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숨 걸고 출동했더니 억대 소송을 당했습니다"는 소방관의 호소

중앙일보 2017.10.27 16:00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목숨을 걸고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소방관들. 그런데 이들에게 '적반하장' 격으로 고소하는 사례들이 소개돼 공분을 자아냈다. 
 
10월 27일 이데일리는 출동을 늦게 했다거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 측에 소송을 거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보도했다. 
 
현행 소방법상 정당한 소방활동과정에서 발생한 물적·인적 피해에 대해서는 각 소방본부가 소속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게 되어있다. 그런데 소송 과정에서 소방대원들이 고의·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와 더불어 본업에도 지장이 생긴다고 한다. 
 
서울소방학교 겸임교수 겸 대한변협 소방관법률지원단 소속인 선종문(42) 변호사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보험사는 소방대원이 지급 능력이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시도지사 상대로 소송을 걸고 보험사가 승소하게 될 시 시도는 다시 해당 소방관한테 구상금을 청구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매체에 따르면 25년 경력의 한 소방관은 2014년 소송에 휘말려 1년 6개월 동안 총 9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야간 근무를 끝내고 잠깐 눈만 붙였다가 다음날 낮에는 재판에 출석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피고는 도지사였지만 현장에 현장지휘팀으로 출동한 그가 소송 실무를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본부 차원에서는 법무담당관이 1명 있지만 일선서에는 전담 인력이 부재해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2011년과 2012년 각각 출동했다가 소송을 당한 사례가 등장했다.
 
#2011년 태안소방서 
 
2011년 7월 5일 새벽 충남 태안소방서에 ‘항구에 정박한 선박에 불이 났다’는 선주의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태안 앞바다엔 해상주의보가 내려진 탓에 태안군 이원면 내리 만대항엔 어선 18척이 정박해 있었다. 펌프차 3대와 물탱크차 5대 등 화재진압 차량을 포함한 12대가 신고 39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만대항과 태안소방서와의 거리가 29.39km나 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도착 당시 선박 7척은 이미 완전히 불에 탔고 2척은 절반 정도 소실돼 있었다. 태안소방서 전 자원을 동원한 덕에 나머지 9척에 불이 옮겨붙는 사태를 막아낼 수 있었다. 주변에 소화전이 없어 바닷물까지 끌어서 쓴 덕에 가까스로 추가 피해를 막아냈다.
 
그런데 선주들은 이듬해인 2012년 9월 소방대가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1억 4000만원의 피해를 봤다며 충청남도 태안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 2014년 10월 1심 판결에서 전부 패소했다.
 
#2012년 울산소방본부 
 
2012년 4월 16일 오전 울산 울주군 경부고속도로 온양 IC 부근에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2차로에서 운전 중이던 화물트럭이 1차로로 진입하다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것이다. 추돌 10분 만에 차량 화재로 번졌다.
 
화재 신고를 접수한 울산소방본부 상황실은 울산 중부소방서와 울산 남부소방서에 모두 출동을 명령했다. 사고 차선 반대 방향에서 출발한 남부소방서 구급대가 현장에 먼저 도착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1.3m의 높이의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 방향 차선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속 80km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다행히 사고 차선 방향에 중부소방서에서 출동한 펌프차 등 화재진압 차량과 구조대 차량, 소방헬기까지 도착했다. 어렵게 화재를 진압하고 사상자를 수습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교통사고 사망자 측 한 대형 보험사는 울산소방본부를 관할하는 울산시장을 상대로 1억 4250만원을 배상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남부소방서에서 먼저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실어 나르지 않아 피보험인이 사망했다는 이유에서다.
 
남부소방서 측 변호사는 구급대원이 설령 위험을 무릅쓰고 중앙분리대를 넘어갔다고 해도 구조장비가 없어 응급조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변론했다. 
 
또한 사망 시점은 교통사고 직후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제출했다. 보험사는 2013년 11월 7일 1심에서 패소했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