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닌’ 해외 입양인 2만 6000명

중앙일보 2017.10.31 14:07
수화물 벨트에 실린 아기 바구니를 통해 해외로 입양되는 아기들의 불편한 현실을 전달한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HS애드]

수화물 벨트에 실린 아기 바구니를 통해 해외로 입양되는 아기들의 불편한 현실을 전달한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HS애드]

 1953년 이후 해외로 입양된 16만명 중 입양 국가의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이 2만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 기동민 의원 국정감사 자료
무국적 해외입양아 추방 문제 심각
1953~2012년 해외입양아 16만명 넘어
이 중 2만 5996명 국적취득 미확인
미국이 1만 8603명으로 가장 많아
'입양 미완료' 상태로 출국시켜 문제
양부모가 직접 데려가면 시민권 바로 획득
복지부 "美 입양인시민권법 개정 촉구 중"
기 의원 "실효적 조치 즉각 마련해야"

31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 말 기준 국적취득이 확인되지 않은 해외 입양아는 2만 5996명이다. 미국 입양아가 1만 8603명, 미국 외 국가 입양아가 7393명이었다.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기 전 해외로 입양된 16만 5305명 가운데서다.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입양인은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되어 국가에서 추방된다. 모국에 돌아온다 해도 언어 문제 등으로 적응이 쉽지 않다. 국제 미아처럼 떠돌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아 필립 클레이(김상필)씨의 죽음을 다룬 뉴욕타임즈 기사. [중앙포토]

미국에서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아 필립 클레이(김상필)씨의 죽음을 다룬 뉴욕타임즈 기사. [중앙포토]

지난 5월, 8살이던 1983년에 미국 필라델피아로 입양됐던 필립 클레이(한국명 김상필)씨가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그는 시민권이 없는 상태로 파양돼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 머물다 2012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기동민 의원은 무국적 입양인이 많은 이유로 비자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는 아동은 IR-3 또는 IR-4 비자를 받아 출국한다. 두 비자의 차이는 입양절차 완료 여부다.  
 
양부모가 한국을 방문해 아이를 직접 만나고 입양 절차를 완료하는 경우엔 IR-3 비자를 받는다. 입양 아동이 18세 이전에 미국 땅을 밟으면 시민권도 자동으로 발급된다. 대부분의 나라는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해외 입양을 진행한다.
 
1970년 벨기에 가정에 입양된 융 감독(한국 이름 전정식)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로 내보낸 국가로 꼽힌다. [중앙포토]

1970년 벨기에 가정에 입양된 융 감독(한국 이름 전정식)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로 내보낸 국가로 꼽힌다. [중앙포토]

그러나 한국은 2013년 입양특례법이 적용되기 전까지 모든 미국 입양아에게 IR-4 비자를 발급해왔다. ‘입양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양부모가 입양아를 사전에 만나지 않고 입양기관이 대신 절차를 밟거나, 양부모 중 한 명에 의해서만 입양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IR-4 비자로 나간 후 양부모가 입양 절차를 적극적으로 완료하지 않아 시민권을 받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입양특례법 적용 이후로는 모든 아동이 IR-3를 받아 출국하고 있다.
 
기동민 의원은 ”과거 국가가 해외 입양아의 한국 국적 박탈에만 신경쓰고 입양 국가에서 국적취득 문제를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승일 복지부 입양정책TF 팀장은 “3~4년 전 추방 입양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국 법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입양인시민권법(Adoptee Citizenship Act)의 조속 제정을 촉구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기 의원은 “입양된 우리 아이들이 국적도 없이 미아가 돼서 추방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복지부·외교부·법무부 등 정부 당국은 실효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