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키장에 풀장 … 레저특구 변신 솔트레이크시티 배워라

중앙일보 2017.10.31 01:52 종합 5면 지면보기
미리 보는 평창 <2> ‘하얀 코끼리’ 안 되려면
올림픽의 저주(the curse of the Olympics)라는 말이 있다. 역대 올림픽 개최도시 중 상당수가 적자 문제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현상에서 나온 말이다.

겨울올림픽 경기장 활용 성공 사례
밴쿠버 종합스포츠센터 수익 짭짤
릴레함메르, 복지시설·캠퍼스로 써
휘슬러 등은 매년 썰매월드컵 개최

 
199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나가노(일본)가 대표적인 경우다. 인구 30만 명의 작은 도시가 올림픽을 위해 경기장과 사회기반시설(SOC)을 건설하느라 30조원을 썼다. 대회 직후 조직위원회는 “2800만 달러(약 315억원) 흑자를 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적자가 100억 달러(11조2600억원)를 넘었다.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 도시를 목표로 올림픽 인프라에 투자했지만 만성적인 재정적자의 부작용으로 지역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썰매 경기가 열렸던 스파이럴(spiral). 국제 대회가 열린지 13년이 넘었지만 재가동 움직임은 없다. [중앙포토]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썰매 경기가 열렸던 스파이럴(spiral). 국제 대회가 열린지 13년이 넘었지만 재가동 움직임은 없다. [중앙포토]

올림픽 시설물들은 방치돼 흉물로 변했다. 1억2000만 달러(약 1350억원)를 들여 지은 썰매경기장은 2004년 루지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지막으로 국제대회를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지난해 8월 “도쿄와 나가노를 오가는 열차 운행 횟수는 올림픽 전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다. 나가노의 숙박시설 또한 예약 미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나가노뿐이 아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은 준비 과정에서 8220만 달러(약 926억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고도 100억 달러(약 11조2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겨울올림픽 역사상 최다인 510억 달러(약 54조원)를 쏟아부은 2014년 올림픽 개최지 소치(러시아)는 이듬해 포뮬러원(F1) 개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중앙 정부에 40억 루블(약 780억원)을 빌렸다.
 
경기가 끝난 뒤 일부 시설은 시민들이 사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변경되기도 하지만 텅 빈 채 관리비 먹는 하마가 된 경우도 많다. 포춘은 “ 올림픽 성공 여부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 경기장을 없애는 데 있다”고 전했다. 올림픽은 관광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된다고 하지만 “그렇다는 근거가 별로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당시 빙상트랙이 설치되어 있던 리치먼드 오벌의 내부 전경. 현재는 빙상트랙을 걷어내고 복합 체육시설로 변모했다. [중앙포토]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당시 빙상트랙이 설치되어 있던 리치먼드 오벌의 내부 전경. 현재는 빙상트랙을 걷어내고 복합 체육시설로 변모했다. [중앙포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렸던 리치먼드 오벌은 현재 빙상트랙을 걷어내고 주민들을 위한 복합체육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리치몬드 오벌]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렸던 리치먼드 오벌은 현재 빙상트랙을 걷어내고 주민들을 위한 복합체육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리치몬드 오벌]

결국 올림픽을 치른 뒤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사후 활용 방안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밴쿠버는 올림픽 개최로 큰 적자를 냈지만 철저한 사후 활용 계획을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빙속 여제’ 이상화(28)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리치먼드 오벌은 올림픽 후 지역 종합스포츠센터로 탈바꿈했다. 연간 수익은 200만~300만 캐나다달러(약 17억~26억원) 수준이다.
시민들이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가운데 리치몬드 오벌 내부로 농구코트 등이 보인다. 리치먼드=장혜수 기자

시민들이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가운데 리치몬드 오벌 내부로 농구코트 등이 보인다. 리치먼드=장혜수 기자

 
2002년 겨울올림픽을 치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발상의 전환’으로 수익을 만들어낸 경우다. 스키 슬로프, 스키점프대 등을 대형 풀장, 잔디썰매장 등으로 바꿔 여름에도 사람이 몰리는 관광·레저 특화도시로 거듭났다. 1994년 대회를 치른 인구 3만 명의 노르웨이 릴레함메르는 선수촌·미디어빌리지·미디어센터 등을 지역 복지시설과 대학 캠퍼스 등으로 활용 중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이 열린 유타 올림픽 파크에서 짚라인을 즐기는 한 여성. [사진 유타올림픽파크 페이스북]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이 열린 유타 올림픽 파크에서 짚라인을 즐기는 한 여성. [사진 유타올림픽파크 페이스북]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이 열린 유타 올림픽 파크에서 다이빙을 시도하는 한 남성. [사진 유타올림픽파크 페이스북]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이 열린 유타 올림픽 파크에서 다이빙을 시도하는 한 남성. [사진 유타올림픽파크 페이스북]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이 열린 유타 올림픽 파크는 여름에 워터풀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유타올림픽파크 페이스북]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이 열린 유타 올림픽 파크는 여름에 워터풀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유타올림픽파크 페이스북]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를 적극 유치해 경기장 기능을 유지하면서 ‘겨울스포츠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사례도 있다. 1988년 캘거리(캐나다) 대회 개최 장소인 휘슬러를 비롯해 미국 레이크플래시드(1980년 대회)와 파크시티(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등은 올림픽 썰매경기를 치른 슬라이딩센터에서 매년 월드컵을 개최한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각국 대표팀 관계자와 관광객이 몰려 지역의 고정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경기를 펼치는 원윤종-서영우. [AP=연합뉴스]

지난해 1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경기를 펼치는 원윤종-서영우. [AP=연합뉴스]

캘거리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캘거리 오벌은 한국·일본 등 세계 15개국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자주 찾는 전지훈련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박현영·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