단순하다. 스마트폰 앱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예상 경로와 금액이 나온다. 앱은 이용자의 동선과 비슷한 라이더를 자동으로 매칭해준다. 사전에 예약하면 바쁜 출퇴근 시간에도 원하는 시간에 이동할 수 있다. 요금은 일반 택시 대비 30% 정도 저렴하다. 운전자들은 카풀 비용 중 10~20% 정도의 수수료를 뗀 나머지 금액을 가져가게 된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기존 교통 문제를 풀러스만의 혁신적인 사업 모델로 해결해 라이드셰어링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풀러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기존 교통 문제를 풀러스만의 혁신적인 사업 모델로 해결해 라이드셰어링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풀러스]

 
풀러스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IT 기업들이 밀집해있는 경기도 성남 판교 지역이었다. IT 업계에 몸담고 있는 젊은 직장인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존 택시보다 저렴하게 이동하는 서비스라면 한 번쯤은 이용해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은 잘 들어맞았다. 풀러스는 현재 서울ㆍ경기도 전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괄목할만한 성장세 덕분에 풀러스는 31일 시리즈A 투자를 통해 220억원을 유치했다. 시리즈A 투자란 스타트업이 창업을 위한 초기 자본금을 투자받는 단계를 넘어 2~5년 차 때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번 풀러스 투자에는 네이버와 미래에셋의 합작펀드인 ‘신성장기술펀드’, 벤처캐피털 옐로우독, SK㈜, 미국의 투자펀드인 컬래버레이티브 펀드 등이 참여했다. 2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가 단행된 것은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투자에 참여한 컬래버레이티브 펀드는 공유 경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에게 연이어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펀드다. 우버와 경쟁 중인 라이드셰어링 회사 ‘리프트’, 크라우드펀딩 기업 ‘킥스타터’ 등에 투자했다.
 
㈜SK도 2015년 국내 카셰어링 1위 기업인 쏘카에 지분투자를 했으며, 지난 5월에는 말레이시아에 쏘카와 함께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SK가 그만큼 자동차와 같은 이동 수단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12월 결성된 1000억원 규모의 네이버ㆍ미래에셋의 신성장기술펀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풀러스와 같은 혁신 스타트업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투자하고 있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고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기존 교통 문제를 풀러스만의 혁신적인 사업 모델로 해결해 라이드셰어링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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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는 2014년 한국에 진출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허가받지 않은 일반인이 유료 운송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관련 규제와 기존 택시 업계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우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동수단 관련 국내 기업들은 점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차량 공유 서비스인 ‘쏘카’와 ‘그린카’다.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차종과 장소를 검색해 무인 대여소에서 차를 빌리는 서비스는 2011년부터 국내에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강연ㆍ세미나모임 등을 위한 공간 검색, 대여하는 ‘스페이스클라우드’, 사용하던 아이템을 앱에서 사고파는 ‘번개장터’ㆍ‘벼룩장터’ 등도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앱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 공유경제가 활성화되기에는 관련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카풀이나 택시 서비스 앱과 관련한 규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현행 자동차 관리법상 택시 미터기는 반드시 자동차와 부착돼 거리와 시간을 측정해야 한다. 앱을 활용해 미터기를 도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업체에서 탄력적으로 요금을 조정할 수가 없다.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일반인이 자가용 승용차나 렌터카로 승객을 실어나르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는 자동차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풀러스’도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 교수는 “플랫폼 경제의 핵심이 개방성인데 우버 같은 공유경제 기업들이 국내에서 유독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은 폐쇄적인 규제 탓”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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