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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김장 소금은 간수 뺀 국내산 천일염으로

중앙일보 2017.10.31 00:02 8면 지면보기
특별기고 박건영 차의과학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된장·간장 등 소금을 활용한 전통식품이 많다. 특히 날씨가 쌀쌀해지면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느라 분주하다.
 
우리의 밥상을 1년간 든든하게 지켜줄 김치를 잘 담그기 위해서는 배추·고춧가루·소금 등 재료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김치를 담글 때는 소금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소금이 발효식품의 핵심인 유산균을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서 배춧잎과 줄기 사이에 있는 유산균은 증식하고, 배추 껍질 쪽에 있는 호기성균과 부패균은 사멸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치의 맛과 조직, 건강기능성(항산화, 항암·항비만 효과), 보존성 등이 높아진다.
 
이때 사용되는 소금의 종류는 김치의 맛과 품질, 건강기능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와 관련해 ‘간수를 빼지 않은 천일염’ ‘간수를 뺀 천일염’ ‘정제염’으로 김치를 담가 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결론은 흥미로웠다.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가 유산균 수가 가장 많았고 조직감·맛·김치의 항산화·항암 효과도 탁월했다. 간수는 마그네슘으로 구성돼 쓴맛을 낸다. 그래서 가정에서는 보통 2~3년 동안 자연적으로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한다. 할머니에서 엄마로 대물려온 맛있는 김치의 비법 안에는 몸에도 좋고 맛에도 좋은 과학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된장과 간장에 사용되는 천일염도 간수를 제거한 천일염을 사용하면 맛과 기능성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이처럼 김치를 담그는 데는 2~3년 숙성시킨 소금이 가장 좋지만 3년을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천일염을 세척·탈수·건조시킨 소금을 사용할 수 있다. 본 실험실에서는 ‘세척·탈수 천일염’ ‘탈수 천일염’ ‘세척·탈수된 천일염’ ‘세척 탈수 후 건조시킨 천일염’으로 소금 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세척과 탈수를 거치거나 세척·탈수 후 건조시킨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가 가장 맛이 좋았고 항산화·항암 효과도 우수했다. 특히 세척·탈수 후 건조시킨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의 경우 항비만 효과가 높았다. 김치에 사용되는 천일염의 종류에 따라 비만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으니 천일염을 고를 때 꼼꼼히 확인하고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올라가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김치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발효식품의 효능이 소금의 유해성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조상이 우리에게 남겨준 발효 과학이 소금을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올해도 국내산 천일염을 사용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김장을 담가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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