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랑 사는 게 똑같네?"…JTBC 한끼줍쇼 이유 있는 흥행

중앙일보 2017.10.31 00:05
지난 18일 방송된 JTBC '한끼줍쇼'의 스틸컷. 배우 이연희가 초인종을 누른 뒤 초조해하고 있다. [사진 JTBC]

지난 18일 방송된 JTBC '한끼줍쇼'의 스틸컷. 배우 이연희가 초인종을 누른 뒤 초조해하고 있다. [사진 JTBC]

어느 날 저녁, TV 속에서만 보던 연예인이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고 "저녁밥 한 끼 달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많은 이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져보게 한 프로그램이 있다. JTBC 프로그램 '한끼줍쇼'다. '한끼줍쇼'는 MC인 이경규와 강호동이 게스트들과 함께 특정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정집에 들어가 저녁을 함께 먹는 프로그램이다. 이 한 줄로 프로그램의 전체 얼개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형식이 단순 명료하다. 그런데 이 단순함에 적지 않은 이들이 매료됐다. 지난해 10월 시청률 2.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한 '한끼줍쇼'는 1년이 지난 현재 오후 10시 50분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5~6% 시청률을 넘나들고 있다. 매달 한국갤럽이 발표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도 매번 20위 내에 자리한다.
 

1주년 맞은 한끼줍쇼, 매회 5~6% 시청률 기록
86곳 가정 찾아가 저녁 함께 하며 식구돼
1인 가구부터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까지 등장
"우리네 사는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메인 연출을 맡고 있는 JTBC 방현영 PD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어떠한 쇼나 연출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에서 오는 재미와 감동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방 PD는 "촬영에 나가면 당장 저부터도 오늘은 누가 문을 열어주실까, 어떤 얘기를 해주실까 기대하게 된다"며 "다큐멘터리나 예능 등 모든 콘텐트의 뿌리는 결국 우리 사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엔 힘이 있다" 
단순한 포맷에도 '한끼줍쇼'는 매회 새롭다. 그때그때 등장하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품은 덕분이다. '한끼줍쇼'는 지난 1년 53회 동안 86곳 가정집의 이야기를 담았다. 1인 가구, 3대,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동거커플, 이혼남, 예비부부, 신혼부부, 노년 부부 등 한국 내 거의 모든 가족 구성원 형태가 등장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의 상당수 예능들은 일반인들은 배제해왔었는데 한끼줍쇼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고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녹였다"고 말했다.
JTBC '한끼줍쇼' 김포시 운양동 편 [사진 JTBC]

JTBC '한끼줍쇼' 김포시 운양동 편 [사진 JTBC]

 
등장하는 일반인들은 그 자체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끼줍쇼' 애청자 이모(30·여)씨는 "한끼줍쇼를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며 "가정적인 남편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럴 때마다 '확실히 우리나라가 많이 달라지고 있구나' 매번 느낀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밥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식구(食口)라는 공동체가 된다는 전통적 가치관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낸다"며 "특히 수억원을 버는 사람도 어마어마한 걸 먹지 않지 않느냐. '사는 모습 다 똑같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이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이질감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이때문이다.
JTBC '한끼줍쇼' 염리동 편에서 나온 일반인의 밥상 [사진 JTBC]

JTBC '한끼줍쇼' 염리동 편에서 나온 일반인의 밥상 [사진 JTBC]

 
'한끼줍쇼'의 제작진들은 촬영현장에서 "철학자가 되는 것 같다"는 말을 서로 주고 받는다고 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일반인의 얘기가 어떠한 명사의 얘기보다 와닿았기 때문이란다. 방 PD는 김포시 운양동을 찾았던 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저녁을 대접한 이는 동거커플이었다. 방 PD는 "그분들이 '(우리 관계를) 남한테 설명하기가 어려운거지, 내 스스로는 어렵지 않다'고 얘기하는데 제작진 모두가 동시에 '아'하고 감탄했다"며 "제작진 스스로도 매번 함께 웃고 울면서 깨닫고 배운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울고 웃는 제작진들
제작진들은 '숟가락 하나 들고 저녁밥을 얻어 먹는다'는 큰 줄기 외에 진행에 관한 부분을 두 MC에게 일임한다. '한끼줍쇼'를 통해 인연을 맺은지 24년 만에 한 프로그램에서 만난 둘은 묘한 조화를 끌어낸다. 방 PD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베테랑 MC들이 필요했고 긴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 모두 흔쾌히 승낙했다"며 "이경규 씨가 힘든 티를 내고 짜증내는 경우에도 서로에 대해 워낙 잘 알아서 그런지 강호동 씨는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기합을 넣는다"고 말했다.
 
