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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암살 배후는 소련 KGB?

중앙일보 2017.10.27 17:09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하던 장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하던 장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암살범인 리 하비 오스왈드가 범행 두 달여전에 구 소련 첩보기관 KGB와 접촉했다는 문서가 공개됐다.  

트럼프, 케네디 암살 관련 알맹이 빠진 기밀문서 공개
정작 핵심인 기밀문서는 비공개해 음모론 더욱 커질 듯

미 국가기록보관소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과 관련한 문서 2891건을 공개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미 텍사스 주 댈러스 시내에서 부인 재클린 여사와 함께 카퍼레이드를 벌이던 도중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흉탄에 절명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워런 위원회는 이듬해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며 배후는 없다"는 보고서를 내고 사건 조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쿠바 또는 옛 소련의 배후설, CIA 개입설, 오스왈드 외 공범의 존재 가능성 등 여러 '음모론'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오스왈드가 총탄 세 발을 발사했지만 두 발은 빗나가고 나머지 한 발에 의해 케네디 전 대통령과 존 코널리 전 텍사스 주지사가 총격당해, '마법의 총탄'이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한때 소련에 망명하기도 했던 당시 24살의 오스왈드는 케네디 대통령을 저격한 뒤 체포됐고, 사건 이틀 뒤 이송되던 중 나이트클럽 주인 잭 루비에 의해 살해됐다. 루비도 감옥에서 숨졌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국(CIA)보고 메모에는 "암살 두 달 전인 1963년 9월28일 멕시코 주재 옛 소련 대사관과 오스왈드의 통화를 도청한 결과 오스왈드가 어눌한 러시아어로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 코스티코프 영사와 대화를 나눴다"며 "코스티코프 영사는 자신을 'KGB요원'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코스티코프 영사는 암살 업무를 담당하던 KGB 13호실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CNN은 "당시 CIA는 오스왈드를 KGB요원으로 추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하지만 이와는 달리 당시 에드거 후버 국장이 이끌던 연방수사국(FBI)은 "우리 측 정보원에 따르면 소련 공산당 관계자들은 (케네디 암살이) 미국 내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조직적인 음모이자 실질적인 쿠데타로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련과는 관련없는 '신경질적인 총잡이(오스왈드)'에 의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CIA의 분석과는 전혀 다른 정보를 올린 것이다. 후버 국장은 1급 기밀로 분류된 이 같은 내용의 메모를 암살 사건 직후 백악관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날 공개된 비밀문서들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암살을 둘러싼 의문들에 답할 '폭탄급 폭로'는 없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완전히 새로 공개된 문서는 53건 뿐으로 나머지는 이미 편집된 형태로 공개된 적이 있는 문서들"이라고 보도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사건과 관련한 미 정부의 공식 문서는 약 3만3000여 건으로 이 중 90%인 3만 건은 이미 일반에 공개된 상태다. 3000건 정도가 기밀로 묶여 있었는 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중 100여 건을 제외한 나머지 문서를 공개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전부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막판에 CIA 등 정보기관들이 "국가안보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비공개를 주장,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180일에 걸쳐 내용을 심사해 공개 여부를 재차 결정할 방침이다. 

 
존 F 케네디전 대통령이 암살당하기 직전의 모습

존 F 케네디전 대통령이 암살당하기 직전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베일이 벗겨지도록 지시했지만 행정부 부처와 연방기관들은 특정 정보가 국가안보, 법 집행, 외교적 우려 때문에 수정 편집돼야 한다고 내게 제안했다"며 "나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의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정보의 공개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그런 수정 편집 작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이날 기밀문서가 공개된 후 "결국 '미스터리'는 연장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들보다 비공개된 문서들의 내용이 주목된다는 것이다. 
새로 공개된 내용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케네디를 암살한 하비 리 오스왈드가 나이트클럽 주인 잭 루비에게 살해되기 하루 전날 한 남성이 FBI의 댈러스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차분한 목소리로' 오스왈드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는 당시 FBI국장 후버의 발언을 담은 문서(1963년 11월24일치)라고 CNN은 보도했다.
이 밖에도 케네디 행정부 초기에 CIA가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해 시칠리아계 마피아인 샘 지안카나를 고용했었다는 내용, 쿠바 공산정권을 무너뜨리려는 공작을 계속하던 CIA가 쿠바로 향하는 비행기 부품 운송을 차단하려 했다는 것, 쿠바 정보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오스왈드를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등이 새로 공개된 내용이다.

또 한 CIA 문서는 오스왈드가 케네디 암살 두 달 전인 63년 9월 중순에 멕시코에 여행을 갔으며 당시 '엘 멕시카노'란 인물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엘 멕시카노'는 59년 6월 미국으로 이주한, 전직 쿠바 반란군 57부대에서 대위를 지낸 프란시스코 타마요라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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