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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스페이시 “난 동성애자”

중앙일보 2017.10.31 01:04 종합 23면 지면보기
케빈 스페이시(左), 앤서니 랩(右)

케빈 스페이시(左), 앤서니 랩(右)

미국 배우 앤서니 랩(46)이 29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14살 때 케빈 스페이시(58, 당시 26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스페이시는 트위터를 통해 “기억나지 않지만 사죄한다”고 입장을 밝힌 뒤 곧바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털어놓았다.
 

앤서니 랩 “14세 때 당했다” 폭로
스페이시 “기억나지 않지만 사죄”

이날 인터뷰에 따르면 랩과 스페이시는 1986년 브로드웨이에서 함께 공연하며 친해졌다. 어느 날 스페이시는 랩을 자신의 아파트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했고 밤이 깊어지자 그를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 위에 올라타 성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당시 스페이시는 26세, 랩은 14살의 미성년자였다. 랩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 스페이시를 밀어낸 뒤 빠져나왔다고 했다.
 
현재 46세인 랩은 그날 이후 좌절과 분노, 성적 혼란을 겪어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날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어떻게 했어야 되는지 생각하느라 혼란스러웠다”며 “그날 더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14살짜리 소년한테 그런 짓을 한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도 스페이시를 보면 속이 뒤틀린다. 그날의 일들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채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랩의 폭로가 공개되자 스페이시는 트위터를 통해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랩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술에 취해서 그랬을 것”이라며 “랩이 오랜 기간 느껴왔던 감정들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나는 내 생애 동안 남녀 모두와 관계를 맺어왔고, 많은 남자들과 연애를 했다”며 “앞으로 나는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택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결혼을 하거나 연인을 두지도 않고 사생활을 철저히 숨겨 왔던 스페이시에 대해 동성애자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스페이시 자신은 이를 모두 부인했었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역 배우로 데뷔한 랩은 96년 뮤지컬 ‘렌트’에서 주인공 마크 코언 역을 맡으며 미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지난 9월부터 미국 CBS에서 방영 중인 인기 SF 시리즈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에서 동성애자 생물학자인 폴 스테이메츠 역으로 활동 중이다.
 
스페이시는 스크린과 무대, 방송을 넘나들며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 받은 정상급 배우다. 96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2000년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91년 연극 ‘사랑을 주세요(Lost in Yonkers)’로 토니상 남우주연상, 2015년엔 넷플릭스의 TV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로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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