'날방송'의 대가로 불리는 이경규도 '한끼줍쇼'에서만큼은 다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해가 질 때까지 초인종을 누르고, 손수 설거지 하기도 마다치 않는다. 지난 7월 일본을 찾았을 땐 "일본에서는 더욱 정중하게 부탁해야 한다"며 직접 아는 일본 전문가에게 물어 '저녁밥 부탁 멘트'를 적어오기도 했다. 방 PD는 "수시로 제작진에게 전화해 동네 선정이나 진행 아이디어를 낸다"며 "영화를 제작해본 적이 있어 그런지 프로그램을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25일 방송 예정인 JTBC '한끼줍쇼'의 스틸컷. 강호동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JTBC]

25일 방송 예정인 JTBC '한끼줍쇼'의 스틸컷. 강호동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JTBC]

프로그램의 특성상 민폐 논란과 사생활 공개에 대한 우려가 간혹 나오기도 한다. 제작진이 특히 신경쓰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이 때문에 촬영 당일, MC들이 초인종을 누른 뒤나 누군가를 만나 얘기를 나눈 뒤 "방송에 나가도 되느냐"고 재차 확인을 거치는 별도의 작가팀까지 있다. 문을 열어주는 일반인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스텝들은 오후 6시가 되기 전 30분 간 간단히 도시락을 따로 챙겨먹는다. 두 MC도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 되며 ▶이미 밥을 먹은 가정은 안 된다는 등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한 것처럼 매번 신경쓴다고 한다.
 
'날방송' 이경규, 한끼줍쇼에선 듬직한 큰형
한끼줍쇼는 우연이 가져다 준 상황 속에서 감동과 웃음이 터져나온다. 당당하게 "개그맨 이경규인데요"라고 외치지만 "그런데요?"라는 냉담한 대답이 초인종을 통해 돌아오듯, 거절하면 거절하는대로 승낙하면 승낙하는대로 흥미를 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한끼줍쇼'에 사전 섭외란 없다. 방송 초기엔 아무런 대본도 없었고, MC들이 초행길일지라도 길 안내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게스트 등장 장면에 참고 대본이 있으며, 안전 문제 때문에 제작진이 출연진에게 대략적인 길 안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출연진들이 돌발적으로 길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 동선을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2~3명의 작가팀이 한 번, PD·FD·카메라감독 등 7~8명의 연출팀이 촬영 3~4일 전 또 한 번, 총 두 번 답사를 통해 동네를 공부한다. 최근에는 게스트들과의 인연이 있는 동네를 많이 찾고 있다.  
 
'한끼줍쇼' 일반인 어록

“1년 1년 지날수록 안 힘든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그것때문에 우울해하면 저만 힘든거니까...”(뮤지컬 지망생 1인 가구(22호 가정)

“(바라는 소망이 있느냐는 질문에) 올바로 잘 살다가 잘 죽는 거”(손자와 할머니 가정(32호 가정))

“(우리 관계를)남한테 설명하기가 어려운거지, 제 인생에 스스로 설명하긴 어렵지 않다. 내 안에서는”(동거커플 가정(64호 가정))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최근 3회차 한끼줍쇼의 평균 시청률은 5.3%다. 연령별 평균 시청률은 50대가 4.3%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40대(4.2%), 30대(2.9%) 순이다. TNMS 최치원 연구원은 "'한끼줍쇼'는 이웃과 함께 식사한다는 옛날 우리 삶의 향수를 자극하고 사회 공동체를 듣고 보게 한다. 이 같은 내용이 특히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방PD는 "많은 이들이 집 외에서도 저녁을 해결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삶을 이야기로 녹여내 보는 분들이 공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