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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임원도 김영란법 적용, 금품 오가면 시공권 박탈

중앙일보 2017.10.31 01:59 종합 2면 지면보기
재건축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가 건설사의 조합원 이사비 지원을 금지한다. 무상 이사비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뉴스1]

재건축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가 건설사의 조합원 이사비 지원을 금지한다. 무상 이사비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뉴스1]

정부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전에 칼을 빼 들었다. 건설사의 이사비 지급을 금지하고 금품·향응 등을 제공할 경우 시공권을 박탈한다. 재건축조합 임원도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올렸다.
 

수주 비리에 12월부터 제도 개선
이사비·초과이익부담금 제안 금지
미등록 홍보요원 활동 땐 입찰 무효
일각선 “음성적 수주 경쟁 부채질”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이사비 제공,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지원, 금품·향응 제공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입찰→홍보→투표→계약으로 이뤄지는 시공사 선정 전반에 걸쳐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1단지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이사비 7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하고 한신4지구 수주전에선 롯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상품권과 명품 가방을 전달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수주전이 ‘복마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먼저 입찰 단계에서 건설사가 설계·공사·인테리어·건축옵션 등 시공 관련 사항만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이주비·이주촉진비 및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은 제안할 수 없다. 재건축 조합원은 금융기관을 통한 이주비 대출만 받을 수 있다. 재개발 사업도 재건축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만 영세 거주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건설사가 은행 조달 금리 수준에서 이주비를 융자·보증하는 것은 허용한다.
 
건설사가 대안 설계를 제시할 경우 구체적인 시공 내역(공사비 내역, 시공 방법, 자재 등)도 제출하도록 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감도를 제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어길 경우 입찰을 무효화하기로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홍보 단계에선 건설사뿐 아니라 건설사와 계약한 외주 홍보업체 소속 ‘OS (outsourcing) 요원’이 금품·향응을 제공해도 건설사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특히 금품·향응 제공과 관련해 1000만원 이상 벌금형,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은 경우 2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시공권을 박탈한다.
 
또 과도한 홍보를 막기 위해 사전 등록한 OS 요원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에서 정한 공간에 개방된 홍보부스 1곳만 설치해야 한다. 미등록 OS 요원이 활동하거나 개별 홍보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입찰을 무효 처리한다.
 
투표 단계에선 불법 소지가 많은 부재자 투표를 손질한다. 부재자 투표 요건을 해당 정비구역 밖의 시·도나 해외에 거주해 참석이 곤란한 조합원으로 한정한다. 투표기간은 1일로 제한키로 했다. 계약 단계에선 시공사 선정 후 계약 과정에서 건설사의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차단하기 위해 공사비를 입찰 제안보다 일정 비율 이상 증액할 경우 한국감정원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했다.
 
재건축조합 임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조합 임원이 건설사로부터 금품·향응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시공사 선정 전 조합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강태석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조합 임원의 일부 업무가 공적 업무에 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법 개정을 통해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홍보를 위한 금품·향응 제공은 단돈 1원도 안 된다는 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정당한 홍보 활동까지 제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수주전은 워낙 고질적인 문제라 음성적인 수주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태석 과장은 “1원이라도 여지를 주기엔 수주전이 너무 혼탁하다. 부스에서 팸플릿을 배포하는 등 규정 내에서 충분히 홍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선안 대부분은 국토부 고시 개정 사안이다. 다음달 중 행정예고해 12월~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다만 금품 제공 시 건설사 입찰 참가 제한 및 시공권 박탈, 조합 임원의 김영란법 적용 등은 도시정비법 개정 사안이라 다음달 중 발의해 향후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 비리 관련 처벌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조: 시공자·설계자 선정과 관련해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어겼을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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