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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노믹스 대신 시코노믹스, GDP 대비 210% 부채와 전쟁

중앙일보 2017.10.31 01:40 종합 10면 지면보기
시진핑의 신시대 <7> 경제 권력까지 장악
중국 경제 조타수는 전통적으로 국무원 총리였다. 1990년대 장쩌민(江澤民) 시대는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후진타오(胡錦濤) 시대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경제 정책을 주도했다. 5년 전 시진핑(習近平)이 집권했을 때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주도할 ‘리코노믹스’에 주목했던 이유다. 지난 5년간 유지됐던 이 구도를 허물어 온 시진핑 주석은 19차 당 대회를 통해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를 확립했다.

GDP 성장 구체 수치 제시하지 않고
질적 발전, 경제 효율, 성장 동력 강조
당 대회 때 “아름다운 생활” 표현
불균등 극복, 소비 업그레이드 추진

 
향후 경제정책을 담은 19대 보고가 양적 성장 목표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질적 성장을 외친 것도 시코노믹스의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과감한 공급 측(서플라이 사이드) 개혁을 통한 금융위기 해소, 아름다운 생활을 내세운 소비 업그레이드, 혁신 주도형 성장, 개방 정책 등을 시코노믹스의 포인트로 꼽았다.
 
우선 공급 측 개혁 속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양웨이민(楊偉民)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은 19대 폐막 후 “GDP 성장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며 “필요한 것은 질적 발전, 경제 효율, 성장 동력 ‘세 가지 변혁’”이라고 말했다. ‘공급 측 구조개혁 심화’는 19대 보고가 제시한 여섯 가지 경제 정책 중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총생산 성장률

중국 총생산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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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축소의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양웨이민 부주임은 “2020년까지 중대 (금융)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부채에 의한 호황 뒤 채무자의 상환능력 약화로 자산가치가 폭락하는 ‘민스키 모멘트’ 출현을 막겠다는 뜻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도 개막 이튿날 공개회의에서 민스키 모멘트를 언급하며 자산 버블을 우려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도 대중에 인기 없는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예고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부채 비율은 지난해 GDP 대비 210.6%까지 치솟았다. 2008년 114.2%에 비하면 두 배 가까운 폭증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유럽, 1990년대 동남아시아, 80년대 일본은 버블 붕괴로 금융위기를 경험했지만 중국은 이를 막겠다는 의미다. EIU는 “시 주석은 부채의 도전을 후임자에게 넘기지 않고 자신의 핵심 업적으로 만들려 한다”고 전망했다.
 
소비 업그레이드는 질적 성장의 또 다른 엔진이다. 이번 당 대회 보고에서 강조된 표현이 “아름다운 생활, 아름다운 중국”이다. 36년 만에 결핍을 넘어 불균등·불충분 발전으로 재정의한 신시대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김윤희 KOTRA 베이징무역관 차장은 “먹고 즐기며 사용하는 생활 수준을 높이는 소비 업그레이드, 생태 환경보호 분야가 향후 경제 발전의 새로운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혁신 주도형 경제 성장은 후진타오 시대의 맥을 잇는 정책이다. “과학기술(IT) 강국, 품질 강국, 우주항공 강국, 인터넷 강국, 교통 강국, 디지털 중국, 지능사회 건설을 지원해야 한다.” 시 주석은 이와 함께 국가 혁신체제 구축을 요구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해 세계 경제의 게임체임저를 자임한 것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장은 “시 주석이 언급한 IT·우주항공·교통·인터넷·디지털·인공지능(AI) 분야에 중앙정부의 지원이 쇄도하면서 호황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코노믹스는 한국 등 주변국 경제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KOTRA는 “중국이 자국 기업 육성에 본격 나섬에 따라 외국 기업은 중국 사업에 대한 위기와 기회요인에 대한 깊은 분석이 필수가 됐다”며 시코노믹스가 초래할 차이나 리스크를 경고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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