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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 수리도 못하는 광주 구도심 … “재개발구역 해제를”

중앙일보 2017.10.31 01:07 종합 21면 지면보기
전국 늙은 도시의 눈물 … 해법은 ⑤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동명1동
광주의 대표적 구도심인 동구 계림동 일대의 낡은 주택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의 대표적 구도심인 동구 계림동 일대의 낡은 주택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광주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대인시장이 인접한 곳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길 맞은편인 ‘광주 화상경마장’을 찾은 시민들이 1~2명씩 오갈 뿐 골목 전체에 적막감이 흘렀다. 집주인이 이사 간 뒤 지붕이 내려앉거나 창문이 깨진 채 방치된 집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수년간 사람들이 살지 않은 빈집 담벼락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10년째 시공사도 못정해 사업 표류
개발구역 묶인 주택가 날로 황폐화
광주시 수익위주 도시정비도 문제
아파트 난립으로 무등산 조망 위협

 
대인시장에서 50m 떨어진 이곳은 계림동 7개 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한 곳이지만 10여 년째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주민 동의로 2008년 2월 도시환경정비를 위한 조합 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시공사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차라리 도시환경정비구역을 풀어달라”는 말이 쏟아지고 있다. 도시정비구역으로 묶인 뒤 집을 팔지도 수리도 하지 못해서다.
 
대인시장 맞은편인 동명1동 일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3년 11월 주택재개발을 위한 구역지정까지 받았지만 조합원들의 입장차가 커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 이성미(61·여)씨는 “동네 곳곳에 집이 무너지거나 금이 간 곳이 많다”며 “집을 고쳐서 살 수 있도록 재개발구역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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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는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충장로·금남로·계림동·산수동·지원동 등을 끼고 있는 대표적 구도심이다. 옛 전남도청 일대는 2015년 11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서 공동화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인근 구도심은 여전히 낙후된 곳이 많다. 큰 도로를 끼거나 상권이 잘 형성된 일부 구역들만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는 경우도 많아 지역 주민들간 양극화 현상도 커지고 있다.
 
동구는 2000년 이후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졌지만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997년 13만4371명이던 동구 인구가 현재 9만5791명까지 줄었다. 지속적인 인구 유출 속에 노인 인구 비중이 올해 20.7%로 상승해 고령화 현상도 심각하다.
 
광주시는 20여 년간 구도심에 대한 정비 노력을 했지만 아파트 건설 외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광주는 재개발·재건축 편중 현상이 유난히 심한데다 취약한 경제여건 때문에 친환경적인 도시재생을 추진하지 못해서다. 광주에서는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된 이후 52곳에서 재개발·재건축 등이 진행되고 있다. 구도심의 주거지를 헐어내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이 28곳, 재건축이 16곳이다. 광주 전역에서 도시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꼽히는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프리랜서 장정필]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꼽히는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프리랜서 장정필]

이들 사업이 2025년께 완료되면 재개발·재건축으로만 6만5608세대(예측)의 주택이 새로 지어진다. 대부분의 광주 구도심이 아파트촌으로 변해가는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노경수(55) 광주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주거와 수익성만 추구하다 보니 도시정비가 고층 아파트만을 짓는 사업이 됐다”며 “무분별한 아파트 건설로 무등산의 조망권까지 위협받는 만큼 친환경적인 도시재생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도시정비를 도시재생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수립한 ‘2025 광주광역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이 대표적이다. 광주의 대표적인 구도심 17곳을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정해 주민의 정주여건과 생활환경을 되살리려는 프로젝트다.
 
광주의 경우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이나 서구 발산마을 등은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꼽힌다. 아파트 건립 대신 기존 마을의 형태나 역사성을 유지하면서도 생활여건이나 상권을 개선시킨 곳들이다. 송정역시장은 1913년 개장한 전통시장이 도시재생을 통해 1970~80년대 모습을 재현한 테마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발산마을은 도심속 낙후지역이던 서구 양3동 일대를 ‘청춘 발산’이라는 테마 아래 밝고 화사한 동네로 재생했다.
 
펭귄마을은 남구 양림동의 옛 골목길을 시계·그림·냄비 등 버려진 생활용품으로 치장한 ‘정크 아트(Junk Art)’ 공간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아파트를 짓는 도시재생은 여러 한계를 노출해온 만큼 전통시장이나 청년일자리를 연계한 도시정비를 통해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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