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주 실적 없어 산재보험료 안낸 건설사에 ‘게으르다’ 명목으로 보험액 청구한 복지공단

중앙일보 2017.10.27 19:51

국민권익위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

 전남 담양의 중소 건설업체 A사는 지난해 3월 산재 보험료를 0원으로 신고했다. 신고 당시 진행 중이거나 수주 예정인 공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건설업체는 매년 3월 그해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 총액을 추정한 뒤 여기에 일정 비율을 곱해 산재 보험료를 공단에 신고한다. 산재 보험료 총액은 공사 수주 물량에 따라 결정된다.  
국민권익위 세종청사.

국민권익위 세종청사.

 
A사는 8개월 뒤인 11월 리모델링 공사 한 건을 수주했다. 공사 중 인부가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다친 인부에게 진료비와 치료 기간 중 급여 등 명목으로 12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 1월~3월 공단은 A사가 산재 보험료를 0원으로 신고한 것을 이유로 “보험료 납부를 게을리했다”며 공단이 재해자에게 지급한 금액의 10%를 사업주에게 청구했다. A사는 지난 3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권익위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보험료 신고 당시 A사에는 확정된 건설공사가 없었고 재해가 발생한 공사가 해당 연도에 A사가 수주한 유일한 공사인 점을 고려할 때 A사가 장래의 공사 수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과소 신고된 보험료를 수정할 수 있는 별도의 절차가 없었고 관련 법률(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에 실제 청구된 보험료와 납부한 보험료 간에 차이가 있으면 그 차액을 다음 해 3월에 정산 납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A사가 산재 보험료 납부를 게을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앙행심위는 공단의 산재보험급여액 징수 처분은 위법ㆍ부당하다고 재결했다.  
 
재결은 판결에 준하는 재판적 행위로 기속력(羈束力)ㆍ확정력(確定力)을 가진다. 당사자와 행정심판 관계자뿐 아니라 하급행정청도 재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