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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속옷 손가락으로···" 한 여고에 붙은 대자보

중앙일보 2017.10.27 12:43
경남 양산의 한 여고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비하하고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주장이 담긴 대자보가 나붙어 경남교육청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양산 한 여고 학생이 교내에 붙인 대자보. [사진 경남교육청]

양산 한 여고 학생이 교내에 붙인 대자보. [사진 경남교육청]

 

지난 25일 경남 양산 한 여고에 교사 고발 대자보 나붙어
"치마로 복도 닦아라, 속옷 끈을 손가락으로 건드려"
교육청 진상 조사 결과 학생 주장 신빙성 높아 경찰에 신고
"제도적 구제신청 절차 통하지 않고 대자보 붙여 씁쓸"

27일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5일과 26일 교내에 학생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이 대자보에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비하하고, 선생이라는 이름의 명분을 이용해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하시는 것을 보아왔고, 들어왔으며, 또 직접 겪어왔다”고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치마로 복도를 닦아봐라’, ‘과제 제출 일자를 어겨 죄송하다고 말하러 갔을 때 신발로 뺨을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냐’, ‘XXX를 깨 버리겠다’, ‘XX년’,‘속옷 끈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는 행동’” 등 교사의 부적절한 언행과 행동을 묘사하는 내용도 적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선생님들께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과연 저희가 뺨을 맞고, 성희롱과 모욕적인 언행들을 견뎌야 할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요”라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 같은 대자보가 25일 체육관과 3학년 교실 복도, 화장실 등 3곳에 나붙자 학교 측이 이 중 복도와 화장실에 붙은 대자보를 일부 철거했다. 그러나 학생 측이 “선생님들이 다 봐주셨으면 한다”고 요구하자 다시 대자보 게시를 허락해 현재는 원래 대자보가 붙어 있던 자리에 대자보가 붙어 있는 상태다. 대자보는 A4용지 크기로 3장이 한 묶음으로 구성돼 있다. 
양산 한 여고 대자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경남도교육청 모습. [중앙포토]

양산 한 여고 대자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경남도교육청 모습. [중앙포토]

 
학교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양산교육지원청 등에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양산교육청 등이 26일 학생 1000여명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다수의 학생이 교사들로부터 대자보에 적혀 있는 내용과 유사한 내용의 말과 행동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교육청 학생생활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대자보의 내용이 상당수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학생들을 상대로 한 전수조사에서도 다수의 학생이 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성 관련 모욕을 당했다는 내용이 파악돼 경찰에 신고를 한 상태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교육청 등의 조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응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향후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해당 학교 교감은 “현재 교육청에서 전수조사를 했고, 이 내용을 토대로 경찰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관계가 밝혀져 교사들이 잘못한 부분이 나타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형식적으로 된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성폭력 등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교육부 등에서 해마다 3~4월이나 9~10월에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또 지역교육지원청이나 학교 단위로도 비정기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한다. 학교마다 소리함 등을 설치해 수시로 학교 내 성폭력 등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제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해당 학교는 대자보가 붙기 전까지는 이같은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아서다. 
경남교육청과 양산교육지원청으로부터 학교폭력 관련 신고를 받아 앞으로 양산의 한 여고 대자보 사건을 조사하게 될 양산경찰서 모습. [중앙 포토]

경남교육청과 양산교육지원청으로부터 학교폭력 관련 신고를 받아 앞으로 양산의 한 여고 대자보 사건을 조사하게 될 양산경찰서 모습. [중앙 포토]

 
이갑옥(59·마산대 간호학과 교수) 한국인재교육연구소 소장은 “현재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 등 여러가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공식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대자보라는 형태로 이같은 일이 드러난 것은 그만큼 교육당국과 학생들간에 아직도 신뢰가 구축이 되지 않고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조사도 이뤄져야 하겠지만 향후 좀 더 정밀하게 학생들의 고민과 불만을 학교나 교육당국이 사전에 확인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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