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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펀드 왜 좋죠” 묻자 답 못한 판매직원 10명 중 8명

중앙일보 2017.10.31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 서울 소재 한 증권사 지점.
 

펀드 판매 전문성 여전히 낙제점
보수와 수수료 차이 설명 못하기도
“고객 수익보다 금융사 보수 더 신경”

▶고객=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데, 비교지수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는데 뭘 말하는 건가요?
 
▶직원=비교지수요? (당황) 잠시만요. 펀드가 많다 보니 잘 기억을 못 해서…. 비교지수란 코스피를 말하는 거고요.
 
▶고객=비교지수가 코스피란 말이죠?
 
▶직원=네. 그렇죠.
 
아니다. 벤치마크라 불리는 비교지수는 펀드 수익률을 비교하는 기준 수익률이다. 펀드 매니저의 운용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되며 펀드마다 다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코스피200’ 등을 쓴다.
 
# 대구 소재 한 은행 영업점.
 
▶고객=혹시 보수와 수수료 차이가 뭔가요?
 
▶직원=선취 수수료라고 처음에 떼는 수수료가 있는데요. 고객님이 100만원을 내면 그중 1%를 떼어가게 돼 있어요. (설명을 얼버무리며) 그냥 ‘환매 보수’에 다 포함됐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냥 전부 다 비용이라 보세요.
 
이것도 틀린 설명이다. 수수료는 일회성 비용으로, 판매 수수료와 환매 수수료가 있다. 보수는 투자 기간 내내 지불하는 비용으로 판매보수, 운용보수, 신탁보수 등이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모두 실제 사례다. 30일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보험사에서 펀드 판매 직원의 전문성이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8년 동안 펀드 상담 실태를 조사·평가한 결과다. 판매 직원 전문지식이 얼마나 우수했는지 보여주는 비율은 2009년 23.8%에서 지난해 18.1%로 오히려 더 나빠졌다. 매년 기초용어에 대한 질문 수와 난이도가 달라진다고 해도 8년 내내 50%를 넘은 적이 없다.
 
펀드를 추천할 때 제대로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직원도 10명 중 8명에 달했다. 추천 시 수익률 외에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는지, 또 현재 주식시장 상황과 전망을 제대로 보여줬는지를 따진 것이다. 2009년 우수한 비율은 15.9%에 그쳤고 지난해에도 21.9%로 여전히 저조했다.
 
펀드 소비자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상품을 알려야 할 직원의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실질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뺏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선 금융회사가 펀드 상품 요점을 알기 쉽게 정리한 두장짜리 문서(Fact sheet)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금융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고 있다.
 
신상희 금융투자자보호재단 책임연구원은 “무엇보다 판매회사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수지만, 유인이 적다”며 “교육 및 연수가 실질적으로 직원 전문성 개선에 기여하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필요하면 투자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공개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특히 신상품이 나오거나 펀드 제도가 변화할 땐 앞서 직원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 전문성과 달리 판매사의 법규 준수는 꾸준하게 개선됐다. 투자자 성향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거나 부적합하면 제외하는 적합성 원칙은 우수 비율이 8년 사이 35.3%에서 73.1%로 높아졌다. 상품 내용과 투자 위험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설명의무 준수 비율도 같은 기간 36.2%에서 70.7%로 개선됐다. 다만 하나은행·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과 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등 대형 금융회사 간 인수합병이 빈번했던 2015년과 지난해에는 개선세가 주춤했다. 지난해 9월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금융노조 총파업도 영향을 미쳤다. 판매 환경이 나빠지면 판매사 법규 준수율도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펀드 판매 행태 개선 없이는 펀드 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판매사가 고객 수익에 우선하는 상품보다는 자사 성과지표를 높이거나, 보수가 높은 상품 위주로 권유해서 투자자의 장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결국 개인 투자자는 공모 펀드 시장을 이탈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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