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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한 김정은···트럼프 순방 노린 '기만전술' 주목

중앙일보 2017.10.31 06:00
김정은, 45일간 불안한 침묵, 왜?…트럼프 대통령 동북아 순방 노리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행보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뭔가 있어서라기보다 이상할 정도로 잠잠해서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 핵실험을 비롯해 수시로 미사일을 쏜 데 이어, 8월 이후엔 미국과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올해 현지지도 77차례 중 37차례를 군 관련 활동에 할애할 만큼 공개 활동을 군에 편중했지만 지난달 15일 괌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참관이 끝이다. 그러곤 45일 동안 도발을 멈추고 있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괌 타격 가능한 화성-12 미사일 발사 이후 한달 보름간 조용
핵과 미사일 앞세웠던 긴장 고조 대신 민생 행보에 주력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전 고요" 오히려 김정은이 보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순방 기간 기습 도발 앞둔 기만전술 일 수 있어 당국 주목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첫해인 2012년 12월 장거리 미사일을 쏘기는 했지만 통상 10월 이후에는 도발하지 않았다”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2012년)를 제외하면 지난해 10월 20일 실패했던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연중 가장 늦은 도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사일에 장착된 부속품들은 온도와 바람, 습도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한 해를 정리하는 총화(연말결산)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10월 이후에는 도발을 중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를 달성했을 수도 있고, 기술적으로나 북한의 국내 일정, 과거 전례를 보면 도발 중단은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불 맛을 보여주겠다"는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불 맛을 보여주겠다"는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추석 직전인 지난달 30일 군부대 산하의 농장을 시찰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후 김정은은 신발공장과 화장품 공장 등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추석 직전인 지난달 30일 군부대 산하의 농장을 시찰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후 김정은은 신발공장과 화장품 공장 등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가운데)와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해 생산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가운데)와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해 생산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①불안한 침묵 = 하지만 최근 북한의 침묵에 대해 정보 당국은 오히려 긴장하는 분위기다. 김정은이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불 맛을 보여 주겠다”고 추가 도발을 암시하는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뒤의 침묵이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이 성명에서 도발의 뜻을 명시적으로 밝혔는데 그냥 넘어가면 그게 오히려 이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헌법이나 제도에 우선하는 북한 체제의 속성상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보복을 다짐했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넘어갈 경우 리더십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 간 말폭탄이 오갈 때인 이달 초 평양 등지에서 보란 듯이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관련 동향이 없다고 한다. 북한이 기습도발을 선호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 북한의 침묵은 ‘폭풍 전야’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직전 공개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다 발사 전날 ‘조국해방전쟁(6ㆍ25전쟁)참전열사묘’ 참배 소식을 전한 뒤 자강도로 이동해 미사일 발사를 참관했다. 또 지난달 3일 핵실험 직전에는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 했다고 관영언론을 통해 보도하며 연막을 친 다음 몇 시간 뒤 실험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다른 당국자는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큰 ‘사고’를 치기 직전에는 공개 활동을 중단하며 장기간 두문불출하거나 기만성 활동을 해 왔다“며 “최근 일체의 군 관련 활동을 멈춘 채 민생 챙기기에 전념하는 게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대한 주민 동요를 막으려는 차원도 있지만 더 큰 ‘한 방’을 감추려는 기만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적들을 안심시킨 채 뒤통수를 치는 ‘빨치산 식 전술’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뒤쪽 오른쪽)와 함께 평양 류원신발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뒤쪽 오른쪽)와 함께 평양 류원신발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지켜본뒤 관계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이후 김정은은 군관련 활동을 중단했으며, 45일째 도발을 멈추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지켜본뒤 관계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이후 김정은은 군관련 활동을 중단했으며, 45일째 도발을 멈추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②트럼트 대통령 순방 기간이 목표?= 그런 차원에서 다음달 5일부터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 기간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7일부터 1박 2일 동안 방한 기간이 북한에겐 오히려 도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내세워 전략적 지위가 달라졌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으로 여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북한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폭풍전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라는 표현을 했는데 북한이 이를 역이용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필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부소장이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지난달 이용호 외무상이 한 말을 묵살해선 안 된다. 북한은 항상 말을 실행에 옮겨왔다’고 한 얘기는 자신들을 말려 달라는 뜻”이라며 “북미 간 진전이 없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기간 태평양 상으로 미사일을 쏘는 등 긴장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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