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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 쪼개기 증여’ 홍종학 청와대 검증 통과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7.10.31 01:51 종합 6면 지면보기
홍종학. [연합뉴스]

홍종학. [연합뉴스]

홍종학(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거리들은 청와대 검증에서 왜 미리 걸러지지 않았을까.
 

검증 문항 중 12개, 논란된 사안 관련
재산 신고 기록, 청와대 모를리 없어
일각선 “사람 정해져 요식행위 검증”

야당 “딸 작년 이자소득세 207만원
예금 12억 상당인데 1908만원 신고”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마지막 빈자리용으로 지명됐던 홍 후보자를 향한 야권 공격의 핵심은 ‘내로남불’이다.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과도한 부(富)의 대물림’을 비판했지만 정작 홍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딸은 장모에게서 아파트와 상가 건물을 상속받아 30억원가량의 재산을 불렸다. 특히 2014년 11월 “대를 건너뛴 상속·증여에 대해 세금을 더 매겨야 한다”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으나 이후 초등학생이던 딸(현재 중학생)에게는 장모의 재산이 부인을 건너뛰어 증여됐다. 그래서 세금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증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홍 후보자 가족의 재산 문제를 청와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미리 알 수는 없었을까. 박근혜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지난 6월 공개한 A4용지 16장 분량의 청와대 ‘고위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에 따르면 검증 질문 200개 중 재산 형성과 세금에 관한 질문만 66개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홍 후보자의 논란과 직접 관련된 질문만 12개다.
 
홍종학 인사 미스터리

홍종학 인사 미스터리

▶거주 목적 외 부동산(주택·상가·오피스텔·대지)을 현재 보유하고 있습니까 ▶미성년 혹은 무소득 자녀 명의의 부동산이 있습니까 ▶가족(친척 포함) 간 채권 및 채무 관계(총 2000만원 이내는 제외)가 있습니까 ▶상속·증여하거나 상속·증여받은 재산이 있습니까 등이다. 현 정부에선 질문서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전검증은 더 강화됐다고 한다.
 
홍 후보자가 이들 질문에만 제대로 답했다면 청와대가 논란의 실마리를 잡아채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재산 검증은 기록에 있는 것이니까 (청와대가) 봤다고 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더군다나 논란의 시발점이 된 8억6000만원이 넘는 홍 후보자 딸의 상가 건물 지분 보유 사실은 홍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제출한 재산 공개 내역에 포함돼 있다. 청와대 인사검증팀이 모르고 지나치기가 더 어렵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홍 후보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로 47명 정도를 검증했다고 했다. 하지만 백지신탁 등의 문제로 대부분 고사하는 바람에 의원 출신인 홍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일각에선 “홍 후보자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여서 검증 자체가 요식행위 수준에 그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증 실무진이 홍 후보자의 발탁에 대해 “노(no)”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주장이다.
 
인사검증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은 2011년 3월 발족된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에서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서 당시 경원대(현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홍 후보자와 함께 준비위원으로 활동했다.
 
야당은 이날 홍 후보자의 딸이 청심국제중에 재학 중인 사실을 놓고 맹공을 폈다. 그는 국정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제19대 대선 선대위 정책본부 부본부장 등을 지내며 특목고 폐지를 주장해 왔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 후보자 딸의 국제중 입학은 ‘내 자식은 국제중·외고로, 남의 자식에게는 외고 폐지’와 같은 내로남불의 결정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자문하고 만든 홍 후보자가 본인의 딸을 귀족학교에 입학시킨 것은 문제”라고도 했다. 청심국제중의 1년 교육비는 1499만원(2014년)이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부의 세습 대물림을 강하게 비판하던 사람이 스스로 부의 대물림 한복판에 있다”고 말했다.
 
윤한홍 의원은 또 홍 후보자의 딸이 초등학생 시절인 2016년 이자소득세로 207만원을 납부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은행 금리 적용 시 12억원 상당으로 추산되는 예금자산을 보유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무렵 딸이 상가 건물을 증여받았는데 증여세를 내기 위해 어머니에게서 2억2000만원을 빌리면서 ‘금전소비대차계약’이라는 차용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홍 후보자의 재산신고엔 딸 예금으로 1908만원을 신고했다. 윤 의원은 “12억원은 가족의 증여 없이 불가능하다”며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거나 부모 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정서가 안 좋은 부분이 있다 해도 불법이냐, 아니냐는 명확히 가려줘야 한다”며 “장모가 손녀를 위해 증여하는 과정에서 절세 방식을 택한 건 분명하더라도 불법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이어 “그런 부분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허진·백민경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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