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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의 동행, 3년 만에 야구 명가 완벽 재건

중앙일보 2017.10.31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KIA 김기태 감독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감격에 찬 표정으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김기태 감독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감격에 찬 표정으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가 함께 걸어간 끝에, 모두가 함께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기태(48) KIA 감독의 ‘동행’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선수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형님
감독 맡자 몸 낮추고 팀 다독여
정규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

“하루가 기네요.”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둔 김기태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프로야구 무대에서 첫 우승이 다가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1991년 신생팀 쌍방울에 입단한 뒤 강타자로 명성을 날렸지만 2003년 SK에서 한국시리즈 무대를 한 차례 밟은 게 전부였다.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김기태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김기태 감독은 2012년 LG에서 지도자로 첫 도전에 나섰으나 7위에 그쳤다. 이듬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LG를 11년 만에 가을 야구로 이끌었지만 한국시리즈엔 진출하지 못했다. 김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2014 시즌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했다. 김 감독은 2015 시즌을 앞두고 고향팀 KIA 감독을 맡았다. 첫해엔 7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엔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했다.
 
취임 3년째를 맞은 김 감독에게 KIA 구단은 힘을 실어줬다. FA(자유계약선수) 타자 최대어 최형우를 총액 100억원에 데려왔다. FA로 풀린 에이스 양현종과 지난해 활약을 펼친 외국인선수 헥터도 붙잡았다. 군복무를 마친 김선빈과 안치홍까지 합류한 KIA는 한국시리즈 3연패(連覇)를 노리던 두산을 가볍게 물리쳤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는 시즌 초반 선두에 오르며 순항했다. 하지만 위기는 여러차례 있었다.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와 김주찬이 시즌 초 부진했다. 버나디나는 4월까지 타율 0.255, 1홈런에 그쳤다. 김주찬의 슬럼프는 더 깊었다. 6월 초까지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김기태 감독은 버나디나에게 메이저리그 시절 활약했던 영상을 보여주며 기를 북돋았다. 김주찬의 부진에 대해선 “내가 책임진다”며 그를 독려했다. 버나디나는 KIA의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김주찬은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3할대 타율 (0.309)로 시즌을 마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4차전까지 1안타에 그쳤던 이범호를 빼지 않았다. 이범호는 결국 5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김기태 감독은 현역 시절 후배들을 앞장서서 이끄는 스타일이었다. 대스타인 이승엽도 ‘형님’으로 깍듯이 모실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지도자가 된 뒤 김 감독은 스스로 몸을 낮췄다. 선수 기용에 있어서는 전담 코치들에게 전권을 부여했다.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야구와 팀에 대한 예의만 지킨다면 자유를 줬다. 좋은 플레이를 한 선수를 칭찬하기보단 실수를 저지른 선수를 먼저 찾아가 다독였다. KIA 선수들은 올시즌을 앞두고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계약기간(3년)이 종료되는 김 감독의 재계약을 원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마침내 김 감독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보답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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