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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분열의 뇌관, 바스크·카탈루냐 뒤바뀐 운명 왜

중앙일보 2017.10.31 01:19 종합 20면 지면보기
스페인은 서유럽에서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다. 전 세계 100여 개국이 인정하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스크, 프랑코 탄압에 테러로 맞서
ETA 40년 투쟁으로 800명 희생
테러 피로감 민심 떠나자 무장해제

1인당 GDP 카탈루냐보다 높고
카탈루냐엔 없는 세금 자치권 누려
“독립국가 원한다” 23%에 불과

국제사회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탈루냐의 독립 투표를 무력 제압한 것도 카탈루냐 밖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서였다. 스페인에 분리독립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카탈루냐만의 일이 아니다.
 
카탈루냐의 불똥이 튈까 스페인 정부가 촉각을 세웠던 스페인의 전통적 화약고는 바로 바스크 지방이다. 유럽에서 가장 과격한 투쟁으로 이름을 떨쳤던, 유럽 최후의 분리주의 무장단체가 탄생한 곳이 바스크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의 우려가 무색하게 현재 바스크는 매우 고요하다.
 
바스크 최대 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사진 왼쪽),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의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오른쪽)

바스크 최대 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사진 왼쪽),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의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오른쪽)

1990년대 초 외신은 바스크와 카탈루냐의 차이를 이렇게 서술했다. “바스크가 완전독립을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벌이는 데 반해 카탈루냐는 스페인 주(州)로 남아있되 완전한 자치를 외치고 있다.”
 
20여 년 만에 완전히 뒤바뀐 두 지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투표 이후 바스크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카탈루냐의 독립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63%에 달했다. “더 많은 자치권을 원한다”는 응답자는 44%, “독립국가를 원한다”는 이는 23%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바스크인들이 독립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다. 바스크의 작가 키르멘 유리베는 NYT에 “다시는 바스크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처를 먼저 치유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독립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산맥 서부 지역이 바스크다. 이곳에 민족의 기원도, 사용하는 언어의 계통도 알 수 없는 바스크인들이 산다. 고립된 채 자신만의 문화를 지켜온 이들은 당연히 스페인에 섞이지 못했다. 집요하게 독립을 추구했고 그로 인해 탄압받았다.
 
특히 스페인내전(1936~39) 중 프랑코를 지원한 독일군이 폭격한 게르니카 참사는 바스크인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겼다. 도시민 3분의 1에 달하는 약 1600명이 사망한 게르니카 폭격은 후에 피카소가 대작으로 남긴 최악의 비극이었다.
 
강력한 중앙집권 정책을 실시한 프랑코 정권은 바스크와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몰수하고 고유 언어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바스크인들은 59년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를 결성했다. 탄압에 맞서기 위해 이들은 납치·암살·총격전·폭탄테러를 일삼았다.
 
프랑코 사망 뒤 자치권을 되찾았지만, 바스크인들은 독립만을 원하며 무장투쟁을 이어나갔다. ETA의 투쟁 40여 년 간 스페인에선 80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고 지역은 파탄났다. ETA를 지지했던 바스크인들은 급격히 피로감을 느꼈다. 민심이 떠나자 전세는 역전됐다. 2011년 ETA는 조건 없이 영구적 휴전을 선언한 데 이어 올해 4월 중앙정부의 뜻대로 완전히 무장해제했다.
 
피 흘리며 얻은 교훈 덕에 바스크는 카탈루냐 상황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바스크민족당(PNV)의 안도니 오르투자 대표는 NYT에 “우리만의 방식이 있다”며 “바스크 정당들이 합의를 이룬 후 중앙정부와 협상하기 전까지는 독립 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스크의 평화엔 경제도 한몫했다. 바스크 최대 도시인 빌바오는 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변신했다. 관광으로 버는 수입이 연간 3억 유로(약 3900억원)에 이른다. 바스크 지역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1000유로를 넘었다. 카탈루냐(2만8590유로)보다 높다. 실업률도 전국 최저 수준이다.
 
더 중요한 건 바스크만 지니고 있는 특별한 권한이다. 카탈루냐엔 없는 세금 자치권이다. 바스크는 지역 내에서 거둔 세금을 자체적으로 사용한다. 중앙정부에는 국방과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대가로 약간의 비용을 지불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바스크 자치정부의 세수 전망액은 130억 유로(약 17조원). 이 중 약 8억 유로(약 1조원)를 정부에 납부하면 그만이다.
 
중앙정부에 세금을 내고, 용돈처럼 예산을 되돌려받는 카탈루냐의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돌려받는 돈도 턱없이 적다. 카탈루냐가 중앙정부에 초과 지급하는 액수는 카탈루냐 추산 연 160억 유로(약 21조원), 중앙정부 추산 연 100억 유로(약 13조원)에 이른다.
 
카탈루냐는 수차례 불만을 표하며 중앙정부와 협상했지만, 경제의 20%를 책임지는 카탈루냐 없이 굴러갈 수 없는 스페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바스크가 스페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다.
 
◆카탈루냐 수반 반란 혐의로 기소키로=한편 스페인 중앙정부 검찰 당국은 해임된 카탈루냐 지방정부의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 등 각료들을 반란, 내란선동 및 공금횡령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호세 마누엘 마사 스페인 검찰총장은 푸지데몬 수반 등 카탈루냐 지도부의 반역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고 3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마드리드 정부는 앞서 27일 카탈루냐의 지방의회가 독립을 선언한 직후 자치권을 회수했으며 다음날 푸지데몬 수반과 12명의 각료 및 지방경찰 총책을 일괄 해임하고 산타마니랑 중앙정부 부총리에게 직접통치의 행정관리권을 부여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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