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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숲 인근인데 부평 미군기지 토양 다이옥신 오염 심각

중앙일보 2017.10.31 15:11
부평 미군기지(캠프 마켓)내 토양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돼 논란이다. 사진은 지난 30일 시민단체들이 캠프 마켓 정문앞에서 오염 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부평 미군기지(캠프 마켓)내 토양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돼 논란이다. 사진은 지난 30일 시민단체들이 캠프 마켓 정문앞에서 오염 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인천 부평 미군기지(캠프 마켓) 내 토양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돼 논란이다. 국내법상 토양 내 다이옥신에 대한 기준이나 처벌, 처리 방법 등이 없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미군의 공개사과와 함께 환경부의 조사결과를 모두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평 미군기지 내 토양에서 다이옥신 다량 검출
환경부, 지난 27일 토양 조사결과 이례적 공개
1000 피코그램 10배 초과한 1만 피코그램 나와

시민단체, 부평 타 기지 폐기물 전담 폐기 처
고엽제 등 폐기물 처리 규정 어기고 매립 주장
국내법 다이옥신 기준치 처리규정 없어 개정 시급

환경부는 지난 27일 반환예정인 캠프 마켓 부지 내에서 다이옥신류와 유류·중금속 등의 복합적인 토양 오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지하수에서도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유류로 오염된 시료 중 등유·경유·제트유·벙커C유로 인한 오염) 등도 검출됐다.
 
현재 한미 양측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캠프 마켓 총면적 47만9622㎡ 가운데 22만8793㎡에 대한 반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 부평 미군기지(캠프 마켓)에서 다이옥신과 중금속, 유류 등이 발견된 장소 위치도(파란색 실선 안쪽). 다이옥신은 A구역에서 검출됐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인천 부평 미군기지(캠프 마켓)에서 다이옥신과 중금속, 유류 등이 발견된 장소 위치도(파란색 실선 안쪽). 다이옥신은 A구역에서 검출됐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이번 조사는 한·미간 합의에 따른 것으로 2015년 7월부터 2016년 3월, 2016년 6~9월까지 두 차례 실시됐다고 했다. 반환 협상이 진행 중인 미군기지 내부 환경조사를 한·미 간합의 하에 미리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다이옥신류의 경우 33개 조사지점 중 7개 지점의 토양 시료에서 1000pg-TEQ/g(피코그램·1조분의 1g)을 초과했다. 최고 농도는 1만347pg-TEQ/g이 나왔다고 했다. 1000pg-TEQ는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 정한 기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치다. 이 기준대로라면 최고 10배가 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주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기지 내 다이옥신류 등 오염 토양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해나갈 예정”이라며 “주한미군 측도 우리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천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토양에서 다이옥신이 발견된 부평 미군기지 정문 철색선에 '오염 정화' 등이 적힌 카드를 붙이고 있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인천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토양에서 다이옥신이 발견된 부평 미군기지 정문 철색선에 '오염 정화' 등이 적힌 카드를 붙이고 있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이에 인천녹색연합을 비롯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의 공식 사과와 오염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반환예정인 부평미군기지 내부가 맹독성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것이 확인됐다”며 “다이옥신은 미국 환경청(EPA)도 암을 유발하며, 생식·발육·면역기관 및 호르몬에도 피해를 주고 체내에 축적되는 위험성 물질로 소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평 기지는 대단위 아파트로 둘러싸인 곳으로 지역 주민들은 수 십 년간 다이옥신 등에 노출돼 있었다”며 “주한미군은 인천시민에게 사과하고 즉각 오염정화 해 반환하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등은 또 환경부가 두 차례 조사한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도 했다. 다이옥신이 발견된 곳을 비롯해 오염원이 어디에서 얼마만큼 검출됐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앞서 지난 5월 환경부의 기지 내 토양오염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대 사무처장은 “부평 미군기지는 타 기지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전문적으로 폐기하는 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라며 “다이옥신은 물에 녹지 않는 성분이기 때문에 땅에 매립하지 않고서는 토양에서 검출될 수 가 없다”고 주장했다. 폐기물법에 따른 절차를 위반해 매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이옥신이 지표면(9100.22pg-TEQ/g)은 물론 깊이 1~3m의 중간토(1만347)와 3~5m의 하부토(5291)에서도 검출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김모(44·여)씨는 “그동안 잘 몰랐는데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말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철저하게 조사하고 깨끗하게 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부평 미군기지 주변 환경조사 착수 당시 모습. [사진 연합뉴스]

2012년 부평 미군기지 주변 환경조사 착수 당시 모습. [사진 연합뉴스]

 
문제는 국내법(토양환경보전법 등) 상 토양 내 다이옥신의 기준치와 처리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관련법이 없다 보니 기준치를 초과했는지조차 확인이 안 되는 것이다. 정부나 어떤 기관도 토양 내 다이옥신에 대한 데이터 구축이나 모니터링 작업 또한 없는 상태다.
 
인천대 신은철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1000pg-TEQ/g은 미국과 독일 등에서 수십 년 전부터 적용해 온 수치이지만 굉장히 관대하게 적용한 기준치”라며 “미국 일부 주에서는 4pg-TEQ/g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검출을 계기로 토양 내 다이옥신에 대한 기준치를 정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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