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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면 사드 문제 더 꼬이게 생겼다

중앙일보 2017.10.30 17:52
시진핑(習近平) 1인 천하 시대가 열렸다. 시(習) 황제(皇帝)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10월 25일 발표된 중국의 새로운 최고 지도부,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보면 누구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5년간 중국을 이끌 최고 지도부는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이외에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왕양(汪洋) 부총리,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 연구실 주임,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장(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韓正) 상하이 시 당서기다. 아래 사진 서열 그대로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 신화망]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 신화망]

한데 이들 면면을 보면 시 주석의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후계자로 관심을 받았던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와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는 정치국원(25명)에 머물렀다. 이들이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건 5년 후 시 주석이 당 총서기나 국가 주석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사다. 대신 앞으로 5년간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쳐 차기 상무위원을 결정하고 이후 후계자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거다.  

현 상무위 체제, 후계자보다 ‘시진핑 1인 체제’ 보좌에 더 주력
시 주석, 당장(黨章)에 ‘시진핑 신시대 사상’까지 주입해
여기에 사드가 시 주석 체면과 위신 문제로 변질되면 악화될 수도

 
그래서 시 주석 집권 후반기(2017~2022년)가 아니라 그의 장기 집권을 위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 나온다. 정년도 퇴직도 없는 시황제 시대의 개막인 셈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진핑 주석 [사진 신화망]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진핑 주석 [사진 신화망]

그럼 정말 시 주석과 리 총리를 제외하고 새로 상무위에 진입한 5명 중 시 주석 후계자는 없는 걸까.  
  
당 서열 3위, 리잔수 주임부터 보자.  그는 시진핑 당 총서기 비서실장이다. 시진핑 경호까지 책임지고 있다. 한 마디로 시진핑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니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한데 현재 67세인 그는 5년 후 72세가 된다. 칠상팔하(七上八下·정치국 상무위원 선임 시 67세는 가능하고 68세는 퇴직한다는 공산당 인사 관례) 원칙에 따라 퇴직해야 한다. 시 주석과 함께 부패 척결을 주도했던 왕치산 전 당 기율위 서기도 이 관례를 넘지 못했다. 리잔수는 시 주석이 허베이성 정딩(正定) 현 서기(1982~85)로 근무할 때 바로 옆 현에서 근무하면서 시 주석과 절친이 됐다. 뼛속까지 시 주석 사람이다.  
 
서열 4위, 왕양 부총리는 어떨까. 개혁적인 인물이지만 시 주석 사람은 아니다.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 고위 간부를 지낸 인사들의 정치 세력) 출신으로 후진타오와 리커창 계열 사람이다. 계파 안배 차원에서 공청단 대표로 상무위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는 지난 5년 계파와 무관하게 시 주석에게 충성을 다했고 업무 능력도 탁월하다. 그러나 1인 권력을 완성한 시 주석이 공청단 계열인 왕양을 후계자로 밀 가능성은 거의 없다. 5년 후 67세로 아슬아슬하게 칠상팔하 관례를 피해 갈 수는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 7인 [사진 신화망]

중국 최고 지도부 7인 [사진 신화망]

서열 5위, 왕후닝은 책사 출신이다. 현대판 제갈량이란 소릴 듣는다. 중앙정책 연구실 주임으로 장쩌민과 후진타오 주석을 보좌한 데 이어 시진핑 주석까지 지근에서 보좌했다. 그는 중국 최고 지도자 두뇌 역할은 해도 리더가 될 자질은 아니다. 이런 책사가 상무위원에 오른 것은 파격이지만 시 주석 입장에서 무당파인 그가 자신의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유리하다고 봤을 것이다. 1955년 생인 그는 5년 후 67세가 돼 퇴직 연령에는 도달하지 않는다.
 
서열 6위, 자오러지 부장은 고향이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이다. 시안 부근 푸핑(富平)이 고향인 시 주석과 동향이라고 보면 된다. 칭하이성에서 무려 19년간 묵묵히 일만 하다 시 주석 집권 후 벼락출세를 했다. 지난 5년간 당 조직부장으로 시 주석 사람들을 핵심 요직에 앉히는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했다. 그 공으로 상무위원이라는 최고 지도부에 들어왔다. 뼛속까지 시진핑 사람이고 시진핑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이다. 산시성 서기 시절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를 유치해 대박을 터트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시 주석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고 한다. 1957년 생인 그는 5년 후 65세로 신임 상무위원 중 나이가 가장 젊다. 신임 상무위원 중 시 주석의 후계자를 고른다면 자오러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그가 차기 지도자감이냐 하는 문제에 이르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 후계자가 된다 해도 시 주석의 수렴청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진정한 후계자라고 할 수 없다.  
중국의 새 지도부 [출처: 둬웨이]

중국의 새 지도부 [출처: 둬웨이]

마지막 서열 7위, 한정 상하이 시장은 상하이에서만 42년간 공직생활을 한 상하이 맨이다. 상하이방(상하이 근무 경력이 있는 정치인들의 세력)의 좌장인 장쩌민 전 주석의 사람이다. 나서지 않고 성실하며 당파를 만들지 않는 성격이다. 다양한 공직 경험 없이 한 도시에서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한 그가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장 전 주석의 입장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63세인 그는 5년 후 68세가 돼 더 이상 상무위에 남을 수가 없게 된다. 시 주석의 후계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결국 5년 후 현 상무위원에서 시 주석의 후계자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 상무위 체제는 후계자보다는 시진핑 1인 체제를 보좌하는 역할에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당장(黨章)에 ‘시진핑 신시대 사상’을 올려 이미 권력이 마오쩌둥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 주석의 1인 권력 강화와 함께 중국의 대외 정책도 강경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강한 권력은 항상 강성 정책과 짝을 이뤄 자신의 힘을 시험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잘못하면 사드 문제가 더 꼬일 수도 있겠다. 당 대회를 통해 강화된 시진핑 1인 권력은 대외 정책에서부터 강력한 인상을 심으려 할 것이 뻔하다. (당대회 보고에서) 타국과의 상생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국가이익에는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시진핑이다. 그는 "중국은 타국을 희생시켜 발전을 꾀하진 않겠지만, 정당한 권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이익에 손해되는 쓴 열매를 삼킬 거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선언한 마당에 보복을 거둘 경우 그의 리더십에 손상이 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드 문제는 중국의 이익 침해 여부를 넘어 시진핑의 체면과 위신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시 주석 개인 성향도 타협보다는 “못 먹어도 고”를 선호한다.  
 
물론 변수는 있다. 11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다. 19차 당대회를 통해 1인 권력체제가 안정되면서 시 주석이 미국과 대화를 통한 국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남중국해 영토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한 미중의 해법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단 시간 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사드 문제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시황제(?) 등장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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