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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막자” 농촌에 농약보관함 보급하는 생보재단

중앙일보 2017.10.31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지난 6월 충남 서천군의 한 마을에 노란색 박스가 설치됐다. 농약 안전보관함이다.
 

노인 자살률 OECD 평균의 3배
7년간 51개 지역에 7747개 설치

이 마을의 김모(70) 할아버지는 “그동안 농약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분홍색은 살균제, 노란색은 살충제, 노란색은 제초제 등 뚜껑 색깔에 맞춰 정리하기도 편리하게 돼 있어 좋다”며 “튼튼한 철제에 자물쇠까지 달려 안심이다”고 말했다.
자살예방

자살예방

 
이 마을에 만들어진 농약 안전보관함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2010년부터 전국 51개 시·군 농촌 지역에 설치한 7747개 중 하나다. 재단이 농약 보관함을 만든 건 자살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03년부터 12년 동안 자살률 1위를 지키고 있다. 2015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6.5명이다. 노인 자살률은 이보다 더 높다. 10만 명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58.6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의 3배 수준이다.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선택하는 손쉬운 수단은 농약이다. 농약을 음료수인 줄 알고 마셔 발생하는 사고도 잇따랐다. 농약 안전보관함을 만든 이유다. 노란 보관함의 효과는 상당했다. 농약 음독자살 비중이 급감했다. 2011년 전체 자살자의 16%에서 2015년에는 7%대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7 세계보건통계’에서 자살 예방의 모범 사례로 소개할 정도였다.
 
자살을 막기 위한 재단의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부터 서울 21개 한강 다리에 79대의 ‘SOS 생명의 전화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자살을 결심한 절망적 순간에 다리 위에서 수화기를 든 사람만 2011~2016년 사이에 총 5596명이나 된다. 이들 중 844명이 구조됐다. 덕분에 한강 다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수는 2011년 95명에서 지난해 11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구조율도 51.5%에서 97.8%로 높아졌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자살은 심각한 사회 질병으로 정부의 복지정책과 심리 상담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자살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사회 제도와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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